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만큼은 많은 브랜드들이 따뜻해지는 시간입니다. 유머를 쓰더라도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들죠. 전통적인 무드 안에 각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크리스마스 광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루이스는, 에일리언 소녀와 지구 소년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작은 순간들’의 소중함을 담았죠. 2020년 많은 이들이 락다운으로 가족을 만날 수 없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올해는 누구나 작은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는 메시지입니다. 존루이스는 늘 하던 대로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따뜻하지만 조금은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Extra의 명절 대처법
▲Extra Gum: “Together Again” | :60s Holiday Film(출처: EXTRA Gum)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족이 모인다는 건, 귀찮은 관심과 잔소리, 당황스러움도 함께 모인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이에 슬기롭게 대처하고자, 미국의 껌 브랜드 Extra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뭔가 부정적인 얘기를 하고 싶을 땐, 그저 말하기 전에 껌을 씹으라는 거죠. 선물 같지 않은 선물을 받았을 때, 웃기지 않은 아재 개그에 웃어야 할 때, 여자친구의 당황스러운 취향을 발견했을 때, 보지 말아야 할 광경을 마주쳤을 때, ‘말하지 않은 채’ 남겨두는 게 더 좋다고 말합니다. 껌을 씹으며 그 순간을 넘기라는 거죠. 결국, 모두가 모인 식탁에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참기 위해, 함께 껌을 씹는 장면으로 영상은 끝이 납니다.
작년엔 팬데믹으로 세계 많은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답지 않게 보냈습니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들이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죠. Extra는 그와 반대로 모두가 모였을 때 마주치는 어려움을 다뤘습니다. 대신, 어렵게 모였으니 부정적인 말은 마음에 남겨두고 껌을 씹는 방법을 제안한 겁니다. 껌의 새로운 역할을 멋지게 제안한 것이죠.
놓칠 수 없는 크리스마스 매직
세상에 진짜 ‘크리스마스 마법’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오히려 산타나 요정 같은 건 믿지 않는 사람이 더 많죠. 하지만 따뜻한 동화를 보면 누구나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아일랜드의 슈퍼마켓 체인 SuperValu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뭉클한 영상을 선물했습니다. 스필버그의 E.T의 감성을 담아서.
▲SuperValu: Share the Magic(출처: Ads of Brands)
어린 소녀는 뒷마당에서 다리를 다친 사슴을 발견합니다. 소녀는 첫눈에 그 사슴이 산타와 함께 일하는 순록이라고 믿죠. 사슴에게 당근을 사서 먹이고, 다친 다리를 치료하고 훈련시키며, 산타에게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부모는 그런 소녀가 실망할까 봐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죠. 마침내 소녀를 앉혀놓고 조심스럽게 얘기합니다. 그 사슴은 산타의 순록이 아니라고. 하지만 소녀는 오히려 사슴을 산타에게 돌려보낼 결심을 합니다. 어두워진 밤, 골목에 서서 사슴에게 어서 날아가라고 소리치죠. 크리스마스 전에 산타에게 도착해야 한다고 울먹입니다. 하지만 사슴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때 늘 소녀를 훔쳐보던 동네 아이들이 모두 나와서 함께 응원합니다. 산타에게 날아가라고 힘을 더하죠. 그 순간 매직이 일어났습니다. 사슴은 정말 산타의 순록처럼 하늘을 날아갑니다. 마치 예전 E.T에서 봤던 장면처럼 아이들의 응원 속에 하늘을 날아가며 해피엔딩을 그립니다.
SuperValu는 1분 30초의 짧은 동화를 만들었습니다. 팬데믹으로 모두가 상처 입은 2년간의 시간, 브랜드는 ‘회복’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친 사슴을 등장시켰고, 사슴은 소녀의 지극정성으로 회복할 뿐만 아니라 매직까지 이뤄지게 하죠. 그리고 함께 매직을 나누자고 전합니다. 우리는 그 매직을 믿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실 크리스마스에 통할 수 있는 감동, 정통의 방법을 찾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위해 더블린 TBWA의 크리에이터들도 많은 밤을 새웠겠죠. 짧지만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 이야기입니다.
산타 자신의 사랑
산타클로스는 늘 누군가의 사랑을 이뤄지게 하거나 마음을 전하는 역할을 주로 합니다. 산타만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는 흔치 않죠. 하지만, 노르웨이의 우체국 Posten은 산타의 특별한 사랑을 그렸습니다.
▲When Harry met Santa ENG SUB(출처: Posten)
어느 날 우연히 집에서 산타를 마주친 남자. 그들은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그때부터 그들은 어려운 사랑을 시작하죠. 이른바 롱디 커플. 게다가 허락된 시간은 일 년에 단 몇 분. 산타는 크리스마스가 제일 바쁘기에 남자의 집에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그리움은 점점 더 커져가죠.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남자는 북극에 편지를 보냅니다.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건 당신이라고. 마침내 찾아온 크리스마스이브, 남자는 옷을 차려입고 산타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문을 두드린 건 산타가 아니라 우체국 직원입니다. 실망해 들어와 보니, 거실에 산타가 기다리고 있죠. 누군가의 도움을 빌려서 올해는 온전히 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온전히 하룻밤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 그들은 따뜻한 키스를 나눕니다. 산타가 게이라는 설정의 러브스토리입니다.
누군가에겐 이 영상이 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남자들만의 러브신도 생소한데, 산타와 다른 남자의 러브신은 더 낯설게 다가오니까요. 노르웨이는 내년이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지 50주년 되는 해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사랑할 수 있게 한 지 50주년이라고 말하죠. 그들의 앞서가는 포용성을 기리기 위해 산타의 사랑을 만들었습니다.
아직은 어느 곳에서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 Posten은 그들의 힘을 소수의 사랑에 보탰습니다.
크리스마스 동화를 만드는 힘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만든다는 건, 자신의 브랜드를 어느 정도 숨기고 세일즈보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자신의 브랜드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선택하라는 콘텐츠도 많습니다. 하지만 ‘동화’라면 조금 달라야 합니다. 어느 정도 과감함이 필요합니다. 물건이 어느 정도 팔릴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니까요.
▲Unexpected Guest | John Lewis & Partners | Christmas Ad 2021(출처: John Lewis)
올해 존루이스 영상엔 특별한 기념품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펭귄 몬티가 등장하고,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만들기도 했던 존루이스는 올해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지금 영국의 많은 소매점들은 물품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존루이스도 따로 시즌 굿즈를 만들지 않고, 이미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활용한 거죠. 나아가 존루이스는 ‘선물하는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작은 순간들을 다시 경험하고 되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합니다. 세일즈보다는 메시지를 나누는 데 주력했다고 밝힙니다.
크리스마스는 사실 특별한 날이 아닙니다. 오히려 평범한 날들의 특별함을 느끼는 날이죠.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늘 만나던 사람을 만나고 그런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시간들입니다. 존루이스의 이야기는 예전처럼 감동을 주진 않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은 그래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들이 크리스마스를 소중히 다루듯, 소중한 메시지를 공유하듯, 우리에게도 소중히 다뤄야 할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장 평범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