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밀레니엄 이후, 전 세계는 큰 변화를 맞는다. 2001년 9.11 테러를 기점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안보를 자랑하던 미국의 본토가 테러 단체에 의해 공격당하며 분쟁지역과 안전지역에 대한 구분이 사라졌고 조류 인플루엔자(AI)와 최근의 신종 인플루엔자(H1N1 인플루엔자 A) 등 새로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또 어떠한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금융위기를 겪으며 글로벌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쓰러지고 일자리와 잠자리를 잃은 가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지진, 태풍, 대형 산불 등 재해 소식을 접하며 불안해하고 하루하루 물에 잠기고 사라져가는 자연 유산들을 목격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야말로 안보, 건강, 경제, 환경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급변의 시기 속에 있음 실감하고 있다.
문화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안보의 위협이 극심한 현대에 영웅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흥행하고, 개인주의의 팽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최근 가족에 대한 문학적 재조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모든 불안감에 대한 해결책으로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보다는 가볍게 웃음을 주는 방송 프로그램 등이 대세를 이루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광고 역시 문화의 한 줄기로 평가 받는 요즘 이러한 사회상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코너에서는 중독성 있는 SONG과 전략적 모델선정, 경쟁사와는 차별화되는 Fun의 Tone & Manner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에쓰-오일이 얼마 전 새로 런칭한 ‘당신은 수퍼맨’ 캠페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Campaign Background / Challenge
시대상을 반영하되 에쓰-오일만의 차별화된 자산은 지켜라!
에쓰-오일은 2006년 제일기획으로 광고대행사를 바꾸면서, 기존 광고와는 차별화되는 몇 가지 전략을 유지해 오고 있다. 바로 남녀노소의 입안에서 흥얼거릴 수 있는 중독성 강한 에쓰-오일만의 SONG, 매해 화제가 된 최고 인기의 다양한 모델 선정, 누가 봐도 흥겹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에쓰-오일만의 Fun한 분위기가 그것이다.
2008년 선거(미 대통령 선거와 국내 총선)열풍 속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선택 기름왕!’ 캠페인의 후속 캠페인으로 2009년 에쓰-오일과 제일기획은 ‘당신은 수퍼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 런칭을 준비하며 에쓰-오일은 요즘과 같이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대적 환경의 반영하면서도 그 동안 쌓아온 에쓰-오일만의 차별화된 자산은 잃지 않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였다. 에쓰-오일은 올해 캠페인 집행에 앞서 영웅, 응원, FUN을 화두로 삼았다.
Big Creative Idea
“우리는 지금 영웅을 필요로 한다”
이 글의 첫머리에서 언급했듯, 세계는 자연재해, 테러, 분쟁, 범죄 등으로 인해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어떠한 사건과 사고가 일어날 지 예상치 못한 채로 거리를 횡보하고 불안한 마음을 간직한 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사람들은 위협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영웅적 존재의 등장을 희망한다. 수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등 할리우드의 영웅 캐릭터들이 재탄생했고, 국내에서도 이 영화들이 종전에 볼 수 없던 대대적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 속 영웅은 현실적 존재일 수 없지만 우리는 영웅을 통해 불안감을 잠재우고 언제가 나를 위해 달려와 줄 것을 기대하고 오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쓰-오일의 ‘당신은 수퍼맨’ 캠페인에서는 ‘수퍼맨’을 영웅캐릭터로 차용해 왔다. 단지 광고에 표현된 수퍼맨은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스판에 망토, 가슴엔 S를 새긴 영화 속 수퍼맨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집에서 만나는 아빠와 엄마가 에쓰-오일 광고에서 말하고 있는 수퍼맨이다.
Big Creative Idea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전략
① ‘엄마’·‘아빠’란 이름에 ‘수퍼맨’을 붙일 수 있는 이유
‘아빠는 수퍼맨’ 광고에서 우리의 아빠는 사무실에서 상사의 눈치를 견뎌내고, 영어는 기본으로 장착한 신세대 후배에게는 밀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친다. 밤샘 야근은 기본이고 피곤한 몸에 거래처 접대는 또 왜 이리 잦은지… 집에서도 쉴 수가 없다. 아내를 위해 분리수거 약속은 꼬박꼬박 지키고 아이들 데리고 공원이라도 찾아야 착한 남편에 좋은 아빠 소리 듣는다.
