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창원 이노션 월드와이드 오토랩 1팀 부장
최근 빅데이터(Big Data)가 마케팅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혹자는 빅데이터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사람은 빅데이터의 가치에 지나치게 많은 거품이 존재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그렇다면, 빅데이터가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일까? 빅데이터로부터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빅데이터의 시대, 해석력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
빅데이터란 전통적인 데이터 처리 방식으로는 분석할 수 없는 매우 크고 복잡한 형태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빅데이터는 용량(Volume)이 크고, 처리 속도(Velocity)가 빠르며, 숫자뿐만 아니라 문자나 영상 등 다양한 형태(Variety)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대규모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빅데이터가 주목받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PC와 모바일 기기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들이 기록으로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떤 상품을 살펴봤는지, 얼마 동안 그 쇼핑몰에 머물렀는지,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 등이 모두 기록으로 남게 된다. 고객들이 남긴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고객들에게 어떤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트위터와 인터넷에 생성되는 기업 관련 검색어와 댓글을 분석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함으로써,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데이터 수집뿐만 아니라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과 같은 분석 및 예측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용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그 자체가 기업에게 반드시 새로운 가치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분석하는 데이터의 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인사이트의 크기도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마케팅 조사회사인 마케팅세르파(Marketingsherpa)가 기업의 마케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마케팅 조사와 관련하여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는 데이터 수집이나 분석이 아니라 ‘조사 결과의 해석과 전략적 활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데이터 해석력이 기업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사실은 불필요하거나, 활용할 수 없는 데이터(Garbage Data)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고 마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과 크기가 아니라, 적절한 크기의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올바른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아무리 데이터의 크기가 크더라도, 표면적인 분석에서 그치거나 분석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면 훌륭한 인사이트를 얻기 힘들다.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마케팅 업계에 새로운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영화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유지태)이 오대수(최민식)에게 하는 대사다. 사실 데이터 분석을 하다 보면,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을 재확인할 뿐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데이터의 문제라기보다는, 분석하는 사람이 뻔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는 연구자의 질문에 답할 뿐이다. 마케터가 새롭거나 올바른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 데이터가 새롭거나 올바른 대답을 할 리 없다. 데이터에 숨겨져 있는 보다 심층적이고 정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분석 결과가 정말 맞는 것인지, 분석 과정에서 오류는 없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그 결과에 어떠한 전략적 시사점이 있는지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빅 데이터의 시대, 정말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크기가 아니라 데이터 해석력의 크기인 것이다.
오피니언 마이닝과 전통적인 조사 방법
‘오피니언 마이닝(Opinion Mining)’은 특정 기업, 브랜드, 제품 등에 대해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 작성한 글을 분석하는 것으로, 소셜 버즈 분석(Social Buzz Analysis)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커뮤니케이션 전략 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오피니언 마이닝의 장단점으
로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오피니언 마이닝의 최대 장점 중의 하나는 정형화되지 않은 대규모의 데이터 탐색을 통해 기존 조사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마케팅 이슈 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에 있다. 즉, 전통적인 설문조사가 마케터의 가설이나 사전 지식에 근거하여 작성된 질문과 보기에 대해서만 데이터 수집이 이루어지는 폐쇄적인 방식이라면, 오피니언 마이닝은 소비자들이 특정 기업이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온라인상에 자유롭게 작성한 모든 텍스트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것으로 마케터의 가설이나 사전 지식 범위를 넘어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개방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오피니언 마이닝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반드시 풍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A 브랜드는 서비스가 엉망이네요”라는 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이 텍스트를 분석하더라도, ‘서비스의 어떤 부분 때문에 실망했는지’, ‘서비스에 대한 실망 때문에 A 브랜드가 아닌 다른 브랜드를 구매했는지, 아니면 서비스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에 만족하여 A 브랜드를 구매했는지’, ‘또 다른 불만은 없는지’ 등과 관련된 정보는 파악할 수 없다([표 1] 참조).
즉, 오피니언 마이닝은 마케터가 현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하도록 도와주지만, 그 현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를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정형화되지 않았다는 데이터의 특성이 빅데이터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이다. 반면 설문조사에서는 마케터가 전략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질문으로 제시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에 현상과 원인 그리고 결과 등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설문지에서 A 브랜드의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정도를 질문하고, 만족스러운 부분은 무엇이고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향후에 A 브랜드를 계속 이용할 의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질문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 즉 [그림 1]과 같이, 빅데이터와 스몰 데이터는 모두 자료 수집의 맹점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마케터의 가설이나 사전 지식을 벗어난 새로운 정보(△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고, 오피
니언 마이닝에서는 전략 수립에 필요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오피니언 마이닝의 또 다른 장점은 일부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설문조사와 달리,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수집 가능한 모든 텍스트를 분석한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오피니언 마이닝이 설문조사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온라인상의 여론과 오프라인상의 여론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온라인 게시글의 85%가 전체 인구의 14%에 의해 작성되고 있으며, 이들은 일반인들보다 젊고 외모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Field, Foley, Huet, Rich, & Salha, 2011). 즉, 온라인상의 여론은 전체 여론을 대표하기보다는 일부 집단 혹은 여론 선도층의 여론을 반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상의 여론을 전체 여론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림 2]와 같이, 오피니언 마이닝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일부 소비자들에게 치우쳐진 편향된 정보라면, 수집된 데이터의 크기가 아무리 크더라도 모집단 전체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다. 반면, 표본 수집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데이터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모집단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오피니언 마이닝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해석할 때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피니언 마이닝 분석이 모집단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그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피니언 마이닝의 진짜 장점은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정확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가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기 전에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초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상의 모든 이슈가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프라인상에서도 이슈가 된 이후에는 이미 대응 시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즉, 오피니언 마이닝을 통해 화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들을 미리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이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눈이 모두 필요하다
사람의 눈에는 빛이나 색을 느끼지 못하는 맹점(Blind Spot)이 있다. [그림 3]에서 30cm 이상 떨어진 상태에서 오른쪽 눈을 가린 채로, 왼쪽 눈으로 오른쪽의 사각형을 응시하면서 천천히 가까이 다가오면 어느 순간 왼쪽의 동그라미가 보이지 않게 된다. 이 부분이 바로 왼쪽 눈의 맹점이다. 우리가 맹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쪽 눈이 아닌 두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데이터로부터 소비자 인사이트를 얻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전통적인 조사 방법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쪽 눈만으로는 소비자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오피니언 마이닝이나 전통적인 조사 방법 모두 맹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마이닝은 실시간으로 이슈를 파악하거나 초기 이슈를 사전에 파악하고자 할 때 유용하다. 또한 마케터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이슈와 가설을 파악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반면 전통적인 조사 방법은 전체 모집단의 여론을 파악하고, 현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중장기 전략 수립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즉, 데이터로부터 소비자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는 오피니언 마이닝과 전통적인 조사 방법으로부터 각각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얻을 수 없는 정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Field, D., Foley, C., Huet, E., Rich, N., & Salha, H. (2011). Beyond the buzz on web mining. Retrieved from: https://www.bcgperspectives.com/content/articles/consumer_insight_media_entertainment_beyond_the_buzz_on_web_mining/
Marketingshepa (2013). Marketing Analytics Benchmark Report. Retrieved from: https://www.marketingsherpa.com/article/excerpt/2013-marketing-analytics-benchmark-report
[Consumer Insight] 빅데이터와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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