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reative] 1억명의 시선을 사로잡은 올해의 주목할 만한 슈퍼볼 광고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19.04.09 04:41 조회 5313
 

 

해마다 2월이면 조금은 특별한 광고제가 펼쳐진다. 바로 미국의 슈퍼볼 광고 시즌이다. 물론 유명한 다른 광고제처럼 상이 수여되는 정식 광고제는 아니지만, 이 시즌은 광고인들에게 크리에이티브의 최신 경향을 체크할 수 있는 상당히 의미 있는 기간이다. 이 제한된 기간 동안 전 세계의 유명 브랜드들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치열한 광고 전쟁을 펼친다. 그리고 이 광고들은 소비자와 광고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연일 기사화 된다. 사실 이번 슈퍼볼은 미국의 정치적인 이슈와 싱거운 경기 내용이 맞물려 역사상 가장 재미없는 슈퍼볼로 평가받았으며, 그로 인해 광고 또한 주목 받는데 실패했다. 그렇지만 몇몇 뛰어난 광고들은 난세의 영웅처럼 빛나는 아이디어를 뽐내며 마케팅 전쟁의 승자가 됐다. 그 중 몇 개의 광고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슈퍼볼 광고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는 버거킹의 ‘앤디워홀처럼 먹어봐’이다. 이 광고에서 앤디워홀은 30초동안 아무말 없이 버거킹 와퍼의 포장지를 벗긴 다음, 하인즈 케첩을 듬뿍 발라 무표정한 표정으로 햄버거를 먹는다. 이 필름은 마치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아트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무미건조한 표현 기법의 이 필름은 화려한 그래픽이 난무하는 광고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빛났다. 처음 이 광고를 접하게 되면, 이게 실제 필름인지 아니면 3D 그래픽인지, 이 필름의 의도가 무엇인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사실 이 필름은 1982년에 제작된 덴마크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요르간 레스의 ‘미국의 66가지 풍경’이라는 다큐멘터리 클립이다. 버거킹은 이 필름을 아무 리터칭이나 그래픽적인 기법을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햄버거는 버거킹’임을 가장 미국적인 슈퍼볼 스팟에 가장 미국적인 모델과 필름을 활용하여 절묘하게 표현했다. 컨셉적으로 완벽한 아이디어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젊은 소비자들은 이런 메시지보다는 요즘에 유행하고 있는 먹방과 ASMR을 과거의 앤디워홀이 이미 구현했었다는 사실에 더 흥미로워 했다. 

 
 

 

 
 
스키틀즈의 광고는 언제나 기묘하다. 작은 스키틀즈 안에 엄청난 맛이 들어 있다는 제품의 역설적인 특징을 항상 ‘아이러니’라는 컨셉을 통해 광고로 표현한다. 그리하여 스키틀즈의 광고는 항상 행복해 보이지만 음울하고, 우울하지만 유쾌하다. 이런 스키틀즈가 이번에도 가장 기묘한 광고로 돌아왔다. ‘스키틀즈 광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그들은 광고 제목에서부터 광고가 아니라고 뻔뻔스럽게 이야기한다. 

이것은 ‘스키틀즈 광고’라는 이름의 뮤지컬이다. 그들은 실제로 슈퍼볼에 광고를 하는 대신, 경기 한 시간 전에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에서 뮤지컬 공연을 했다. 우리에게 <덱스터>라는 미드의 주인공으로 친숙한 마이클 C 홀을 주연으로 캐스팅했으며, 주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안티커머셜리즘’이다. 

경기 전 집행된 프리런칭 광고는 마이클이 스키틀즈의 뮤지컬에 캐스팅되면서 느끼는 내적 갈등을 심리상담사와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거기에서 그는 광고가 아니라 뮤지컬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자위하지만 이내 자신은 광고 모델이 되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마침내 광고 모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뮤지컬의 스토리였고, 상황이 전개되던 공간은 극장 무대 위였다. 그 순간 불이 켜지며 수많은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친다.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스토리의 광고를 완벽하게 해낸 마이클. 아이러니 속에서 혼돈에 빠진 마이클의 복잡한 표정으로 광고는 마무리된다.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성이 뼈저리게 느껴질 만큼 이 이야기는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스키틀즈는 실제 뮤지컬을 공연함과 동시에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유튜브와 음원 사이트인 스포티파이를 통해 발매했다. 뮤직비디오 역시 ‘광고는 모든 것을 망친다’는 제목과 내용으로 ‘안티커머셜리즘’을 노래하지만, 거기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전형적으로 스키틀즈를 맛있게 먹으면서 충실히 광고 모델의 역할을 수행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광고가 혼돈 그 자체라며 불평했지만, 스키틀즈는 자신들이 목표한 바를 얻어냈다. 


 

이번 광고는 두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버드라이트와 미국의 방송채널인 HBO가 합동 광고를 집행했다. 광고회사 역시 드로가5와 위든앤캐네디가 힘을 합쳤다. 

