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김민수 (기획12팀 사원)
첫 만남은 다소 드라마틱했다. 수줍음을 많이 타던 수수한 외모로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잘해보자”며 내가 손을 내밀자 기꺼이 내 손을 잡았다. 내게 뱅뱅 광고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건 광고를 제작하면서 뱅뱅과 진정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존 팀장님의 갑작스러운 은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지금의 팀장님이 부임하셨다. 새로 오신 팀장님 옆에는 ‘뱅뱅’이란 녀석이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모든 것이 긴박하게 진행됐고 그해 11월, 뱅뱅의 새 단장을 위한 첫 단추를 채웠다. 뱅뱅에 새 옷을 입히기 위한 작업은 그와의 교감에서 시작됐다. 서로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고, 뱅뱅은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첫 프로젝트였기에 긴장감이 도는 작업이었다.
1,630억 원 매출에 전국 200여 매장을 둔 이지캐주얼 단일 브랜드 1위. 수수해 보이던 뱅뱅의 겸손함을 깨달은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80%의 작은 힘이 모여 전체를 만드는 롱테일의 법칙을 몸소 실현하는 멋진 녀석임을 알았다. 유년 시절, 뱅뱅 청바지를 입던 여덟 살 위 큰누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조카들 역시 지금 뱅뱅을 입고 있다. 그렇게 생활력 강한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힘이 모여 지금의 뱅뱅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뱅뱅에게서 순박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안티에이징 그리고 제품과 역사에 기반한 광고 전략
하지만 이내 어려움이 찾아왔다. 기존에 입고 있던,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을 벗어내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워낙 자유, 젊음, 에너지란 아이덴티티와 이미지가 동떨어진 상황에서 과장을 덜어낸 딱 맞는 옷을 입히는 데 불안감이 있었다.
또 옷에 가장 관심이 많은 20, 30대는 뱅뱅의 진면목을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외치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덜컥 겁이 났다. 지금 20, 30대가 엄마, 아빠가 된다면?
우선, 자꾸 겉늙어가는 뱅뱅은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다. 전 연령층에게 사랑 받는 소지섭과 밝은 에너지를 지닌 한지혜의 시너지로 뱅뱅에게 보톡스 효과를 줬다. 더불어 뱅뱅이 가진 ‘옷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광고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뱅뱅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언제, 어디서든 편안함을 약속한다’는 것이고, 이는 답답한 격식을 벗어던지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소비자와 가까워질 수 있는 통로였다.
뱅뱅은 1970년 국내 최초 청바지 브랜드로 태어나 1980년대 수입 청바지의 위협과 1990년대 IMF 고비를 넘기며 지금까지 건재한 리딩 브랜드다. 이런 그의 이력은 올해 20주년을 맞는 빈폴보다 20년 앞선 것이고, 그 세월 동안 쌓아온 옷과 소비자 간 끈끈한 연결 고리는 다른 경쟁자들이 범접하지 못할 브랜드 자산이 됐다.
대홍, 뱅뱅 그리고 소울 메이트
브랜드가 가진 편안함이란 실체와 시장의 리딩 브랜드로서의 지위, 오랜 기간의 역사가 어우러져 드디어 올해 3월, 뱅뱅 S/S 시즌 광고가 탄생했다. ‘옷과 사람의 교감’이라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뜻이 통하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소울 메이트를 컨셉트로 옷의 한계를 뛰어넘어 함께 호흡하고 편안함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탄생한 테스티모니얼 소지섭, 한지혜 편은 모 광고 포털 사이트에서 한 달 넘게 1위에 올랐고, 매체 비용을 적게 들인 데 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판단된다. 이번 소재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뱅뱅의 변신을 눈치 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 이름이 지닌 촌스러움이란 한계를 구수하고 사람 냄새 나는 ‘순수함’으로 변화시킬 초석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대홍의 모든 광고는 광고인의 순수한 열정과 전문가적 지식의 총체다. 지금 내겐 그런 광고물이 얼마나 적합하고, 독창적이며, 임팩트 있는가 하는 결과론적 판단을 내리기보단 그 과정을 통해서 하나라도 더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 산고 끝에 태어난 모든 대홍의 광고물이 배울 거리이고 소중한 이유다. 앞으로 더 많은 대홍 광고가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후회를 남기지 않는 최선의 결과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짧은 AE 생활에서 2009년 뱅뱅 광고는 영원히 기억될 한 페이지가 됐다. 처음으로 기획서를 작성하고 광고주 앞에서 PT를 한, 소위 ‘입봉’의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통해 나는 뱅뱅을 진심으로 이해했고, 앞으로도 그의 소울 메이트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소중한 경험은 진정한 광고인이 되고 싶은 내 미래에 귀중한 밑거름이 됐다. 이 자리를 빌려서 소중한 도전의 기회를 주신 뱅뱅 광고주와 구본욱, 박선미 팀장님을 비롯한 주변의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