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준세이 박윤철 포토그래퍼
생성형 AI를 통한 영상, 이미지 생성은 이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DALLE) 등 이미 사람들은 많은 생성형 AI 툴을 통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생성형 AI의 등장이 광고 사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랫동안 광고 사진업에 종사하며 전자 제품, 화장품 등의 광고 사진을 찍어왔고, 최근에는 AI를 접목한 광고 사진 영역에 뛰어들고 있는 스튜디오 준세이(JUNSEI)의 대표 박윤철 포토그래퍼를 인터뷰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9년차 포토그래퍼, 스튜디오 준세이의 박윤철이라고 합니다. 10년 동안 광고 전문 스튜디오 세컨드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삼성 갤럭시와 탭시리즈, 워치, 버즈 등의 키비주얼을 진행했습니다. 아모레 퍼시픽, LG생활건강 브랜드의 제품 과 인물 촬영, 기타 TVC 연예인 지면 광고 등도 했고요. 영상에서는 코스메틱 브랜드 필름에 텍스쳐 오퍼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준세이는 어떤 곳이며, ‘JUNSEI’는 어떤 뜻인가요?
스튜디오 준세이는 코스메틱 브랜드의 제품과 인물, 디지털 콘텐츠 개발 및 제작 그리고 TVC 지면 광고 등을 전문으로 하는 광고 전문 상업 사진 스튜디오입니다. 요즘은 AI를 활용한 콘텐츠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이름에 사실 큰 의미는 없고요(웃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인 ‘냉정과 열정 사이’의 남자 주인공 이름입니다. 그래서 스튜디오 이름을 준세이라고 지었습니다. 요즘은 박윤철이라는 이름보다는 준세이 실장이라고 더 많이 불립니다.
광고 사진을 촬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일단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퀄리티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쉽게 풀릴 것들도 깊게 생각하죠. 머릿속에서 촬영을 몇 번이나 미리 끝내놔야 실제로 들어갔을 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결과물이 끝도 없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라이트(Light)에 대한 퀄리티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1mm 차이도 예민하게 작업합니다. 오히려 광고주분들이나 아트 실장님들이 “저희는 됐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라고 질문할 때도 많아요.(웃음) 최종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아쉬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그렇게 작업합니다.
코스메틱 브랜드 촬영물을 보면 ‘질감’을 정말 잘 표현하시는 것 같습니다. 본인만의 작업 과정이나 노하우 같은 것이 있을까요?
스튜디오 입사 첫날부터 에뛰드의 립스틱 텍스쳐 촬영이 있었는데, 첫 출근 날 새벽 4시에 퇴근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런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텍스쳐 촬영이란 게 제형의 성질 파악, 손기술, 도구 활용 그리고 앵글도 중요하지만, 만들어낸 텍스쳐를 라이트로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야 좋은 텍스쳐컷이 나오더라고요. 텍스쳐 작업에 한창 미쳐있을 때는 철물점이나 화방에 가면 3~4시간씩 있었습니다. 저는 생활 모든 것에서 텍스쳐의 도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새로운 도구들을 계속해서 모으고 있고요.
최근 AI를 활용한 광고 사진 작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AI 툴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를 하는 것 같은데, 직접 활용해 본 느낌은 어떤가요?
최근에 국내 코스메틱 브랜드의 제품을 AI로 생성된 이미지와 실사로 촬영된 데이터를 활용해 인쇄 광고를 진행했습니다. 온에어를 앞두고 있는데, 2주 동안 거의 잠 못 자고 작업했습니다. 초반에는 제품을 360도로 전부 찍어서 학습시킨 데이터로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제품 느낌 그대로 온전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AI를
통해 제대로 된 이미지를 생성하고, 실사 촬영본을 접목해서 인쇄가 가능한 수준까지 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현재로서는 AI를 활용하는 것이 기존 작업에 비해서 시간이 더 많이 듭니다. 이번에 작업한 광고가 고생한 만큼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는데, 온에어됐을 때 대중들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앞으로 AI가 더 발전한다면 실체 카메라로 촬영하는 작업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까요? 포토그래퍼님이 생각하는 앞으로 광고 사진 업계의 미래는 어떤가요?
AI가 가까운 미래에는 분명 사용 가능한 기술력까지 올라갈 것이 라고는 생각합니다만, 브랜드의 제품은 항상 새롭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소비되기 때문에 광고 사진은 제품의 특성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데 AI가 만든 이미지는 제품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컷을 생성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런 수준이라면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오히려 AI는 촬영하기 까다롭고 번거로운 소스를 만들어서 사용하거나 로케이션이 필요한 이미지를 제약 없이 생성하는 부분에서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인쇄 광고에는 아직 한계가 있고,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저는 AI가 포토샵 같은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누구나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처럼요. AI의 등장과는 별개로 전문가의 영역에서 보면 실력과 크리에이티브는 항상 존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포토그래퍼님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광고 사진 스튜디오에서 사진 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광고 사진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광고 사진이 지금까지도 재밌고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잡지 사진이나 더 자유도 높은 패션 사진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AI를 공부하는 이유도 제가 못해 본 사진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이번 생은 앞으로도 제가 목숨보다 사랑하는 사진 생활을 더 열심히 오랫동안 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컷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