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정밀한 메타버스 본디(Bondee), 그 성공과 한계
제일기획 기사입력 2023.03.31 12:00 조회 2493
 이종철_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

소셜 미디어는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다. 유저 자체가 콘텐츠인 특성상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만이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10년 이상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비결이며, 인스타그램 인수가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따라서 젠리, 제페토 등 새롭게 등장하는 소셜 미디어들은 주로 소셜을 처음 접해보는 유저, 즉, 10대들을 타깃팅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1020은 물론 3040까지 유입에 성공시킨 서비스가 있었으니, 극도로 단순화된 메타버스 서비스 ‘본디(Bondee)’다.


쉽고도 재미있는 본디 아바타 생성 과정


(출처: 본디 공식 홈페이지)


본디는 제페토와 싸이월드 등의 장점만을 뽑아 놓은 서비스다. 계정 생성부터 다른 앱에서 익숙한 ‘아바타 만들기’의 과정을 그대로 사용한다. 사용자는 아바타의 눈, 코, 입, 얼굴형 등 최소한의 외형을 직접 설정할 수 있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옷을 입힌다. 이 과정으로 생성된 캐릭터는 주로 홍콩 등지에서 제작되는 창작 피규어 형태와 유사하다. 강력한 출판만화 IP를 얼마나 잘 유사하게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인 일본 피규어와 달리 홍콩이나 여타 아시아 지역에서는 창작 피규어가 시리즈물로 출시되며, 주로 본디처럼 미니멀하며 무심하고 귀여운 형태를 갖고 있다.

이 과정은 극도로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추가해 “캐릭터만 만들고 접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있는 RPG 게임들의 캐릭터 생성과는 차이가 있다. RPG 유저들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지만, 반대로 이 과정이 허들이 되기도 하는데, 본디는 이 과정을 비교적 단순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그 결과물 역시 부족하지 않았다.


피규어를 닮은 아바타 꾸미기로 인기몰이
(출처: 구글 플레이 스토어)


피규어는 곧 마케팅 도구가 된다

틱톡과 젠리, 클럽하우스 등 후발주자들의 성공 이면에는 훌륭한 바이럴 마케팅 요소들이 있었다. 이 요소를 갖지 못한 서비스들은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지 못한다. 본디 역시 자사 서비스 아바타가 피규어 형태인 점에 착안해 ‘초대장’을 제작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 캐릭터 생성이 완료되면, 실제 피규어 포장과 유사한 형태의 아바타 카드를 만들어주며,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다른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형태의 아바타 카드


이 과정에서 본디에 대한 관심도가 폭발하며, ‘나도 이런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다른 사용자로 하여금 갖게 만든다. 다른 사용자를 유입하도록 하는 초대장 역시 비슷한 형태로, QR이나 전화번호로 타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정밀하게 계산된 각 소셜 미디어의 인기 요소들

본디는 단순해 보이지만 각 소셜 미디어의 인기 요소를 철저하게 차용한 서비스다. 아바타 생성 과정은 제페토와 유사하지만 조금 더 간단하다.

캐릭터 생성 이후에는 자신의 방을 꾸미게 되는데, 3D 공간에 가구들을 이리저리 배치하는 과정은 싸이월드 미니룸 꾸미기와 비슷하다. 이렇게 방을 꾸미고 나면 서로의 방에 찾아가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는데, 이 포스트잇은 싸이월드 방명록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포스트잇이라는 강점을 살려 친구들은 주로 ‘압류’, ‘층간 소음 배려해주세요’ 같은 문구를 붙이기도 한다.


본디 속 개인 공간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놀 수 있다


방을 꾸민 친구끼리는 ‘아파트’ 기능을 통해 서로의 방을 한눈에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데, 유저 간의 친화력을 높이는 동시에 친구의 방을 눌러 탐색하는 인터페이스도 된다.

친구들끼리 소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채팅, 광장, 포스트잇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기능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친구와 대화하기 위한 중심 공간으로는 광장이 있으며, 이 광장에서 친구들이 사전 설정한 현재 상태가 한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중 대화를 원하는 친구를 터치하면 친구와 대화하거나 친구의 방으로 놀러 갈 수 있다.

친구의 방에서 포스트잇을 남긴 후에는 아파트 버튼을 눌러 방을 모아놓은 아파트 공간으로 이동 가능하다. 만약 대화창을 선택하면 마치 카카오톡, 왓츠앱과 같은 메신저 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메신저 창은 사진과 동영상, 음성 채팅과 텍스트 채팅 같은 단순한 기능만을 제공하지만,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캐릭터가 직접 움직이며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 모두 채팅 앱의 움짤(GIF), 움직이는 이모티콘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이다. 즉, 최신 채팅 앱의 트렌드 역시 충분히 차용하고 있다.


