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다’는 건 큰 힘을 지닙니다. 같은 감성을 느낄 수 있고, 함께한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같은 생각을 한다는 동료애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많은 브랜드들이 당신이 관심 가지고 있고, 경험하게 되고 좋아하게 된 것을 놓치지 않습니다. 같은 관심 혹은 취향을 보여주면서 늘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를 만들어갑니다.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을 맞아 수많은 브랜드들은 응원 메시지를 담거나 함께 즐기자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나라의 큰 행사에 함께 동참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슈퍼볼 시즌을 맞아 사람들이 경기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 ‘광고’에 효과적으로 등장하고자 합니다. 그 시간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쉬지 않고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음을 함께 전하는 거죠.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광고를 봐주고 평가까지 서슴지 않고 해주는 시간대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광고는 늘 ‘당신’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당신과 브랜드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는 스키틀즈
슈퍼볼 시즌은 많은 브랜드들이 마케팅 전쟁을 치르는 시기입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광고를 집행하고 소비자의 관심과 호응을 얻거나 최악의 마케팅으로 혹평을 받기도 합니다. 광고의 축제이자 시험대 같은 행사입니다. 올해도 많은 브랜드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매번 특이한 광고를 만드는 스키틀즈 또한 변함없습니다. 올해도 특이함을 잊지 않고 선보이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 특이함은 광고 내용에 그치지 않고, 광고를 집행하는 방법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슈퍼볼을 위해 만든 광고를 슈퍼볼에는 집행하지 않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볼수록 좋은 광고를 오히려, 오직 한사람에게만 온에어하기로 했으니까요.
이 ‘특이함’을 알리기 위해 스키틀즈는 다섯 가지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첫 번째 광고는 뉴스 장면입니다. 앵커가 등장해 스키틀즈 광고는 오직 한 사람에게만 노출될 거라고 얘기합니다. 랜덤으로 선택된 십대인 마르코스 메넨데스가 주인공입니다. 광고는 2월 4일 게임 중, 페이스북을 통해 마르코스에게만 보여지며, 사람들은 그 광고를 보는 마르코스의 반응만 볼 수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것’에 더 많은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어서 스키틀즈는 4개의 광고 트레일러를 선보였습니다. 4편 모두 프렌즈의 주인공이었던 데이빗 쉼머가 등장합니다. 하나같이 독특한 전개입니다. 그는 광고에서 얘기합니다.이 광고가 슈퍼볼 광고인지 궁금해하겠지만, 한사람에게만 온에어될 거라 나도 얘기해줄 수가 없습니다. 나도 매우 궁금해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광고 주인공이 데이빗 쉼머도 이 광고의 전부를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는 시종일관 한손엔 스키틀즈를 들고 특이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80년대 선생님처럼 등장해 샌드위치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하늘을 날기도 하고, 눈에서 레이저를 뿜기도 하고, 인형처럼 소인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는 이들에게 어떤 게 진짜 슈퍼볼 광고인지 맞춰보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이 광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한 듯 보입니다. 트레일러 조회수는 단 몇 시간 만에 8만 7천 뷰를 넘어섰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이 독특한 광고가 스키틀즈 매출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사람들의 관심은 얼마나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모두들 의아해하는 듯합니다. 마르코스의 리액션을 보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방문할지도 두고 볼 일입니다.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 장면을 되살린 오스카
미국 영화계 가장 큰 축제인 오스카. 올해로 90회를 맞는 이 축제는 작년 잊을 수 없는 큰 실수를 남겼습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작품상의 주인공을 잘못 호명한 거죠. ‘문라이트’를 불렀어야 했는데, 여우주연상이 적힌 봉투를 잘못 받아서 ‘라라랜드’라고 호명한 겁니다. 뒤늦게 실수를 알아챈 사회자와 시상자는 다시 ‘문라이트’로 수상자를 정정했으나, 이 해프닝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습니다. 라라랜드 팀도 문라이트 팀도 당황한 순간이었죠.
워낙 큰 사건이었기에, 작년 시상식의 사회자였던 지미 키멜은 트라우마를 앓고 있나 봅니다. 상담실에 누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년 시상식 해프닝 이후, 집으로 배달된 메일은 하나도 읽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모두 ‘봉투’에 들어있기 때문이죠. 사람이 오스카 트로피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름을 틀리게 부르는 사람한텐 불같이 화를 냅니다. 시상식에서 입었던 턱시도도 태워 보지만 효과는 없습니다. 더 악몽 같은 건 올해도 사회자로 나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호소합니다. 그의 하소연을 듣고 있던 사람은 의사나 전문 상담사가 아니라 워렌 비티입니다. ‘문라이트’를 ‘라라랜드’로 잘못 부른 바로 그 시상자죠. 워렌 비티는 그때의 악몽을 모두 극복한 듯, 지미에게 ‘내 집에서 나가’라고 쏘아붙입니다.
