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진다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진다” 라는 헤드라인은 지난해 미국의 경제지들이 가장 많이 보도한 뉴스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미국 중서부에 사는 필자도 지난 한 해 하루가 다르게 동네의 매장들이 사라져 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Banana Republic, Ralph Lauren, 심지어 불황을 모른다는 Forever 21과 고정 소비자가 확고하다는 Sports Authority의 매장도 사라졌습니다.
전통적인 백화점 강자인 Macy’s 매장이 2016년에만 40개가 줄었는데 향후 3년간 3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전반적인 경기불황인가?
아니면 더욱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 때문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이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아마존(Amazon.com)이 있다는 사실은 이제 하나의 상식이 되고 있습니다.
편하고 가격까지 저렴한 아마존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닐까 생각됩니다.
광고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급부상하고 있는 아마존
그런데 아마존은 단지 온라인 쇼핑몰로서만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위 미국의 5대 IT기업이라 불리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중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은 곳은 아마존이었습니다.
특히 브랜드 마케터들에게 구글과 페이스북은 마치 마케팅의 필수 요소처럼 여겨졌던 반면,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브랜딩 플랫폼보다는 유통채널로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마존은 유통채널뿐 아니라 광고 마케팅 그리고 브랜딩 플랫폼의 중심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최근 Ad Week는 “이제 아마존은, 이 회사가 지금까지 상품 마케팅에서 성공을 거두었듯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 광고가 있다”고 보도하며 “당신이 마케터로서 구글과 페이스북이란 두 가지 플랫폼만 생각해왔다면 2018년은 거기에 아마존까지 더해 세 가지 플랫폼을 모든 마케팅 활동의 기본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심지어 향후 몇 년 안에 아마존이 구글과 페이스북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마케팅 플랫폼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대체 어떻게 변해가고 있기에 이런 전망이 속속 보도되고 있는 것일까요?
소비자 정보의 수직적 통합이 가능한 유일한 플랫폼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아마존이 구글이나 페이스북보다 소비자 구매에 대한 훨씬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강점이 소비자가 무엇을 ‘찾는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면, 페이스북의 장점은 소비자들이(혹은 그들의 친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소비자가 실제로 무엇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케팅의 기본인 Funnel model 혹은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마케팅 전략 모델로 대두되고 있는 Consumer Decision Journey Model 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단계에서 아마존의 역할이 있고, 각 단계에서 생산해내는 그리고 소비자 데이터가 있습니다.
▲Consumer Decision Journey에서 아마존의 역할
인식(구글의 정보)과 태도(페이스북의 좋아요)도 중요하지만 결국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라는 것이죠. 더구나 ‘어떠한 경로를 거쳐서’, ‘왜’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구매하고 재구매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마케터들에겐 가장 중요합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현재 월 이용자 수가 1억 8천 3백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이는 2, 3위인 이베이와 월마트를 합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숫자입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55%에 이르는 미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구글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상품 검색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구글의 주 수익원은 아직도 검색 광고인데요. 기업의 입장에서 구글 검색 광고에 쓰던 마케팅 비용을 아마존에 써야 할 이유가 더 많아진다면(그리고 조만간 그렇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아마존이 될 거란 사실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존의 소비자 데이타 수집의 범위는 어디까지?
최근 아마존은 이렇게 A에서 Z까지 이어지는 Consumer Journey 상에 소비자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Touchpoint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시선을 모으는 것은 역시 아마존 알렉사(Amazon Alexa)로 대표되는 AI 스피커 혹은 음성검색 기술입니다. 구글 수익의 80%을 점유해왔던 텍스트 기반 검색이 최근 음성 검색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데, 이 시장에서 아마존은 강력한 1위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스마트 홈으로 연결되는 Internet of Things(IoT) 시장에서도 LG 등 선두 가전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1위로 시장 지위를 확고히 해가고 있습니다.
