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il’s Up l] 겨울 너머를 꿈꾸는, 반가운 봄이 불어온다(삼성화재 '당신의 봄' 캠페인)
글 최병호 프로 캠페인 9팀 bho.choi@samsung.com
삼성화재의 새로운 캠페인 ‘당신의 봄’은 파워브랜드 삼성화재의 이지적인 기존 이미지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변화시키고자 했다.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캠페인은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 맺기에 대한 담백한 도전이었다.
보험에 대한 솔직한 인정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보험만큼이나 필요악인 게 있을까. 서랍 어딘가에서 숨바꼭질하듯 잊힌 보험 증서가 나이를 먹고 있다면 여전히 우리는 별 탈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얘기다. 다급하게 꺼내는 순간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겨우 찾아낸 보험 증서에 안도하게 되는 건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동아줄이라도 부여잡고
싶은 현대인의 안심 병에 대한 방증일 수도 있겠다.
삼성화재 광고 담당자로서 아낌없이 사랑해도 시원찮을 보험에 대해 다소 견지적인 시각으로 논하는 것이 과연 가당한가 하는 반문은 벌써 해 보았다. 그러나 아주 솔직하게 말해, 앞의 이야기들이 소비자들이 그대로 느끼고 있는 ‘보험’이라는 이미지임은 부정할 수가 없다.
컨설턴트가 미래학자처럼, 나도 모르는 내 인생의 미래에 불안함을 주고, 랩처럼 쏟아내는 보장과 특약들이 공기 중에 휘발되는 모습이 지금의 ‘보험 회사’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엄친아에게도 문제는 있다
삼성화재의 새로운 캠페인은 과연 삼성화재를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이미 손해 보험 업계에서 명실상부한 리더인 파워 브랜드 삼성화재. 우리의 문제 인식은 ‘얼마나 아느냐’와 ‘얼마나 좋아하느냐’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삼성화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꽤 흥미롭다. 동네에서 함께 살고 있는, 어쩌면 오고 가다 늘 마주치게 되는 이웃 주민이지만, 통성명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우리네 엄마들이 비교 대상으로 두는 ‘엄친아’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잘났다는 것도 알겠다.
그러나 ‘누가 더 좋은 친구냐’라고 묻는다면 나랑 몰래 학원 땡땡이를 치고 오락실을 함께 가주었던 그때 그 녀석이 더 생각나는 것과 비슷한 시각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멋진 녀석이야’를 알리는 것이 브랜딩이라 부르짖는 시대는 수많은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으로 이미 어제의 역사가 된 지 오래다.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라는 관계성에 대한 기대가 지금 이 시대의 브랜딩이라는 데 모두들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시류는 삼성화재에도 쿨 내 듬뿍 나는 엄친아를 넘어 언제나 내 옆에 있어주는 베스트 프렌드로 기억되고 싶은 희망과 함께하고 있다.
우리 마음 속의 ‘봄’을 찾아‘봄’
‘당신의 봄’ 캠페인은 겸손한 듯 겸손 아닌 겸손한 메시지의 힘이 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처럼 곁에서 묵묵하게 날 바라봐 주고 말없이 안부를 묻기도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걱정하는지 많은 인생을 바라본 경험에 의거해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화법은 ‘친해지고 싶은데 나라는 존재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교집합의 노림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의 봄’ 캠페인에서 ‘봄’은 물론 위에서 얘기한 ‘바라봄’에 대한 의미 해석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객의 인생에서 누리는 가치를 ‘봄’이라는 계절이 가진 이미지로도 치환 가능하다. 세상 만물이 사계절이라는 사이클의 출발 지점에서 ‘요이 땅!’을 외치는 생동의 순간, 사람 역시 새로운 학기, 새로운 목표들과 마주하며 왠지 모를 설렘을 느낀다. 어느덧 불어오는 꽃바람에 가슴 한켠이 시큰하기도 하고, 달라진 햇살 한 줌에 가슴이 바삭해지는 느낌은 ‘봄’이라는 계절에 대해 우리가 갖는 습관적이지만 특별한 정서 때문일 것이다.