모두 2018년 3월 4일 열릴 90회 오스카 시상식 광고 내용입니다. 올해도 지미 키멜이 사회를 볼 오스카를 기대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죠. 위트 있습니다. 시상식 사상 가장 악몽 같았던 해프닝을 되살려, 오스카에 주목하게 합니다. 오스카는 지혜롭게 ‘당신이 기억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점을 십분 활용해 위트 있는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건, 이런 콘텐츠도 가능하게 합니다.
당신만 보이는 광고
다른 사람은 해당되지 않고, 오직 ‘당신만’ 해당된다는 사실은 서로의 사이를 가장 가깝게 만들어 주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당신만 알고 있어야 할 진실’을 털어놓기도 하죠.
이케아도 ‘당신만’의 마법을 만들고자 합니다. 예비 엄마에게만 보이는 유아용 침대 광고를 만들었으니까요.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인쇄 광고입니다. 여느 이케아 광고처럼 제품이 보이고 그 옆에 가격이 씌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케아는 이 광고에, 광고에 처음 적용되는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바로 임산부가 광고에 볼 일을 봐야 필요한 메시지가 보이는 거죠. 임산부가 화장실 대신 광고지에 볼 일을 보면, 광고지가 임신 테스트기처럼 색이 변하는 겁니다. 광고인 동시에 임신 여부를 알 수 있게 한 테스트기가 됩니다.
나아가 선물도 잊지 않았습니다. 색이 변하면서 임산부에게만 적용되는 할인 가격이 마침내 보이게 되는 겁니다. 이케아와 예비 엄마만 알고 있는 가격인 거죠. 이케아는 임신 테스트기에 적용되는 원리를 그대로 광고에 적용했습니다. 실제 잡지에 집행된 이 광고는 다소 절차가 귀찮아 보이긴 합니다만 기발하기도 합니다. 다만, 더렵혀진 이 광고 페이지를 어떻게 매장에 가져가서 할인을 받아야 할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습니다.
유아용 침대를 꼭 사야 하는 예비 엄마에게는 자신만 특별히 할인 받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아질 테니, 광고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케아는 늘 ‘놀라움’을 보여주기 위해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식품 브랜드 Kraft는 첫 슈퍼볼 광고로, 당신만 보이는 광고를 만들고자 합니다. 유명 셀레브리티나 연예인을 모델로 만드는 광고가 아닌, 2월 4일 함께하고 있는 가족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광고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2월 4일 오전 6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가족사진이나 동영상을 SNS를 통해 올리는 겁니다. Kraft의 캠페인 테마인 ‘FamilyGreatly’라는 해쉬태그를 달면 됩니다. 광고는 당일 바로 편집돼 게임 후반에 집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선정된 사람들은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광고에 등장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거죠.
소비자가 낸 사진을 활용한다거나 직접 제출한 영상으로 만드는 광고는 많았습니다. 다만 그날 업로드한 가족사진이 슈퍼볼 광고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니, 적어도 이벤트한 참여한 사람들은 Kraft광고를 가장 열심히 보게 될 겁니다. 크게 기발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슈퍼볼 게임 중에도 당신 가족 가까이에 있는 브랜드임을 잊지 않고 전할 수는 있습니다.
함께한다는 것
결국 모든 마케팅은 소비자와 함께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버드와이저는 ‘Stand by me’라는 노래와 함께 재난 시엔 늘 맥주 대신 물을 담아 재난이 일어난 곳에 달려간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큰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노래 가사에 맞춰 이어지는 그들의 노력은 브랜드에 호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버드와이저처럼 다이렉트한 방법은 아니지만, 독특한 방법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키틀즈도, 타깃을 위한 특별한 메시지를 만들어낸 이케아와 크래프트도, 모두가 아는 얘기를 되살린 오스카도 결국은 함께하고 있고 고객에게 늘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의 개성을 잊지 않고 메시지를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늘 괴짜의 모습을 한 스키틀즈도, 늘 새로움을 선보이는 이케아도 그들답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들은 늘 당신 가까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