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뉴욕이었다. 숙소를 나설 때 누군가 건네는 기분 좋은 스몰톡, 어떤 옷을 입어도 신경 쓰지 않는 묘한 자유로움, 바쁜 도심 속 바다처럼 펼쳐진 센트럴 파크까지 뉴욕의 매력을 말하자면 끝이 없다. 세 번째 방문인 만큼 웬만한 기념비적인 관광지는 모두 이전에 끝낸 터라 이번 여행에선 새로운 장소들을 찾아가봤다. 자유의 여신상, 타임 스퀘어에 가려진 뉴욕의 히든 플레이스를 소개해본다.
높게 치솟은 덤보 브릿지 앞에서 사진 찍는 건 빼놓을 수 없는 뉴욕 여행 코스 중 하나다. 사진만 찍고 가긴 아까우니 덤보 포토스팟 우측 길 너머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브루클린 플리마켓도 구경해보는 걸 추천한다. 다양한 LP를 쌓아두고 디제잉하는 아저씨를 발견했다면 마켓 입구를 잘 찾은 것이다. 이곳에선 누구나 주말에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플리마켓을 거니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길거리 가판대에 각자의 독특한 아이템을 전시해두고 취향을 나누는 모습은 흡사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 발행된 라이프 잡지부터 브루클린에 사는 젊은 예술가가 만든 것 같은 인테리어 소품까지, 없는 게 없는 브루클린 플리마켓에서 서울과는 다른 매력을 느껴보시라.
긴 웨이팅으로 모마 미술관을 놓쳐 아쉽다면, 소호에서도 모마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한 모마 굿즈뿐만 아니라 일층에서는 키친, 데스크를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지하 일층으로 내려가면 조명, 가구, 아이들을 위한 창의적인 장난감까지 만날 수 있다. 소호 모마 디자인 스토어를 구글맵에 치면 뉴욕의 선물가게로 등록돼 있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귀여운 디자인 아이디어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형형색색 모마 특유의 컬러와 고딕한 폰트로 적혀 있는 영문의 물건들은 지갑을 열기에 충분하다.
치솟은 환율로 인해 뉴욕 여행의 여파가 오늘날까지 다소 선명히 남아있다. 하지만 14시간 걸려 날아가야 하는 저 반대편의 뉴욕, 또 언제 가볼 수 있을까. 젊은 날, 30살이 되어 갔던 한낮의 뉴욕은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될 것 같아 가벼워진 통장 따위는 살며시 눈감아본다. 가장 젊은 오늘, 예술과 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