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빛과 그림자
2010년 이후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시작으로 현재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밴드 등에 이르기까지 SNS(Social Network Services)로 통칭되는 소셜 미디어는 전세계적으로 월 사용자가 20억 명을 훌쩍 넘어서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9명은 하나 이상의 소셜 미디어를 앱으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소셜 미디어의 비약적인 발전의 이유는 그 중심에 있는 페이스북을 대표로 살펴볼 수 있는데, 최근 소셜 미디어의 사용 목적은 초기의 ‘온라인에서 인맥을 쌓는데 도움을 준다’는 객체형 공간에서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연결의 허브가 된다’는 주체형 공간으로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소셜 미디어는 1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온·오프라인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만큼 급부상하였고,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 이용자 또한 변화를 느끼기도 어려울 만큼 자연스럽게 그 영향권에 들어갔다.
기업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성장
소셜 미디어 이용자가 급증한 만큼 기업들 역시 소비자와의 소통 창구로서 기업이나 브랜드 페이지를 개설하여 다양한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업 내 소셜 미디어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특히 공감이나 체험 커뮤니티 개념이 강화되면서 발생한 ‘트리플 미디어(Triple Media)’ 전략은 주요 미디어 간의 선택과 조합의 접근방식을 제안하고 있지만, 사실상 새롭게 성장 중인 언드 미디어(Earned media)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언드 미디어는 제3자가 정보를 발신하는 평가 미디어로 기업과 고객과의 소통 창구로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 중 소통 창구의 핵심 역할을 하는 소셜 미디어는 기업들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모색하기 위한 핵심 정보망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기업이나 마케터는 전략적인 관리와 운영을 고민해야 한다.
간과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의 특징
소셜 미디어는 분명 기업들에게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로 마케팅이나 홍보를 할 수 있는 질 좋은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된다. 최근 많은 마케팅 성공 사례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발생하고, 다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크지 않은 노력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그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꽤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쉽게 페이지를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 때문인지 소셜 미디어 접근을 가볍게 시작하는 경향이 많다. 구체적이고 치밀한 계획 없이 시장의 흐름이나 경쟁사의 동향에 맞춰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셜 미디어가 가져올 수 있는 파장이나 효과에 대한 안일한 판단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의 주체는 기업이 아닌 소비자이며, 개방형 플랫폼 안에서 수많은 정보의 교환을 통해 소비자들은 특정 여론을 형성하고 기업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런 소셜 미디어를 접근할 때, 기업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특징들이 있다. 첫째는 소셜 미디어에서 정보는 다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정보를 갖고 있던 기업이나 특정 기관이 주도권을 쥐고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해당 기업과 소비자 간의 쌍방향으로만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환경이 아니다. 정보 노출에 대한 선택권이 적은 소셜 미디어에서 정보의 흐름은 이해관계자 사이를 벗어나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 사이를 돌고 있다. 소비자 간 정보 교환은 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큰 힘을 가지기 시작했다.
둘째, 소셜 미디어는 이해관계자를 벗어나 이슈에 관심을 갖는 모든 소비자들이 결집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보통 소셜 미디어에서 크게 확산되는 기업이슈는 기업의 위기와 직결된 경우가 많다. 만약 해당 기업의 평소 활동이나 사회적인 이미지가 이미 부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을 때, 결집 현상의 정도가 심해지고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결집의 정도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뿐만 아니라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이용의 확대로 소비자의 목소리가 기업의 수익뿐만 아니라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게된 만큼 소셜 미디어에 대한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의 빛과 그림자
기업의 의도와 관계없이 소셜 미디어 안에서 수많은 정보들은 사회적인 관심이나 트렌드와 맞물려 시의적절한 이슈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확산되고 있다. 그 영향력이 기업에 끼치는 결과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의 평소 활동과 이미지에 따라 긍정 혹은 부정으로 나뉘게 되며, 소셜 미디어로 인해 기업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상황을 우리는 최근 쉽게 접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존재감 있는 기업에 대한 정보와 소비자 활동이 더 풍부한 편인데, 기업의 소셜 미디어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이나 기대 등이 크게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례들은 대부분 우리가 아는 기업일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최근 ‘갓뚜기’라 불리며 착한 기업의 상징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오뚜기는 오뚜기 소유주 일가의 선행과 승계 과정에서 덕목이 잇따라 밝혀지고 사회적 이슈였던 상속세,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깨끗한 기업임이 SNS로 전파되면서 뜨거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이런 소셜 미디어에서 폭발한 지지가 실제 오뚜기 매출 신장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산업 전반의 의견이다. 사회적으로 부의 대물림, 갑질 논란, 서민 경제 악화 등 계층간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오뚜기가 지켜온 일관된 기업 활동이 소셜 미디어라는 공유, 확산의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과 긍정의 케미스트리를 만든 사례이다.
