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은 양서류여, 그림을 그리세요
HS Ad 기사입력 2024.09.27 09:12 조회 421
 


개구리의 행복
 
 
처음 뵙겠습니다. 개구리입니다. 거리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이 거리 저 거리 오가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팔기도 합니다. 잘 되냐고요? 파리만 날립니다. 아니, 파리라도 날리면 낼름 먹고 굶지는 않을 텐데(개구리니까…) 한 입 거리 날파리 한 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을 그려야 될까요? 무엇을 그려야 천하장사 소시지 하나라도 사 먹을 돈이 날까요?
 
옛날 생각이 납니다. 그때도 다름없이 가난했었지요. 판잣집에 세 들어 살던 판잣집. 뒷골목 단칸단칸방 친구와 팽이를 치고 술래잡기를 했죠. 다리에 힘이 다 빠지면 집에 가서 놀았습니다. 아들 혼자 두고 일 나가신 부모님이 미안함에 사주신 선물. 게임기가 있었거든요. 어머니 오실 때까지 밤이 다 될 때까지 뿅뿅 거리며 놀았습니다.
 
또렷이 생각납니다. 주인집과 골목길 사이에서, 언제라도 날아가버릴 것 같던 우리 이부자리를 지켜주던 작은 문. 그 녹슬고 기울어진 녹색 철문. 그래요. 그걸 그릴게요. 다 그렸습니다. 제목은 <안드레 찌들의 '쫍은 문'>. 어때요? 저 이제 천하장사 소시지 먹을 수 있을까요?




직접 그린 그림을 판매하고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게임이다. (이하 모든 출처 본인)


개구리의 낭만 
 
죄송합니다. 오늘부로 접게 됐습니다. 망한 건 아니고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거액의 투자를 받게 됐습니다. 내일부터는 따땃한 실내에서 모실 수 있겠네요. 게임으로 치면 part 2, stage 2 뭐 그런 겁니다.
 
끝내 화가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꿈을 잃고 방황을 거듭하다 느지막이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그때쯤 문학의 재미에 눈뜨게 됐고요. 재수학원 야간자습을 째고 밤 산책을 하며 오디오북을 들었고 시구절을 흥얼거리며 동네 뒷산 약수터를 오르내렸습니다. 국문학과에 진학하고 교내 백일장에서 2년 연속 상을 받으며 어쩌면 문학의 길이 내 길이다 싶었죠. 하지만 익숙한 느낌은 또다시 찾아옵니다. 딱 그 정도가 저의 한계였던 거예요.
 
왜 항상 저는 남들이 시키지도 않은 낭만에 매료되었다가, 왜 또 저 혼자 낭패감을 느끼고 도망치는 걸까요? 영원히 그 낭만 속에 들어가 살 수는 없는 건가요?
 
~라고 할 뻔했지만! 이제 쓸데없는 질문이죠. 저는 이 바닥, 이 업계 최고의 화가니까요. 우하하하.




유명 화가의 꿈을 이뤘지만, 그곳엔 온통 3D 폴리곤뿐이었다.


인간의 출근길
 
 
이 게임의 이름은 <파스파투: 배고픈 예술가>. 공항철도를 타고 공덕역으로 달리는 그 30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는 매우 가벼운 게임이다. 진행 또한 매우 순탄해서 그냥 쓱쓱 낙서를 그리듯 한 스무 점의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어디 어디의 초청을 받고 흉상이 세워지는 둥 꽃밭 가득한 해피엔딩을 보게 된다. 다만 흔들리는 공항철도 안에서 태블릿 PC와 펜슬을 꾹 쥐어 가며 시뻘게진 두 눈으로 뚫어져라 보는 그 일련의 과정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경험이었다.
 
저 개구리는 어째서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걸까. 아니 그보다 왜 주인공이 개구리여야만 했을까. 그건 우리의 삶이 양서류의 삶과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 아닐까. 물과 뭍(땅)을 수시로 오가며 살 수밖에 없는 양서류처럼, 꿈과 현실을 수시로 오가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서가 아닐까.
 
물에 닿지 않고 뭍(땅)에만 머물면 머지않아 말라죽듯이, 꿈에 닿지 않고 현실에만 머물면 결국 말라죽는 것이 인간의 삶일까. 뭍(땅)에 발 딛지 않고 물에만 머물면 서서히 잠겨 죽듯이, 현실에 발 딛지 않고 낭만에만 푹 젖으면 그대로 잠겨 죽는 것이 인간의 삶인 걸까? 지옥철에 낑겨 출근하는 현실이 내 몸을 졸라도 그 잠깐 30분의 행복이 지금의 나를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삶이긴 하겠다. 적어도 나의 삶이긴 하겠다.
 
