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은 흔들어야 제맛’이라는 인식은 이미 이전에 집행된 광고를 통해 널리 알려진 상황. 우리는 바로 그다음 상황을 고민했다. 흔들고 쪼갰는데 그다음은 뭘까? 정답은 의외로 쉬웠다. 흔들고 쪼갠뒤에는 부드럽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즐겁게!
written BY 정승혁(CR5팀 부장)
처음처럼 광고의 시작은 모두 알다시피 물 이야기였다. 그동안의 광고를 통해 익히 아는 사실이겠으나 다시 한 번 이야기하면, 소주의 대부분은 물로 이루어져 있고 처음처럼은 그 물이 다른 소주와 달리 알칼리 환원수다.알칼리 환원수는 물을 전기분해해 물 입자를 더욱 작게 만든 물이다. 알카리 환원수 덕분에 처음처럼은 목 넘김이 다른 소주보다 부드럽다.
이전 광고에서 처음처럼을 흔들면 수많은 기포와 함께 병 안에 회오리가 생기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물 입자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흔드는 동작으로 생긴 기포가 마치 물입자처럼 보이게 한 연출은 매우 훌륭했다.
처음처럼을 즐기는 3단계 공식 탄생
요즘도 가끔 술을 마시러 가서 처음처럼을 시키면 술집 직원이 냉장고에서 병을 꺼내자마자 흔드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흔들어서 잘게 쪼개진 물 입자를 가진 처음처럼을 우리는 어떻게 광고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이전 광고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전 캠페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흔들고 쪼갰는데 그다음은 뭐지? 우리는 그 다음을 찾기로 했다.
처음처럼을 마시기 전에 흔들고 쪼개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다가 매우 당연한 곳에서 답을 찾았다. 그냥 마셔도 되는 처음처럼을 굳이 흔들어서 마시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부드러운 목 넘김을 위해서였다.
이전 광고와 이어서 생각한 결과 ‘처음처럼을 흔들고, 잘게 쪼개서, 부드럽게 목으로 넘겨라’라는 공식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는 이 공식을 ‘의식화’하기로 했다. 세 번의 회의 끝에 나온 컨셉트를 소비자가 좀 더 쉽게 받아들이게 하려면 쉽고 경쾌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광고에 즐거움이 배가되면 자연스럽게 처음처럼에 대한 충성도와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캠페인 테마는 ‘흔들고! 쪼개고! 넘기고! 처음처럼을 더 부드럽게 즐기는’ 세 단계다.
" 그냥 마셔도 되는 처음처럼을 굳이 흔들어서 마시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생각해본 결과 우리는 ‘처음처럼을 흔들고, 잘게 쪼개서, 부드럽게 목으로 넘겨라’라는 공식을 만들게 되었다. 우리는 이 공식을 ‘의식화’하기로 했다. 최대한 단순하고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비자가 이를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은 춤과 노래였다."
춤과 노래 활용해 메시지 반복적으로 전달
이제는 ‘흔들고, 쪼개고, 넘기고’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캠페인의 마지막 단계인 데다가 말하려는 메시지도 세 가지나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광고가 복잡해질 우려가 있었다. 최대한 단순하고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비자가 이를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은 춤과 노래였다.
노래를 활용해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소비자의 머릿속에 세 단계를 빠르게 인지시키는 동시에 시각적으로도 간결하게 보여주어야 했다. 장소와 타깃을 더욱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처음처럼은 어떤 장소, 어떤 사람들에게나 잘 어울리는 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오랜 준비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촬영을 시작했다. 이번 촬영은 나름대로 블록버스터급이었다. 장소도 다양하고 동원한 사람도 많았다. 촬영 장소만도 강화도 펜션, 동막해수욕장, 명동의 카페, 강남의 고깃집, 광장시장 등 다섯 군데였고, 각 장소에 동원된 엑스트라 수도 평균 15명 정도였다. 이를 모두 합치면 처음처럼의 새 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100여명의 엑스트라와 스태프가 움직인 셈이다. 동원된 인원이 많은 만큼 신경 쓸 일도 다른 광고보다 몇 배나 많았다.
촬영 장소만 다섯 군데, 동원 스태프 100여 명
첫 촬영은 강화도 펜션에서 진행했다. 두 가지 상황을 연출했다. 하나는 여대생끼리 놀러 온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동아리에서 MT를 온 상황이다. 아침 일찍 촬영장에 도착한 이효리는 미리 짜인 춤 동작을 몇 번 연습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댄스 가수 출신이어서인지 그녀는 출연자들과 금세 동화되어 무대에서 선보이던 프로급 댄스 실력을 보여주었다.
촬영이 가장 어려웠던 장소는 광장시장이다. 밤늦은 시간에 촬영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유동 인구도 많았고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주변이 엄청 북적였다. 일부러 구경까지 하러온 사람들에게 촬영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 촬영 장소를 천막으로 모두 가렸다. 가끔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촬영을 빨리 마치고 장소를 비우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그대로 강행했다. 그 와중에 광장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를 즉석 섭외해 시장의 즐거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다섯 군데에서 촬영한 데다가 이효리를 비롯한 모델 수도 많고 춤 동작도 다양해 자칫 광고가 복잡해보일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철저히 계산한 후 촬영에 임했다. 온에어된 광고를 자세히 보면 알아차리겠지만 편집 시 전체 화면이 매끄럽게 보이도록 했다.
우선 이효리의 춤 동작이 광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게 했다. 또한 이효리가 화면 앞으로 나왔다가 뒤로 빠지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편집했다. 애초 이효리 뒤에서 춤추는 사람들의 위치도 모두 설정된 것이다. 장소와 춤추는 사람들은 바뀌어도 인원과 그들 각각이 선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춤 동작도 동일하게 맞춰 통일감을 주었다. 장소도 빨리 바뀌고 사람도 다양하지만 광고가 복잡해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계산된 촬영과 편집 덕분이었다.
처음처럼 주문하는 사람들 보며 뿌듯
처음처럼 광고를 제작한 후 가끔 술을 마시러 가면 주변에 있는 손님들이 무슨 술을 시키나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요즘 들어 처음처럼을 주문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처음처럼을 주문하는 손님들을 볼 때면 마치 내가 가게 주인인 양 뿌듯한 마음이 든다.
술집 직원이나 손님들이 처음처럼을 광고 속 이효리처럼 흔들어 마시는지도 관찰하고, 혹시 이효리 춤을 따라 하는 사람은 없나 주변을 살핀다. 처음처럼을 받자마자 병을 힘껏 흔들며 병 속에서 돌아가는 회오리를 쳐다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광고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대단함을 새삼스레 느낀다. 그리고 나도 모두 보란 듯이 처음처럼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