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댄스 댄스 댄스’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문화적 제설작업’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잡지사의 자유 기고가. 그는 맛집, 멋집을 찾아내고 조사해서 글을 쓴다. 그는 마감일을 어긴 적이 없었고, 군소리를 하지 않았으며, 일솜씨도 꼼꼼했다. 잡지사는 그런 일들을 요구했으며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했다고. 쓰레기 치우기나 눈 치우기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나는 이러한 식의 문화적 우수리 일을 계속하고 있다. 문화적 제설작업이란 말이다.”
얼마 전부터 다시 이 표현이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게 됐습니다. 내가 혹여 영혼 없이 일하는 광고적 제설작업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쓰레기 치우기, 눈 치우기. 광고적 제설작업. 이러다 보니 레퍼런스들을 볼 때도 쓰레기(?)를 다룬 사례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쓰레기를 만들까봐 걱정이지만, 혹여라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그런 의지랄까요? 네, 그래서 쓰레기를 다룬 사례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Makro_LIFE EXTENDING STICKERS
Makro - LIFE EXTENDING STICKERS
음식물 쓰레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3대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 쓰레기는 땅속에서 방대한 메탄가스를 뿜어대고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더 해롭다고 합니다. 이런 음식물 쓰레기의 40%는 과일과 채소에서 발생한다고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유는 과일과 채소는 ‘신선할 때’ 바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색깔이 조금 달라져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음에도 선입견 때문에 버려지고, 이 버려진 음식물이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환경을 위협하는 것이죠. 그런데 과일과 채소의 숙성상태에 따라 영양소가 다르고, 그 숙성 상태마다 최적의 레시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나나가 덜 숙성된 초록색일 때는 튀김으로 만들면 맛있고, 완연히 숙성된 검은색인 상태일 때는 컵케이크로 만들면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숙성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는데, 채소와 과일 입장에서는 쉽게 버려지니 안타까운 일이겠죠.
콜롬비아의 슈퍼마켓인 Makro 역시 이를 안타깝게 여겨, 과일과 채소의 숙성상태에 따라 가장 맛있는 음식을 알려주는 스티커 라벨을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LIFE EXTENDING STICKERS.’ 보통 소비자들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과일과 채소를 고를 때, 익은 것보다 덜 익은 과일과 채소를 고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덜 익은 과일과 채소를 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죠.
숙성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요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LIFE EXTENDING STICKERS’는 숙성상태에 적합한 음식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공하여 효율적인 소비를 도울 뿐만 아니라, 색깔에 대한 선입견으로 의미 없이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를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arull a supermarket_The Fresh System
Carulla supermarket - The Fresh System
IKEA - ScrapsBook A Waste-less Cookbook
Carull a supermarket_The Fresh System
Carulla supermarket - The Fresh System
콜롬비아의 또 다른 슈퍼마켓은 좀 다른 접근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사람들이 과일과 채소를 버리는 이유는 예상보다 너무 빨리 상했기 때문이라고 본 것입니다.
과일, 채소가 상하는 이유는 에틸렌 때문으로 숙성을 도와주는 천연가스라고 합니다. 이 에틸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과일과 채소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오래 보관할수록 음식물 쓰레기는 줄어들게 될 테니깐요.
아이디어의 출발은 원소주기율표였습니다. 과일과 채소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배출의 정도를 원소주기율표와 같은 표로 만들었습니다. 이 표를 통해 에틸렌이 발생하는 조합을 알면 과일과 채소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이죠. 빠른 숙성을 원한다면? 에틸렌이 많이 발생하는 과일과 채소를 같이 묶어서 보관하고, 반대로 오래 보존하고 싶다면? 에틸렌이 적은 것들끼리 보관하면 되는 것이죠. 매장마다 이 The Fresh System이 반영됐습니다.
아이디어의 출발은 원소주기율표였습니다. 과일과 채소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배출의 정도를 원소주기율표와 같은 표로 만들었습니다. 이 표를 통해 에틸렌이 발생하는 조합을 알면 과일과 채소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이죠. 빠른 숙성을 원한다면? 에틸렌이 많이 발생하는 과일과 채소를 같이 묶어서 보관하고, 반대로 오래 보존하고 싶다면? 에틸렌이 적은 것들끼리 보관하면 되는 것이죠. 매장마다 이 The Fresh System이 반영됐습니다.
빠른 숙성을 원한다면? 에틸렌이 많이 발생하는 과일과 채소를 같이 묶어서 보관하고, 반대로 오래 보존하고 싶다면? 에틸렌이 적은 것들끼리 보관하면 되는 것이죠. 매장마다 이 The Fresh System이 반영됐습니다.
IKEA_The ScrapsBook
IKEA - ScrapsBook A Waste-less Cookbook
IKEA는 조금 더 나아간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폐기될 식재료를 버리지 말고 요리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제로웨이스트 무브먼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IKEA 캐나다는 폐기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 레시피 책 ‘IKEA The ScrapsBook: A Waste-less Cookbook’를 발표했습니다.
이 레시피 책에는 북미에서 활동 중인 10명의 셰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작된 것인데, 평소에는 버려지는 야채 조각이나 과일 껍질, 심지어 달걀 껍질이나 닭 뼈 같은 것까지도 식재료로 사용한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과, 생강, 콩, 당근 등의 요리하고 남아 버리게 되는 자투리 부분을 이용해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레시피 등을 담은 책입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전자책으로 제작되어 Apple Books나 Google Play, IKEA 사이트에서 무료로 배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