이보다 더 친근할 수는 없다
삼성화재 ‘당신의 봄’ TV 광고에 등장하는 특유의 블라썸 마크는 캠페인의 상징적인 비주얼로써 봄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게다가 차태현이라는 모델이 영화, 드라마, 예능을 넘나들며 쌓아 온 필모그래피는 친근한 오빠 혹은 삼촌이라는 모델 이미지에 기반하고 있다. 심지어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라는 경쾌하고 발랄한 CM송까지 공감각적으로 어필하니, 소비자로 하여금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게끔 하는’ 친근함의 완전 결합체로 승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TV 광고는 이토록 말랑말랑한 반면에 TV 광고의 소재별 구성은 매우 정교하다. 론칭 편의 차태현이 새로운 삼성화재의 얼굴이자 엔도서(Endorser)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면, 본편 세 편의 김창완, 송재림, 정유미라는 모델은 선택부터 크리에이티브 활용법까지 전략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김창환, 송재림, 정유미는 연예인이 아닌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삼성화재의 타깃을 대신하고 있다.
모델과 비슷한 연령대, 성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노후에 대한 걱정, 현재의 삶에 대한 걱정, 사고에 대한 걱정 등을 여실히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윽고 TV 광고 후반부에는 삼성화재를 대변하는 차태현의 등장과 함께 인생에 대한 불안 요소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삼성화재라는 솔루션이자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삼성화재의 대대적인 변화는 단순히 TV 광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신문, 잡지, 옥외, 홈페이지, SNS 등의 광고 플랫폼을 넘어서 RC의 명함, 사내의 휴게 공간 디자인, 영업 활동을 위한 기념품까지 삼성화재라는 타이틀이 붙는 그 어떤 요소에도 ‘당신의 봄’의 캠페인 테마가 적용됐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넘어 삼성화재가 추구하고자 하는 새 얼굴, 새 옷으로서의 브랜드 메시지가 갖는 무게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삼성화재가 달라졌어요!
작년 12월부터 진행된 삼성화재 ‘당신의 봄’ 캠페인의 숫자로 보이는 효과는, 현재까지도 캠페인이 진행 중이고 브랜드 지표 조사 전이라 아직까지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TV 광고에 대한 반응을 비롯해 SNS상 발생된 버즈들의 맥락을 잘 살펴보면 소비자들에게 ‘당신의 봄’ 캠페인이 갖는 임팩트는 꽤나 신선했다는 것이 클라이언트와 제일기획 내부의 판단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RC들이 직접 고객을 만나는 접점이라는 영업 현장에서의 반응이다. 기존의 삼성화재가 ‘신뢰는 가지만 정은 잘 가지 않는’ 인상이었다면, 이번 캠페인이 가진 ‘기분 좋은 에너지’ 덕분에 이제는 삼성화재가 밝고 따뜻해졌다는 고객의 이야기들이 속속 들려온다고 한다.
12월이라는 겨울의 문턱에서 봄을 위시한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것이 ‘보험이라도 들고 싶은’ 모험 어린 선택일 수는 있다. 꽃과 웃음이 쏟아지는 경쾌 발랄한 캠페인이 두꺼운 패딩 점퍼와 눈이 소복하게 내린 거리의 풍경과 마주했을 때 어떤 스파크가 일어날지는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봄’ 캠페인이 탄생되었던 건 긴 겨울의 인생 속에서도 ‘봄’ 같은 미래를
꿈꾸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긴 겨울의 여운은 잦아들고 바야흐로 봄이 왔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봄도 결국에는 오고야 말았다. 우리네 삶 속에서도 보험이라는 존재가
다가올 걱정들의 메타포가 아니라 기대하고 싶은 즐거운 미래 그
자체가 되었으면 한다.
Cheil's Up은 제일기획 퍼포먼스 현황 및 성과를 소개하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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