▲아마존 Alexa를 탑재한 LG 스마트 냉장고
AI(Artificial Intelligence)로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생산되는 소비자 정보는 이제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색 데이터로 시장을 석권했던 구글도 이 시장에서는 이미 아마존에 선수를 빼앗긴 듯 보입니다. 미국 소비자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홀푸드(Whole Foods Market)를 인수한 것 역시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홀푸드는 주로 유기농 위주의 식품을 파는 전국적 식품점 체인인데요. 미국 내 가장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이 핵심 타깃입니다.
엄청난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이 아직 오프라인 매장에 뒤지는 분야가 바로 이 신선 식품 부분입니다.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배달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있었는데, 앞으로 아마존이 이를 어떻게 극복해갈지 관건입니다. 사실 이미 대도시 지역에서는 아마존 Fresh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아마존의 확실히 점유하지 못한 식품점 시장에서의 유통력까지 장악한다면, 실제 미국 내 유통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어 보입니다.
▲아마존의 Whole Foods 인수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아마존은 또한 택배시장에 진출할 것임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아마존 배달(SWA: Shipping with Amazon)이란 이름으로 조만간 미국 서부지역부터 시작하여 점차 전국으로 확대하되, 처음에는 아마존 상품들만으로 대상으로 하지만, 점차 모든 사업자로 범위를 확장한다고 합니다.
▲왜 아마존은 직접 택배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가? (출처 : Fortune Magazine 공식 유튜브)
이는 아마존이 페덱스(Fedex), 유피에스(UPS)와 직접 경쟁을 시작함으로 의미합니다. 실제 이 사업이 발표된 날 페덱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요. 아마존이 지난해에 택배비용으로만 200억 달러를 넘게 지출했다고 하니, 이 사업만으로도 굉장한 비용 절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아마존이 페덱스 등 전문 물류 업체만큼의 물류망을 갖추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겠지만, 아마존의 자금력으로 볼 때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아마존이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단지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함만이 아닙니다. 소비자의 구매에서 배달에 이르는 전 과정을 데이타베이스화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물류망을 갖춘다면, 위에서 언급한 홀푸드의 식료품 운송도 가능하게 되며, 아마존 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화가 아마존에 어떤 도움을 줄까요? 여러가지 사니리오가 가능하겠지만 예전 아마존 드론 택배 프로젝트가 생각이 납니다. 아마존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의 유일한 불만이 택배에 걸리는 시간이 있는데, 이러한 데이타베이스화는 택배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어떻게요?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구매성향 및 패턴을 미리 분석하여 소비자가 주문도 하기 전에 이미 그 지역에 물건을 배달시켜 놓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구매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이미 해당 상품은 그 지역 물류센터에 도착해있으며, 클릭과 동시에 드론이 1시간 내로 배달을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물건을 사러 마트에 갈 일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위의 이야기는 지역 간의 거리가 너무나 넓은 미국에서 매우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좀 더 많은 소비자가 이제 동네 월마트나 식료품점에 가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아마존을 통해 식료품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물건을 클릭 한 번으로 구매하고, 실제 차를 몰고 가는 것보다 더 빠른 시간에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대도시 지역에서는 좀 덜 해당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 아마존 고 소개 영상 (출처 : 아마존 공식 유튜브)
여기에 아마존 고(Amazon Go) 서비스가 있습니다. 아마존고는 쉽게 말해 무인 판매 상점입니다. 소비자가 점포에 들어가 물건을 담는 대로 자동으로 스캔이 되고, 나오면서 미리 등록된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계산을 하게 됩니다. 살짝 주목을 해보면 오프라인 구매정보마저도 모두 디지털화해서 인공지능시대의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또 하나의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아마존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입니다. JP모건과 버크셔 헤서웨이와 함께 한 이 새로운 시장에의 진출은 이제 아마존이 Walgreen이나 CVS같은 Drug Store는 물론 건강정보 및 보험 시장에까지 진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 가장 큰 시장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에 의한 원격진료 시장에까지 진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Amazon Marketing Services(AMS), 그리고 광고회사들의 움직임
최근 조사에 따르면 63%의 아마존 광고주들은 다음 해에 아마존에 대한 광고 지출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수치는 구글(54%)과 페이스북(53%)에 대한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이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북미 시장에서의 아마존에 대한 광고비 지출 계획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아마존에서 광고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기관인 ClickZ 에 따르면 아마존 검색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온라인 비디오 광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와 결합한 아마존의 타게팅 광고에 대한 광고주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아마존에는 현재 세 가지 광고 형식이 있습니다. 헤드라인 검색 광고(headline search ads), 상품 디스플레이 광고(product-display ads), 그리고 스폰서 제품(Sponsored product) 광고입니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의 광고, 특히 검색 광고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검색 광고와는 매우 다르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 구매 데이터와 직접 결합해 있기 때문에 브랜딩(branding)과 직접적 반응(direct response)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매우 복합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툴이기 때문이랍니다.