태블릿 PC로도 출시가 된 만큼, 평소 놀리고 있는 태블릿 PC가 많은 우리 광고인들에게 쉽게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다. (← 아마 편집해 주시는 분은 이 부분을 볼드 처리 해주실 것 같다.) 입력취소나 되돌리기 기능이 없어서 당혹스럽겠지만, 그것은 포토샵이라는 초거대 자본의 기술집약적 상품을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우리 광고인들의 일상일 뿐이고, 이것은 또 이것대로 가난한 화가의 리얼 라이프라고 생각하면 되기에, 단점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가격은 커피 한 잔 값. 오늘은 커피라는 우물 대신 화가가 되는 시간으로 퐁당 빠져보는 게 어떨까.
 
흠뻑이라 쓸까 하다가 어감이 좀 더 귀엽고 라이트 한 '퐁당'으로 고쳐 적으며, 이만 개구리는 물러가겠다.



파스파투: 배고픈 예술가 (Passpartout: The Starving Artist)


 
HSAd ·  passpartout: the starving artist ·  모바일게임 ·  모바일게임추천 ·  배고픈예술가 ·  파스파투 ·  파스파투: 배고픈 예술가 · 
이 기사에 대한 의견 ( 총 0개 )
2023년 광고 시장 결산 및 2024년 전망
2023년 연초 광고 시장에 드리웠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 2021년 20.4%라는 큰 성장 이후 2022년 5.4% 재 성장하며 숨 고르기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던 광고 시장이었다. 하지만 발표된 다수의 전망들은 2023년 광고 시장의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광고비는 전년 대비 3.1%p 하락으로 전망됐고, 이중 방송 광고비는 17.7% 감소가 예상됐다.
[어텐션, 크리에이터]2023 최다 조회수 인기 쇼츠 TOP 5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오는 유튜브 쇼츠. 그중에서도 소수의 영상만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대중에게 널리 널리 퍼진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해엔 어떤 쇼츠가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을까? 올해 콘텐츠를 준비하기에 앞서 2023년 가장 많은 조회 수를 끈 쇼츠를 복습해 보자.
[월간 2024밈] 12월 편 - 사실 넘 부러웠어요
  •  사실 넘 부러웠어요 •  아이폰 스티커가 이모티콘으로!? •  집에서 만드는 초간단 트리?밖에서 만드는 동물 눈사람??  •  도레미 챌린지 •  가나디? 귀여워?    사실 넘 부러웠어요   상대방이 부러울 때 사용하기 좋은 '사실 넘 부러웠어요' 밈. 틱톡의 댓글에서 시작된 밈이
2024년 미디어&광고 동향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하나가 되어 지난 2월, ‘DUNE : Part Two’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의 소식으로 한동안 연예계가 들썩였다. 덕분에 생각지 못한 멋진 영화를 접했고, 올해 미디어 전략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나에게 광활한 아라키스 행성의 사막 폭풍을 헤쳐 나가는 티모시의 여정은 좀 더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영화 속 결정적인
[Close up] 2022년 국내 광고 시장 9.3% 성장한 15조 2,842억 원 전망
 2022년 국내 광고 시장 9.3% 성장한 15조 2,842억 원 전망 제일기획, 국내 총 광고비 결산 및 전망 발표 자료제공 제일기획  
[Column] 광고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순기능
광고는 자유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는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안하여, 인생의 목표를 수정하게 하고, 현실의 고독함을 미래의 희망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그 풍요로운 삶의 제안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문명사회에서 광고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역할이 결정되고, 사회의 다른 제도들과 통합적인 기능을 할 때 인간의 희망적인 삶이 광고로 인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광고가 현재 인간과 사회에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광고가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간 2024밈] 12월 편 - 사실 넘 부러웠어요
  •  사실 넘 부러웠어요 •  아이폰 스티커가 이모티콘으로!? •  집에서 만드는 초간단 트리?밖에서 만드는 동물 눈사람??  •  도레미 챌린지 •  가나디? 귀여워?    사실 넘 부러웠어요   상대방이 부러울 때 사용하기 좋은 '사실 넘 부러웠어요' 밈. 틱톡의 댓글에서 시작된 밈이
[테크 돋보기] 얼굴이 말해 주는 것들 |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MIT는 매년 3월마다 격월지 『테크놀로지 리뷰』를 통해 10대 유망 기술(Breakthrough Technologies)을 선정한다. IT 전문 기관 가트너가 매년 10월 선정하는 전략 기술과 마찬가지로 업계에서 무게감을 가지며, 기술의 발전 속도나 활용성에 대해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올해 선정된 유망 기술 중 얼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결제 기술에 대해 살펴보자.     MIT 선정 혁신 기술, ‘얼굴 인식&rsquo
광고회사 광고주 현황조사
광고회사 현황조사 광고회사 성장세 주춤한 가운데, 해외물량 늘어 ’23년 10대 광고회사 취급액 20조 8,218억 원
우리가 궁금한 소비 트렌드가 여기에! <2025 D.라이프 시그널 리포트>
