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상파가 위기라는 얘기는 이제 너무도 많이 언급되어 별다른 놀라움이나 의아함보다는 자연스러운시대적 흐름으로 수용되고 있다. 최근 15년 동안, 매년
1,000억 원 내외로 광고비 규모가 감소하고 있고, 최근에는 파업으로 또 많은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파업에 대한 원인이나 의견을 피력할 의사는 전혀 없다. 또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원인 때문에 광고시장이 줄어들고 지상파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탄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한 어쩔 수 없는 외적 변인들이 아니라, 콘트롤이 가능한 요인들로 지상파 광고시장의 정확한 감소 원인과 가능한 대책을 제시하고 논의해볼까 한다.
40년 동안 변화 없는 지상파 정책 개선 시급
인쇄 매체의 쇠락은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놀랍게도 지상파는 결코 그렇지 않다. 지상파를 포함하는 TV광고 시장이 국내의 경우처럼 대폭 감소했거나 감소하고 있는 사례는 실질적으로 지상파가 사라진 대만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표 1>에서 보여주듯이 2010년 대비 2015
년의 세계적인 TV광고비 규모는 39.6%에서 39.4%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또한 다른 자료를 통한 통계에서도 2001년 대비 2017년 TV광고비 규모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상황이 그렇다면 국내에서만 지상파 광고시장의 몰락(?)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상파 광고시장의 몰락이라는 표현이 과도할 수도 있지만 <표 2>의 통계를 보면 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지상파TV 광고비 규모는 2002년 전체 광고비의 약 38%에서 2017년 약 17% 정도로 반토막 이상의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매체 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장의 급성장, 종편 채널들의 등장과 유료방송(예: CJ E&M)의 성장, 그리고 IPTV 등 풍부한 대안 매체들의 출현과 확장은 모두 전통 매체인 지상파TV 광고시장에 부정적인 힘으로 작용하였고, TV 시청의 패러다임 또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매체의 성장은 세계적인 일이고 시청 패러다임의 변화도 우리만의 일이 아닌데, 유독 국내에서만 이렇게 지상파 광고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입법과 행정부
의 정책적 실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지상파TV가 독보적인 매체력을 갖는 시대에 만들어진 차등적인 규제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매우 비정상적인 법규들이, 매체 환경적으로는, 세상이 완전히 바뀌고도 남을 40여 년 동안 전혀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시장의 가치와 수급이 반영되는 모드로 전환해야
핵심적인 문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제도에서 세계가 모두 사용하고 있는 보편적인 방법이 외면되어 왔고,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는점. 둘째, 가치와 수요/공급에 의한 판매가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해 광고주들이 투자를 꺼리게 만들었다는 점. 셋째, 중간광고 등 과도하고 차등적인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점. 마지막으로 광고산업을 대표하는 광고대행사 보상제도의 모순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위 내용들을 모두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어, 매우 간략하게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디어렙 법안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없었던 방송광고 독점판매 못지않게 터무니없는 법안이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의 방송광고 판매가 자사 렙이나 방송사의 선택 또는 직접판매인데, 우리는 판매 렙을 강제하고 거기다 중소방송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강제적 끼워팔기를 명문화하였다. 중소방송을 당장 다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광고주의 선택이 전제되지 못하는 강제적 연계판매는 그 지원의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 지상파 중간광고를 유료방송이나 종편 수준으로 허용하여도 광고비 증액 효과는 500억원 미만 수준에 머물 것으로 판단되며, 이미 시기적으로(매체 환경과 시청 패러다임의 변화) 너무도 늦은 이 제도는 시장의 가치와 수급이 반영되는 모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여전히 필요하다.
셋째, 효과에 대한 보장 없는 과도한 패키지 판매는 광고주의 투자를 위축시킨다. 패키징을 하다보니 보장이 안되고, 보장이 안되니 요금도 알 수 없는 이상한 판매가 지속되고 있다. 당장은 더 많이 파는 것 같지만, 결국은 광고 투자를 감소시킨다. 마지막으로 광고대행사의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무료이며, 일한 만큼의 대가가 아니라 매체비의 일정 비율 커미션을 보상받는 현재 산업 구조로는 산업 스스로 발전 토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준비 기간을 통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보상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결국 방송광고뿐만 아니라 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언급한 내용들이 단기간에 실천될 수도 없겠지만, 그렇게 된다 가정해도 지상파의 몰락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 정도와 시기가 치료할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통합적 시청률 산출이나 시청방법의 변화를 고려하는 새로운 가치 평가 등이 전제된다면 감소의 기울기를 평형하게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언급한 모든 변화는 예외 없이 생각이 다른 매체 및 단체들과 사활을 건 긴 싸움(?)에서 이긴다는 전제가 남으며, 이러한 불가능한 과정을 지상파가 오로지 생존 본능으로 통과한다 하여도, 입법이나 행정부의
광고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와 냉대가 어떤 것도 쉽지 않게 할 것이다.
광고산업에 대한 바른 이해와 과감한 추진력 필요
결국 지상파가 궁극적으로 살길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언급한 모든 법/제도 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되어 가치와 수급에 의한 광고 거래가 산업에 자연스러운 일로 위치한다면, 지상파는 현재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광고주의 광고 투자에 대한 확신과 함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판매 증가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인정은 다시 새로운 시청 평가를 토대로 하는 뉴미디어와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과거와 같은 영광은 아니지만, 한류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유지되는 정도의 지상파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지상파의 살길은 바로 UHD TV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고화질 영상을 전파로 보내서 다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라는 것이 아니라, ATSC(Advanced TV Systems Committee) 3.0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 TV로의 변화가 바로 모든 활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ATSC 3.0 서비스는 전파와 인터넷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을 갖게 되며, 새로운 형태의 양방향뿐만 아닌 양방향+복합 서비스가 가능한 획기적인 서비스 모델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TSC 3.0에
서는 지역과 타겟에 따라 다른 콘텐츠와 광고를 보낼 수도 있으며, 최대 12개 채널에 HD방송을 전달할 수 있는 MMS(multi mode system), 방송과 연계되든 그렇지 않든 모두에서 T-commerce도 가능하게 한다. 한마디로 ATSC 3.0 서비스는 이제까지의 디지털 TV의 모든 범주를 뛰어넘어 인터넷 영역과 모바일 영역까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상파 TV에 대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간광고 하나도 관철하지 못하는 지상파가 과연 도깨비 방망이 같은 무한한 힘을 갖는 ATSC 3.0 서비스를 어느 정도 탑재할 수 있을지는 우리 모두가 상상하기 어려운 이슈가 아니다. 두 가지 제안한 길 모두 어느 길이라도 너무도 통과하기 어렵다. 부디 광고산업에 대한 바른 이해와 새로운 정부의 과감한 추진력으로 아름다운 한류 콘텐츠가 지구촌에 지속적으로 넘쳐나길 기대해본다.
[위기의 지상파 생존 전략과 미디어 활용 방안 ①] 위기의 지상파 탈출구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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