날 것의 ‘진심’에 몰입하는 요즘의 소비자들
“이것은 예능인가, 다큐인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리얼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SOLO’의 시청자 코멘트 중 인상깊게 본 댓글의 한 대목이다.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에서부터 남자들의 자존심을 건 진검 승부에 최고의 스케일과 미션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강철부대3’, 넷플릭스의 야심작 ‘피지컬100’에 이르기까지 정신 팔려 보다 보면 내가 다큐를 보고 있는지, 예능을 보고 있는 건지 헛갈리는 순간이 자주 올 때가 있다. 유독 남다른 화제성을 자랑하는 이 모든 콘텐츠의 공통점을 꼽자면 ‘진정성’이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결혼을 위한 솔로 남녀들의 진솔한 몸부림, 비록 경기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축구에 200% 진심을 담아 최고의 경기를 만들며 울고 웃는 ‘그녀’들의 열정, 이러한 모든 것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간절함이 선사하는 진솔함의 재미다. 드라마틱한 서사나 화려한 의미부여가 아닌 다소 어색하지만 이런 솔직한 모습과 간질거리는 감정에 시청자들은 몰입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이른바 ‘날것의 진심’에 반응하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정제된 콘텐츠가 아닌 사실적인 묘사와 연출로 소위 MZ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요즘의 ‘현실 고증’ 콘텐츠, 하이퍼 리얼리즘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남다른 태도, 그 속에서 진짜를 보고 싶은 숨은 욕구
이러한 리얼리즘 콘텐츠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잘 캐치해 담아내는 크리에이터이자,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방송인 ‘덱스’의 캐릭터에 눈길이 간다. 광고는 시대와의 호흡이라고 했던가. 요즘 시대가 원하는 남성성의 변화를 가장 트렌디하게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인기는 UDT출신의 상남자로서 탁월한 운동 능력과 강인함에서만 기인하지 않는다. 데이트 도중 ‘아는 척’이나 ‘있는 척’ 하지 않고 진솔하게 다가가는 진심, 스스로의 강함을 과시하지 않는 그 성품, 형용할 수 있는 순백의 진정성이야 말로 러블리한 요즘남자 덱스가 가진 시대가 원하는 남성성의 새로운 모습일 것이다. 생존 서바이벌에서 살아 남고자 덤벼드는 열정, 플러팅 장인을 거추장스러움 없이 시연하며 임하는 연애 프로그램, 나아가 민감한 개인사일 수 있는 전세 사기나 번아웃처럼 남몰래 겪고 있던 고충까지 진솔하게 공개하며 프로그램을 대한다. 남다른 태도가 주는 이런 호감이 덱스로 하여금 콘텐츠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만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 ‘나는 SOLO’ 신드롬의 진정한 주인공이자 일등공신은 진행자 데프콘인 것과 상통한다.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그 진솔함. 그게 바로 진정성을 무기로 데프콘을 ‘나는 SOLO’의 심볼로 만든 것이다. 얼마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 2관왕에 오르며 국민 ‘개념선수’로 떠오른 안세영 선수의 인스타그램 입장문이 생각이 난다. “난 어제도 내일도 그저 평범한 운동선수” 라며 각종 방송 출연과 인터뷰, 광고까지 고사하며 당당한 소신으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묵묵히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선수들과 같은, 선수 안세영!” 이라던 어린 선수의 그 소중한 마음가짐이 금메달 보다 값진 큰 울림을 선사한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 이후 점점 더 ‘진짜’를 찾기 어려워진 요즘, 경기 중에도 그리고 경기 후에도 선수 본연의 진정한 자세를 잃지 않겠다는 성숙한 마음가짐, 이것이야 말로 안세영 선수라는 브랜드를 수식할 수 있는 형용사이지 않을까.
실체 있는 브랜딩의 일관성에 진정성이 더해질 때
이렇듯 진정성의 관점과 태도는 이미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어서 흔치 않게 접할 수 있는 화두 중 하나가 되었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가짜가 판치는 곳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지녔고, 겉만 번지르한 멋지게 꾸며진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브랜딩이 완성될 수 없음을 잘 안다. 이미지와 실체가 일치하며 나아가 모든 내외부 임직원이 One Team으로 일관성 있게 움직일 때 ‘진정성’의 동력은 확보 된다. 오랜 Heritage를 바탕으로 새롭게 시장에 돌아온 충청권 주류 브랜드인 선양소주의 재탄생이 주목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에 있어 브랜드의 직접 경험에 해당하는 ‘실체(Reality)‘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소주 제품에 대한 진정성, “섞어 마시는 소주가 아닌, 술을 술 답게 마실 수 있는” 기존의 녹색소주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력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경험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폭탄주가 익숙한 우리 음주 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주류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진심까지 잘 반영된 이들의 진정성을 응원한다. 진정성 있는 브랜딩은 그 일관성을 잃지 않고 소비자의 경험에 반영된다. 대한민국 최저 도수와 최저 칼로리의 50년 Heritage를 만나 볼 수 있는 밀도 있는 팝업스토어를 서울에서 처음 오픈 할 예정이라고 한다. 깨질 것 같지 않았던 16도의 벽을 깬 최저 도수와 열량, 그리고 이 둘을 낮췄음에도 음주 후 뒤끝이 정말 없는 소주의 신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듯하다. 새로움에 대한 진심이자 독특함을 무기로 기존 소주 시장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되길 바래 본다.
[김경준 IMC플래닝 기획팀장] - 매일경제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