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언론의 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로 한국언론재단이 공개한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발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국민의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세계 36개국 가운데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일부 언론들을 중심으로 미디어 윤리 규범 마련 등의 자정 노력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보도와 관련해서는 과거 행태에서 크게 변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보도행태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경영 스타일을 정치적으로 엮어 부정적으로 몰아가는가 하면, 공적 관심사라고 볼 수 없는 사생활까지 들춰내며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더팩트(www.tf.co.kr)가 최근 보도한 기업 경영인 관련 기사는 그런 점에서 인터넷신문위원회 기사심의 대상에 상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더팩트는 지난 6월 27일 <어?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차 타이어가 미쉐린?>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조양래 회장 롤스로이스에 맞는 한국타이어 있다?>, <안철수 ‘책임론’으로 본 조양래 회장의 ‘도의적 책임론’> 등 조양래 회장 관련 기사를 5건 연달아 게재한데 이어, 7월 16일과 17일에는 <롯데, 백화점 내 ‘서미경 식당’ 정리…내년 1월 퇴점>, <‘신격호 사실혼’ 서미경, 롯데백화점 노른자 식당 퇴점, 왜?>라는 다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연이어 보도한 바 있다.
특히 한국타이어 관련 기사의 경우, 내용을 살펴보면 10년간 제기되어 온 ‘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건과 관련해 조양래 회장과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조 회장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의 차가 4억 원대의 ‘롤스로이스’인 것을 발견했고, 그 롤스로이스의 타이어가 ‘미쉐린’이었다는 내용을 다루면서 ‘단독 보도’라고 전하고 있다.
소위 ‘찌라시’에서나 회자될 법한 이야기다. 더욱이 한국 타이어 회장이 타는 ‘롤스로이스의 타이어가 미쉐린’이라는 것이 ‘단독 보도’라고 할 만큼 신문에서 크게 다뤄야 할 주제인지, 그리고 그 내용이 연속 보도되어야 할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적으로 이슈가 된 바 있는 안철수 전 의원과 엮은 기사도 기획부터 선정적 소재를 물색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기사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언론의 신뢰도 하락 가속화시켜
한 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최근 우리 기업도 속칭 ‘카더라’ 수준인 것을 마치 확인된 팩트인 양 ‘00기업 총수 알고 보니 헉!’이라는 머리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작성해서 인터넷 포털 이곳저곳에 뿌려 곤욕을 치룬 바 있다”며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사라기보다는 기업의 홍보실 압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회장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숨어서 사진촬영을 하는 속칭 ‘뻗치기’ 취재도 문제다. 경영인의 사무실 급습뿐만 아니라 개인적 행사까지 찾아와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하고, 절차를 밟아서 인터뷰하자는 정중한 요청도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홍보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사진 등을 대문짝만하게 찍어 기사화하는데, 이 또한 저널리즘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카메라를 거부하는 기업CEO나 직원들의 몸짓도 주요 기삿거리가 된다. 이 경우 독자들은 전후 사정을 모른 채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 취재 거부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광고주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자의 비윤리적 취재 및 보도 행위’로 응답자의 74.4%가 ‘취재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면서 취재 요청’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언론 관련 전문 변호사는 “국민 누구에게도 불편을 주지 않는 사소한 일이나 공적 관심사에 해당되지 않는 사생활에 관련된 일까지 보도하는 것은 ‘알권리’라는 명분으로 면죄부 되기 어렵다”면서 “공인이라도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나, 사인의 사적 영역에 대한 경우에는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