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人] 홍인혜 TBWA KOREA 제작8팀 카피라이터 차장
카피라이터로서는 어느덧 차장이라는 책임의 무게가 느껴지는 자리에왔지만,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루나파크」에 거주하는 「사춘기 직장인」인홍인혜 차장. 어느덧 8년이란 시간동안 웹카투니스트로 활동해왔지만「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그녀와의 인터뷰를 위해 TBWA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카피라이터 혹은 만화가였다는 그녀. 본래부터 예체능과 창작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카피라이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웹툰 붐이 일었어요. 특히 마린블루스, 스노우캣, 낢 이야기 같은 생활만화가 인기를 끌었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죠.”
개인 생활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녀는 오히려 그래서 더 편했다고 답한다.
“본격적인 스토리가 있는 픽션 만화보다는 생활에서 소재를 찾아 만화로 포스팅 하는 블로깅 같은 개념이라 더 접근하기 좋았던 것 같아요.”
“회사 사람, 가족 모두가 독자이기 때문에 너무 내밀한 이야기들은 걸러지기는 해요. 그렇지만 일기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에요. 어디 연재하는 만화가 아니니까요. 더 과장해서 웃기게 하거나, 없는 얘기를 지어낼 필요는 없죠.”
“게다가 주변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요. 다들 한 번이라도 더 만화속에 등장하고 싶다고.”
포털 중심의 웹툰 생태계에서도 ‘루나파크’는 여전히 개인 홈페이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포털의 영향력이 엄청나기는 해요. 접근성이 훨씬 높아서 몇십만 건의 조회수가 보장이 되니까요. 홈페이지는 약점이 많아요. 도메인을 직접 입력해야하고, 블로그처럼 편집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사진 한 장 올리는 것도 번거롭죠. 방문자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지만, 그래도 홈페이지가 ‘내 영토’라는 마음이 들어서 놓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시대에 발맞추어 올 2월부터 네이버 스타일+에서 ‘루나의 옷걸이 통신’을 연재중이다.
“같이 홈페이지를 꾸리던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 SNS 등으로 많이 옮겨갔고…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시작한 일인데 방문자들이 자꾸 줄어드니까 저도 포털로 이동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찰나 네이버에서 제의가 들어왔어요. 마침 쇼핑과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제의를 받아들이게 됐죠.”
광고와 만화, 비슷한 듯 다른 두 분야. 두 가지 전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라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모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았고, 그 일을 열심히 했다는 것이 비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명한 얘기지만 좋아하는 일 찾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웹툰과 광고는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아요. 광고 할 때 항상 공감대, 인사이트를 찾잖아요. 생활만화에서도 모두가 공감하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던 부분을 캐치해서 긁어줬을 때 재미있다는 평을 듣죠. 예를 들어서 사근사근 얘기하던 친구가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으면 ‘엄마랑 통화하는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 처럼요.”
고된 직업으로 손꼽히는 광고를 하면서도 또 다른 창작에 열중하는 그녀. ‘창작의 고통’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그녀의 아이디어 원천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창작인들은 직접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들 하시겠지만, 저는 인터넷에서 많이 아이디어를 얻어요. 혹자는 비평할 수도 있겠지만 전 그게 지금 세대의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온갖 사이트를 떠돌아다니고, 만화책도 많이 봐요.”
8년간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갑’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꼽았다. 최근 갑을관계가 이슈가 돼서 만화도 주목을 많이 받았다고.
“그런 의도가 담긴 에피소드는 아니었는데 얼마전에 갑을관계 이슈 때문에 만화가 부각이 됐어요. 광고주 담당자님들도 보시고 자기 얘기냐고 물어보기까지 하셨어요. 그냥 일반적인 세태를 꼬집은 거라 광고계동향 독자들도 많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그녀는 벌써 「루나파크」, 「루나파크(사춘기 직장인)」,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3권의 책을 출간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는 3년 전 카피라이터 생활을 정리하고 런던으로 떠났던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너무 많은 걸 쏟아내서 스스로가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 떨어지고 고갈되면 난 무얼 먹고 사나…하는 생각도 들고. 스스로를 채우려고 런던으로 향했어요. 하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고, 엄청나게 많은 고뇌가 있었어요.”
“런던에서도 좋기만 하지는 않았어요. 가기 전에는 마냥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혼자 사는 것도, 장기 여행도 처음인데 낯선 도시였던지라 힘든 면도 많았죠. 그래도 런던 여행에서 얻은 게 있어요. 나름 웹툰 작가로서 유명세를 얻어가며, 회사에서도 연차가 쌓여가며 나름의 우쭐함과 자만심이 있었는데, 런던에서 초연하게 됐어요. 외국에서는 제가 어떤 만화를 그렸는지, 어떤 회사에서 어떤 광고를 만들었는지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으니까요. 홈페이지 관리라든가 집착하던 일들이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지금이 아니면 안됐던 그 때 그녀는 훌쩍 런던으로 떠났고, 초연함을 갖추고 돌아온 그녀는 다시금 좋아하는 ‘광고’와 ‘만화’를 양손에 잡았다. 이루지 못한 것에 괴로워 할 필요 없다. 앞으로 하나씩 이뤄나가면 되니까. 모든 광고인들이 지금이 아니면 안될 일을 찾고, 행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이야기는 루나파크(http://lunapark.co.kr)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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