더구나 아직은 시장이 작긴 하지만 향후 예상되는 음성검색(Voice search)과의 결합은 아마존의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 시킬 것으로 예상합니다. Kenshoo의 CEO인 Yoav Izhar-Prato는 “마케터들이 아마존의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가치와 힘을 아직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아마존이야말로 브랜딩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최초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아마존은 이미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DS (Demand-Side-Platform)를 가지고 있습니다. DSP란 광고주나 마케터들이 원하는 디지털 광고 노출에 대한 수요를 하나로 모아서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광고를 적확한 타겟에게 노출시키고 과금하는 일종의 광고지면 트레이딩 시스템의 한 부분인데요. 아마존에서 생성되는 엄청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ROI(Return on Investment)가 그 어느 DSP보다 크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이미 검색 광고, 배너 광고, 그리고 세부적인 타게팅 광고에서 이미 가장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실제 제품의 판매로까지 연결되는 아마존의 특성상, Consumer Journey모델을 가장 정확하게 실현하고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이니, 마케터들에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플랫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 Marketplace Ignition 홈페이지 (출처 : https://www.marketplaceignition.com/)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2017년 WPP 산하의 Mindshare와 마케팅 퍼포먼스 전문 대행사인 Possible은 아마존 생태계(Amazon Ecosystem)만을 이용한 마케팅 패키지를 광고주들에게 내놓았습니다. 이미 아마존만을 이용한 마케팅 컨설팅 대행사인 Marketplace Ignition을 런칭하기도 했던 WPP는 이러한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마케팅이 포화된 시장에서 WPP의 차별화된 마케팅 컨설팅 역량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Operational Marketing’을 모토로 내세운 Marketplace Ignition는 “우리는 단지 브랜딩이 아닌, (아마존을 통한) 검색, 제품데이터, 전자상거래, 그리고 소비자 인사이트를 통합한 진정한 실행력에 기반한 광고주 매출 향상”을 약속합니다. 아마존이 가진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알아보고 통합적으로 서비스한다는 부분은 매출향상에 목말라하는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의 전략 그리고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미래
여러분들도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이 모든 아마존의 움직임 가운데에는 소비자 데이터가 있습니다. 4차산업 혁명, 혹은 인공지능 시대라고 하는데, 결국 데이터 없이는 모두 무용지물 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 구매 의사결정과정의 첫 인식단계부터, 검색단계, 구매단계, 그리고 나아가 소비자 로열티 관리에 따른 재구매 단계까지, 하나의 수직 계열화한 이 엄청난 플랫폼이 제대로 완성된다면 그야말로 대적할 플랫폼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아마존은 이미 구글과 마이크로 소프트를 능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넷플릭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음성을 메인으로 한 검색, DSP에 기반한 비디오 및 다양한 디스플레이 광고 채널, 온 오프라인 시장 및 배달 그리고 최고의 충성고객(아마존 프라임)까지 갖춘 아마존의 미래 시장 전략이 계획대로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구글과 페이스북을 이기고 가장 강력한 마케팅 채널이 될 것 이란 전망에 대해 별로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비록 시장은 다르지만, 아마존의 한국진출을 앞둔 지금, 한국의 광고주들은 물론 광고회사들도 아마존의 행보에 주목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WPP가 Marketplace Ignition을 통해 강조하듯이 브랜딩 중심으로만 마케팅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