비슷한 사례로 LG전자의 경우를 들 수 있다. LG는 제품 성능이 좋고 각종 선행도 앞장서는데 홍보가 부족하다며 소비자들이 LG전자의 제품 기술력에 대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콘텐츠로 생산하여 확산하는 일이 벌어졌다. 좋은 기술력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오해를 막기 위해 ‘과소 광고’하는 LG전자의 진정성에 대해 소비자들은 흥미를 느끼고 소셜 미디어 등에 최신 제품과 선행을 대신 알리고 즐거워했다. 이런 소비자들의 정보 확산 행동은 결국 일종의 놀이처럼 확산되어 다른 소비자들이 알려지지 않은 LG전자의 기업 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선행한 사람을 찾아 수천만원씩 지원하는 ‘LG의인상’이나 선대에 있었던 독립운동 행적 등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바보 LG” 라고 불리며 “갓뚜기” 함께 대표적인 착한 기업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렇듯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업의 미담이 재조명되는 사례도 있지만, 반대로 소셜 미디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들이 더 많다. 최근 논란을 빚은 미국 유명 항공사 U사의 승객 거부 사건이 대표적이다. 비행기에서 오버 부킹을 빌미로 이미 탑승한 베트남계 미국인 승객에게 좌석 포기를 강요했고, 의사였던 승객이 환자와의 예약을 이유로 거절하자 항공사는 공항 경찰을 동원해 승객을 비행기 밖으로 끌어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으로 인한 승객의 부상이 발생했고, 당시 이 상황은 다른 승객의 휴대폰에 녹화되어 해당 영상이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전 세계의 공분을 사게 되었다. 여전히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U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에 있었던 다국적기업 N사의 사례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잘못된 소셜 미디어 대응이 만드는 결과까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N사에 팜유를 공급하는 회사가 무분별하게 산림을 파괴하는 바람에 오랑우탄을 멸종시키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문제 삼는 동영상을 유튜브 등에 게재하고 N사를 압박했다. N사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저작권 등을 문제 삼아 다시 동영상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고, 또 사람들이 N사의 페이스북 기업 페이지를 공격하자 페이스북 담당자들은 부정적인 글들을 지우거나 소비자를 무시하고 비꼬는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으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셜 미디어에서 시작된 비난 여론이 전방위적으로 거세지자 N사는 결국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게 되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는 기업이 생각지 못한 양극단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대부분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나 의도하지 않은 활동, 계획되지 않은 단계에서 기회나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의 빛과 그림자는 단순히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를 모두 도래할 수 있다는 뻔한 결론이 아니라, 그런 불확실성을 가진 미디어로서의 빛과 그림자를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교훈이 있다.
공존하는 빛과 그림자
기업이 소셜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빛과 그림자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양날의 검처럼 늘 함께 있으면서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먼저 기업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먼저 소셜 미디어의 이슈와 트렌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과거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 방법으로,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소셜 미디어에서 전혀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다. 기업은 소셜 미디어 내에 이슈가 되고 있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그 이슈 안에 기업의 메시지를 어떻게 정보화시켜 전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의 현재 메시지의 방향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다음으로 기업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다면 매력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소비자들은 기업보다 더 강력한 정보력을 가지고 기업이 가진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이 갖고 있는 실체 이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거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으려 과장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이나 반감을 사는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앞에 착한 기업 사례로 언급한 오뚜기와 LG전자의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기업 모두 기업활동에 대해 인위적인 방법으로 알리려 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일관된 활동을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봤다는 데 있다. 기업은 소셜 미디어라는 환경에서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이는가’를 찾는 방법보다 어떤 활동이나 실체를 진정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유지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셜 미디어의 소비자는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파트너라고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셜 미디어는 미디어 관점에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채널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실제 소셜 미디어 활동을 계획하거나 이미 실행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미디어 관점에서 벗어나 소셜 미디어 내에서 소비자들과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발전해 나가느냐를 고민하고, 그것이 결국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 늘 소비자들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기업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는 기업이 브랜드를 공고히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소비자들과의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공간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소셜 미디어는 빅데이터, AI 등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통하는 중심 허브로 발전 중에 있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고 기업은 지금보다 더 그 힘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커진 소셜 미디어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결국 그 안에 존재하는 소비자들의 힘과 권력을 기업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소셜 미디어의 패러다임은 소비자에게 있고, 기업은 미디어가 아닌 소비자를 먼저 관찰하고 이해하는 기본에서 그 빛과 그림자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