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흔히 만났던 뮤지엄 스토어의 상품들은 전시 내용에 충실하고 현장에서 느낀 감동을 이어 가기 위한 기념품 정도의 제품들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엽서나 마그넷 정도를 만지작거리다 사 왔던 기억이 있는데요. 특별할 것 없는 재미없던 곳으로만 생각되던 뮤지엄 내 기념품 상점들이 요 몇 년 새 과거의 고루함을 벗어나 새롭게 환골탈태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 전시 기념품이 아니라, 장소가 가진 상징성을 살린 감각 있는 제품들로 오히려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는 거, 여러분은 알고 계셨을까요? 힙트레디션 (Hip tradition)는 용어가 생길 만큼, 전통문화를 젊은 층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해서 즐기는 문화 중심에 뮤지엄 굿즈가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외국인 지인, 친구들과 교류하거나 감사 표시가 필요할 때, 나만의 소장품으로 가지고 싶은 소품을 찾을 때 아이코닉한 굿즈 쇼핑을 위한 안성맞춤인 추천 장소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국립중앙박물관 < 뮷즈 브랜드 홍보관 & 박물관 상품관 >
영국의 미술전문지 아트뉴스페이퍼(Art Newspaper)가 발표한 연간 관람객 순위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작년 전 세계 6위, 아시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최근 다양한 콘텐츠로 열린 박물관이자 MZ들이 찾는 놀이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국립중앙박물관은 ‘뮤지엄(MUSEUM)’과 ‘굿즈(GOODS)’라는 말을 합쳐 ‘뮷즈 (MU:DS)’ 브랜드를 런칭, 박물관 유물과 소장품을 다양하고 신선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굿즈 아이템을 선보여, 박물관 기념품에 대한 인식도 바꿨답니다. 품절 사태를 일으키고 인기가 많아 개인 구매 수량이 정해져 있는 뮤지엄 굿즈, 이야기만 들어도 궁금증을 일으키지 않나요?
뮷즈의 대표 상품 중에 하나인,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의 발굴 3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금동대향로 미니어처'는 3D 프린팅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색깔로 구현되었으며 본래 향로의 기능을 살려 인센스 스틱을 피울 수 있게 제작된 제품인데요.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는 유물에 담긴 의미를 살려 실생활에 필요한 소품을 감각적으로 구현해,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의 소장욕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김홍도의 작품에 등장하는 선비가 그려진 잔, 여기에 차가운 술이나 물을 따르면 선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세트’는 SNS에서 큰 화제가 되면서 한때 오픈런 사태까지 만들어내었죠.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뮤지엄 굿즈를 통해 젊은 박물관으로 브랜딩함과 동시에, 매년 뮷즈 공모를 통해 디자인 및 상품 개발을 하는 등 시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독려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 3층에 따로 운영되고 있는 ‘뮷즈 브랜드 홍보관’ 전경. 2022년 국민 공모를 통해 박물관 상품 브랜드명으로 선정된 뮷즈는 이제 뮤지엄 굿즈를 일컫는 고유명사처럼 통용되고 있습니다. 힙한 감성으로 재탄생한 굿즈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 매출액은 역대 최고인 149억 원을 기록함과 동시에 해외 박물관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SNS를 통해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사진을 공개하면서 큰 화제가 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금동대향로를 모티브로 한 굿즈 등 ‘내 손안에 들어온 유물’이라는 뮷즈의 슬로건이 잘 드러나는 국립 중앙박물관의 굿즈를 대표하는 아이템들
서울공예박물관 < 박물관 가게 >
‘모두의 공예, 모두의 박물관’을 추구하며 지난 21년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정갈한 건물 속 곳곳을 장식하는 공예품이 멋진 이곳에도 특별한 상품을 찾는다면 꼭 방문해 보아야 할 굿즈 스토어가 있는데요. 명칭에서부터 공예박물관의 단아함이 드러나는 서울공예박물관의 뮤지엄 스토어 ‘박물관 가게’는 24 절기를 테마로 각 절기마다 나타내는 상징적인 스토리에 기반한 상품들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것을 콘셉트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 등 계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공예 재료를 고려한 콘셉트로, 스토어의 운영도 각 절기를 고려한 시즌 상품군 및 전통적인 공예 작품을 재해석한 자체 개발한 상품들을 선보입니다.
높은 층고와 건물이 주는 개방감이 어우러져 장소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기분을 만들어주는 박물관 가게는 스토리와 쓰임이 같이 전달될 수 있도록 각각의 제품들 또한 정성스러운 디스플레이로 진열되어 있는데요. 자연의 재료와 재료 그 자체를 가공한 정교한 제품들, 한국적인 미학을 표현한 실생활용품들을 만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합니다.
▲ 천정을 장식하는 김헌철 작가의 <시간의 흐름> 작품으로 멋진 공간을 보여주고 있는 박물관 가게 전경. 모래시계 형태의 붉은색 그러데이션 유리 오브제를 블로잉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서울 공예 박물관에 설치된 ‘시민 소통 공예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9개의 공예 작품 중 하나입니다.
▲ 철마다 생산되는 자연 재료로 만드는 정교한 공예품 및 전통적인 공예 작품을 재해석한 자체 개발한 상품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박물관 가게 전경. 다양한 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도록 매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입점 제품들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DDP 디자인 스토어 >
앞선 두 곳이 전통을 재해석한 스토리에 집중한다면,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톡톡 튀는 상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광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DDP 디자인 스토어인데요. 자체적으로 큐레이팅한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뿐만 아니라 서울시 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 디자인 굿즈 또한 만날 수 있습니다.
DDP 디자인 스토어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아이디어가 있는 브랜드를 발굴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고, 국내 디자인 기업들의 상생을 도모하고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공 유통 플랫폼을 표방한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디자이너 10인과 협업해 DDP의 가치를 콘셉트로 만든 한정판 굿즈 20종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선물하기 좋은 유머러스한 기념품들부터, 트렌디함이 돋보이는 힙한 굿즈 등 한국을 상징하는 제품들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유용할 거 같은 디자인 상품들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 DDP 개관 10주년를 기념한 콜라보레이션 굿즈들로 새단장한 DDP 디자인 스토어.
▲ 최근 DDP 디자인 스토어에서 처음 공개 및 판매가 시작된 서울시 상징 캐릭터 '해치&소울프렌즈'를 비롯한 알록달록한 색감이 돋보이는 서울시 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 디자인 굿즈 섹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창의성
가지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상품을 감각적으로 만들어 트렌드를 리딩 하는 것. 뮤지엄 굿즈의 인기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준 기회 창출이자, 박물관에게는 미래 세대에게 문턱을 낮추는 기회가 되는 모두에게 윈윈 하는 긍정적 시너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특정 기업이나 행사, 전시를 기념하는 아이템 정도로 홍보 수단 정도로 여겨졌던 굿즈가 오히려 특별한 탄생 스토리와 함께 한정판 제품이라는 희귀성까지 더해져,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특별한 아이템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되는데요. 공공 기관과 사업들도 얼마든지 새로운 시선과 방향성으로 핫해질 수 있다는 것을 뮤지엄 굿즈, 뮷즈를 통해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