  어느새 다가온 2025년. 새해에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라이프스타일과 비즈니스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대홍기획이 발간한 <2025 D.라이프 시그널 리포트>에서 그 시그널을 확인해보세요. 우리 주변의 흥미로운 현상들, 파편처럼 보이던 이슈를 이어 그 저변을 관통하는 소비와 비즈니스의 맥락을 찾을 수 있답니다!   Q 대홍기획이 발행하는 <D.라이프 시그널 리포트>란 무엇인가요?
[Column] 광고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순기능
광고는 자유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는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안하여, 인생의 목표를 수정하게 하고, 현실의 고독함을 미래의 희망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그 풍요로운 삶의 제안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문명사회에서 광고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역할이 결정되고, 사회의 다른 제도들과 통합적인 기능을 할 때 인간의 희망적인 삶이 광고로 인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광고가 현재 인간과 사회에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광고가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간 2024밈] 12월 편 - 사실 넘 부러웠어요
  •  사실 넘 부러웠어요 •  아이폰 스티커가 이모티콘으로!? •  집에서 만드는 초간단 트리?밖에서 만드는 동물 눈사람??  •  도레미 챌린지 •  가나디? 귀여워?    사실 넘 부러웠어요   상대방이 부러울 때 사용하기 좋은 '사실 넘 부러웠어요' 밈. 틱톡의 댓글에서 시작된 밈이
[테크 돋보기] 얼굴이 말해 주는 것들 |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MIT는 매년 3월마다 격월지 『테크놀로지 리뷰』를 통해 10대 유망 기술(Breakthrough Technologies)을 선정한다. IT 전문 기관 가트너가 매년 10월 선정하는 전략 기술과 마찬가지로 업계에서 무게감을 가지며, 기술의 발전 속도나 활용성에 대해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올해 선정된 유망 기술 중 얼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결제 기술에 대해 살펴보자.     MIT 선정 혁신 기술, ‘얼굴 인식&rsquo
광고회사 광고주 현황조사
광고회사 현황조사 광고회사 성장세 주춤한 가운데, 해외물량 늘어 ’23년 10대 광고회사 취급액 20조 8,218억 원
우리가 궁금한 소비 트렌드가 여기에! <2025 D.라이프 시그널 리포트>
  어느새 다가온 2025년. 새해에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라이프스타일과 비즈니스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대홍기획이 발간한 <2025 D.라이프 시그널 리포트>에서 그 시그널을 확인해보세요. 우리 주변의 흥미로운 현상들, 파편처럼 보이던 이슈를 이어 그 저변을 관통하는 소비와 비즈니스의 맥락을 찾을 수 있답니다!   Q 대홍기획이 발행하는 <D.라이프 시그널 리포트>란 무엇인가요?
[Column] 광고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순기능
광고는 자유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는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제안하여, 인생의 목표를 수정하게 하고, 현실의 고독함을 미래의 희망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그 풍요로운 삶의 제안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문명사회에서 광고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역할이 결정되고, 사회의 다른 제도들과 통합적인 기능을 할 때 인간의 희망적인 삶이 광고로 인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광고가 현재 인간과 사회에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광고가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간 2024밈] 12월 편 - 사실 넘 부러웠어요
  •  사실 넘 부러웠어요 •  아이폰 스티커가 이모티콘으로!? •  집에서 만드는 초간단 트리?밖에서 만드는 동물 눈사람??  •  도레미 챌린지 •  가나디? 귀여워?    사실 넘 부러웠어요   상대방이 부러울 때 사용하기 좋은 '사실 넘 부러웠어요' 밈. 틱톡의 댓글에서 시작된 밈이
[테크 돋보기] 얼굴이 말해 주는 것들 |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MIT는 매년 3월마다 격월지 『테크놀로지 리뷰』를 통해 10대 유망 기술(Breakthrough Technologies)을 선정한다. IT 전문 기관 가트너가 매년 10월 선정하는 전략 기술과 마찬가지로 업계에서 무게감을 가지며, 기술의 발전 속도나 활용성에 대해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올해 선정된 유망 기술 중 얼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결제 기술에 대해 살펴보자.     MIT 선정 혁신 기술, ‘얼굴 인식&rsquo
광고회사 광고주 현황조사
광고회사 현황조사 광고회사 성장세 주춤한 가운데, 해외물량 늘어 ’23년 10대 광고회사 취급액 20조 8,218억 원
우리가 궁금한 소비 트렌드가 여기에! <2025 D.라이프 시그널 리포트>
  어느새 다가온 2025년. 새해에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요? 라이프스타일과 비즈니스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대홍기획이 발간한 <2025 D.라이프 시그널 리포트>에서 그 시그널을 확인해보세요. 우리 주변의 흥미로운 현상들, 파편처럼 보이던 이슈를 이어 그 저변을 관통하는 소비와 비즈니스의 맥락을 찾을 수 있답니다!   Q 대홍기획이 발행하는 <D.라이프 시그널 리포트>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