필름은 버드라이트 광고 특유의 백그라운드 뮤직과 함께 중세 시대의 결투장에서 시작된다. 버드라이트의 ‘버드기사’가 팡파레와 함께 등장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맥주를 선물하며 결투장으로 향한다. 관중들은 ‘딜리딜리’를 외치며 환호한다. 버드라이트는 2017년부터 ‘딜리딜리’라는 유행어와 함께 같은 주인공들로 여러 광고물들을 이미 집행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또 하나의 버드라이트 맥주 광고라고 생각한 채 아무런 의심 없이 광고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스토리는 중반으로 가면서 엄청난 반전을 맞이한다. 결투에서 버드기사는 맥없이 무명의 전사에게 패배하고, 곧이어 충격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시청자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하늘에서는 거대한 용이 등장해 불을 뿜으며 결투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왕좌의 게임, 파이널시즌 - HBO’라는 자막과 함께 끝을 맺는다. 맥주광고인줄 알았던 이 광고는 다름 아닌 HBO TV쇼 프로그램 런칭 광고였던 것이다. <왕좌의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미드로서, 주인공들이 어이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스토리로 유명하다. 이런 스토리의 특징을 십분 활용하여 HBO는 이번 광고에서도 가차 없이 버드기사를 결투의 제물로 삼았다. 하지만 이 광고의 가장 용기 있는 승자는 자신들 캐릭터의 죽음을 기꺼이 승낙한 버드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미국의 회계시스템 회사인 터보택스는 ‘로보차일드’라는 광고를 집행했다. 이 광고는 미드 <실리콘밸리>처럼 테크놀로지 괴짜들이 등장하는 상황극 설정의 시리즈 광고물 중 하나이다. 이런 설정을 기반으로 한 광고에서 터보택스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만 만들어 제공하는 회사가 아닌, 뛰어난 회계 시스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임을 꾸준히 강조한다. 허름한 차고 안에서 한 남자가 프로토타입 인공지능 로봇 ‘로보차일드’를 친구들에게 소개를 하는 장면으로 광고가 시작된다. 개발자가 테스트 하듯이 ‘로보차일드’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이 로봇은 천진난만한 인간의 표정으로 “터보택스의 공인회계사가 되고 싶어요.”(여기서부터 광고의 전형적인 억지 메시지가 들어가지만 나름 재미있다) 라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시니컬한 한 친구가 터보택스 공인회계사가 되는 것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만이 가능한 직업이라서 로봇에게 그 꿈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실망한 로봇은 매우 슬픈 표정으로 “하하하하 하하하하!!!” 웃으며 감정표현 오작동을 일으키게 되고 광고는 마무리 된다. 무너진 꿈 앞에 폭주하는 꼬마 로봇의 표정과 웃음소리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약간은 소름 끼친다. 

 
고장난 로봇이 말썽을 일으키는 스토리는 오래 전부터 수없이 많은 광고의 소재로 쓰여왔다. 그런 이유로 이 광고는 여러 광고 사이트에서 별로 언급되진 않았다. 그러나 터보택스는 이 소름 끼치는 블랙유머 광고로 슈퍼볼 기간 중 가장 많은 팔로워를 확보했다. ‘결국에 팔리는 것은 후라이드치킨’이라는 말처럼 때로는 전통적인 방식의 크리에이티브 전개가 더 좋은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우디의 이번 슈퍼볼 광고 역시 앞서 사례로 들었던 터보택스 광고처럼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다. 아우디는 매년 꾸준히 스토리텔링 기법의 아이디어로 효과적인 광고를 집행한다. 이번 광고를 통해 아우디 역시 터보택스 못지 않은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여 마케팅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한 남자가 끝없이 펼쳐진 보리밭을 평화롭게 거닐고 있다.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영화 <글라디에이터>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예사롭지 않은 풍경은 이곳이 천국임을 암시한다. 보리밭 한 가운데 소박하게 서 있는 집 한 채. 현관 앞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그를 발견하곤 뜨거운 포옹으로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손자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보여준다. 선물은 다름 아닌 아우디의 최신형 전기차. 세상에서 만날 수 없는 디자인과 성능을 가진 이 천상의 차를 몰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주인공의 기대에 찬 얼굴이 보여지며, 차고의 문이 열리고 찬란한 빛이 쏟아진다. 그 순간 그는 갑자기 가슴 압박을 느끼며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바로 캐슈넛(견과류)에 기도가 막혀 죽을 뻔한 주인공을 직장동료가 가까스로 살려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 기뻐하기는커녕 죽다 살아난 이 친구의 차에 대한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 압권이다. 

이 광고는 ‘2025년 현세에서도 이 차를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상꿈을 꾸면 복권을 사듯이 서양에서도 조상은 죽어서도 항상 후세를 위해 선물을 주는 존재인 것 같다. 세상 어디에서나 ‘HUMAN TRUTH’는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광고다. 

 
 
위 다섯 개의 광고에서 살펴보았듯이, 각각의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가장 효과적인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다양한 기법의 광고를 제작, 집행한다.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때로는 조금은 전통적인 문법으로. 하지만 이런 광고 제작물들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드는 생각은 ‘각각의 제작물들은 다 각자의 브랜드 DNA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브랜드들은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에 힘을 쏟는 동시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새로운 광고를 접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 브랜드에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가끔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 그 자체를 너무나 갈망한 나머지 브랜드의 일관성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순간적으로 주목 받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큰 프로젝트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일수록 우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을 깊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국광고총연합회 ·  크리에이티브 ·  슈퍼볼 ·  광고 ·  마케팅 ·  글로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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