아바타 감정 표현


공간에서 타임라인 버튼을 누르면, 타임라인 위주 서비스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타임라인으로 친구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발견의 공간

본디는 틱톡과 같은 알고리즘 위주의 서비스도 아니고, 인스타그램처럼 무한정 친구를 늘릴 수도 없다. 다른 서비스에 비해 ‘발견’에 대한 제한이 있는 셈인데, 이 기능을 ‘플로팅’으로 해결한다. 플로팅은 캐릭터가 보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기능으로, 실시간으로 플로팅 중인 유저들과 우연히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캐릭터와 만나 함께 인증사진을 찍거나 친구를 맺을 수 있다. 플로팅 화면은 스마트폰 대기 화면으로 쓸 수 있도록 시계를 표시해주기도 하며, 화면을 하루 종일 켜놓고 플로팅 중인 다른 사용자를 만나도록 한다. 만약 이 플로팅이 힘들고 지루하다면, 오토 플로팅 기능을 통해 앱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아바타가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고 인증샷을 찍도록 한다. 이 인증샷들은 임시 보관함에 저장되며, 플로팅 앨범에 고정할 수 있다.


이용자를 서로 이어주는, 본디의 플로팅 및 해류병 서비스


플로팅 기능과는 별도로 ‘해류병’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랜덤 사용자에게 물병 편지를 띄우는 기능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게임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해류병을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다.


참여하기와 메타버스

본디의 이 과정 대부분은 사용자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다른 거대 소셜 미디어와의 차이가 있다. 현존 최고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은 인플루언서와 관객이 나뉘는 경향이 있으며, 알고리즘 역시 주요 사용자를 먼저 띄우고 추천하는 데 주력한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역시 인플루언서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제페토, 호라이즌 등의 메타버스처럼 본디는 직접 참여를 유도하고, 그 참여 안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커넥트 2020 행사에서 메타버스의 강점이 실제 세계처럼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우연한 만남)’가 가능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본디 역시 이 우연한 만남을 서비스 내에서 구현하려 노력 중이다. 본디의 핵심은 소셜 미디어지만, 메타버스로 봐도 무리가 없는 이유가 이 세렌디피티의 도입 여부 때문이다.


다소 폐쇄적인 메타버스

현재 메타버스 서비스 대부분의 성적은 좋지 못하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가장 대표적인 메타버스로 자리 잡았지만 2021년 기준 영업손실 295억 원, 당기순손실 1,129억 원을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디가 굳이 메타버스에 가까운 서비스를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본디는 가입 후 뭘 해야 할지를 알기 어려운 제페토와 다르게 상태, 채팅, 집 꾸미기, 플로팅 등의 단순한 기능만으로 시작했다.

특히 기존의 친구를 초대할 수 있도록 해 친구 만들기에 큰 부담이 없었고, 친구 수 역시 50명으로 제한해 작은 규모로 친구를 늘리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이 폐쇄성이 초창기 본디의 매력이며, 이같은 특성을 통해 출시 3개월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MAU) 3만 1,489명, 일간 활성 이용자(DAU) 4만 6,716명을 기록했다. 특히 양대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1위를 메타버스 소셜 미디어가 차지한 건 제페토 이후 오랜만의 일이다.


상태 표시창에 ‘일하는 중’, ‘커피 수혈 중’ 등 직장인이 쓸 만한 선택을 두었다


본디의 한계, 제2의 클럽하우스?

본디는 2023년 깜짝 인기를 끌며 관심을 모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진 2월 중순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는 모양새다. 무료 앱 전체 1위를 다른 앱에 내주었으며, 접속량도 점차 뜸해지고 있는 추세다. 개인정보 이슈에 대해선 본디 개발사 메타드림은 “(개인정보는)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유저들이 동의한 목적과 범위 내에서만 이용된다.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본디가 수집하는 정보는 다른 앱에서도 수집되는 통상적인 정보이며,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은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 문제는 개인정보가 아닌 콘텐츠의 부재다. 장기적으로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다. 아바타와 집을 꾸미고 친구들의 집을 방문하고 나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갈아입힐 의상 수도 한정적이며, 표현할 수 있는 상태 역시 부족하다. 의류는 제페토처럼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상태와 친구 발견 방법도 늘릴 수는 있지만, 이 방법을 자꾸 추가할수록 본디의 강점인 폐쇄성이 옅어지는 문제가 있다.

일각에선 이미 본디가 ‘제2의 클럽하우스’가 되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즉, 설계는 정밀했지만 추가 콘텐츠 개발과 운영 면에서는 작은 기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본디는 다양한 논란과 기능 문제 속에서 어떻게 주요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초기 서비스 설정이 정밀하고 분석적인 편이었는데, 이 인기를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다음 기능이 등장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이종철

바이라인네트워크 기자. 전 월간 웹 편집장. 하드웨어, 플랫폼, 마케팅, UI · UX 관련 콘텐츠를 주로 작성하고 있으며, 앱 트렌드에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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