‘엄마는 수퍼맨’편을 보자. 엄마의 일과는 누구보다 먼저 시작해서 가장 마지막에 끝난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 준비에 남편 출근과 아이들 등교 준비, 가족들 나가면 밀린 설거지에 빨래를 해치우고 어렵게 벌어오는 남편 월급으로 알뜰살뜰 쇼핑을 위해 세일정보는 빠뜨리지 않는다. 아이들 교육과 힘들어하는 남편 기 살리기도 우리 엄마들의 몫이다.
생각만 해도 힘들 것 같은 일정이지만 우리의 아빠와 엄마들은 매일을 겪고 있는 일상에 불과하다. 이쯤 되면 정작 수퍼맨으로 불려져야 할 사람은 우리 곁에 항상 있는 아빠와 엄마가 아닐까. 우리가 어려울 때 갑자기 나타나서 엄청난 힘으로 우리를 돕고 사라지는 쿨한 모습의 영웅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인간이지만 가족들을 위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광고 속 아빠와 엄마의 모습에서 캠페인 속의 ‘수퍼맨’이라는 표현이 더욱 공감이 가고 편안하다.
② 시대적 공감 ‘희망의 응원 메시지’ 삽입
경기가 어려워지고 사회가 어수선 할수록 우리는 가족과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개인주의화되고 세분화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던 구성원들은 거대한 벽에 부딪혔을 때 본능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가족과 주변으로 회귀하고 이들로부터 위안을 받고자 한다.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는 믿을 수 없게 돼버린 국가나 사회 시스템보다도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힘이 되어 주는 존재와 그들의 응원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IMF 시절 BC카드가 제작한 귀여운 아이들이 “아빠 힘내세요”를 외치던 광고나 최민식이 친구의 등을 두드리며 힘차게 노래를 불러주고 김희애가 지친 남편의 손을 잡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며 캔디의 주제가를 부르던 교보생명의 광고는 그 시대만의 공감을 넘어 거부할 수 없는 메시지로 지금까지 기억된다.
에쓰-오일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코드를 효과적으로 잡아냈다. 이번 광고 속 “대한민국의 아빠와 엄마가 진정한 수퍼맨, 당신을 에쓰-오일이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이 시기에 자신을 응원해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절실한 대한민국 아빠와 엄마들에게 든든한 응원가로서 가슴 속에 울려 퍼질 것이다.
③ ‘에쓰-오일송’, ‘모델’ 기용 등 유머코드 유지
불황기에는 사회적 분위기나 소비자들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방송,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는 소식들은 어느 하나 침체된 분위기를 쉽게 띄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시기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심각한 이야기와 분위기를 싫어하고 회피하려는 심리를 보인다. 내가 처한 현실은 힘들지만 현실을 재확인하기 싫은 심리가 오히려 현실의 무게를 잊게 해줄 웃음을 선택하게 한다.
에쓰-오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웃음을 주는 모델과 스토리, Tone & Manner를 고수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기업의 본질, 신기술과 서비스, 감동적 소재들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자 했다면, 에쓰-오일은 차승원, 싸이, 유재석 등 연예계에서 유쾌하기로 이름난 모델들과 독특한 스토리 구성 등 유머를 통한 교감을 시도해 오고 있다. 경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에쓰-오일 Song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유머적인 광고 표현의 일환이라 하겠다.
이번 캠페인에서도 진실되지만 누구 보다 애드리브에 강한 송강호가 아빠의 역할을, 최근 ‘내조의 여왕’에서 무식하지만 남편을 위하는 최고의 아내를 재미있게 표현한 김남주가 대한민국의 대표 엄마 역할을 맡았다.
아빠와 엄마의 힘든 일상이 표현되고 있지만 경쾌한 에쓰-오일의 Song과 광고 속 두 모델의 능청맞은 연기, 이들이기에 가능했던 애드리브의 절묘한 믹스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울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이끌어 준다.
지난 5월 1일 ‘아빠는 수퍼맨’ 온에어에 이어 20일 ‘엄마는 수퍼맨’ 두 편이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주변으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이렇게 유머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소비자들의 시대적 니즈와 부합된 결과일 수 있겠다.
④ 광고 역할 확대, 대한민국의 사회상 반영
광고가 단지 상품에 대한 정보전달을 하고 브랜드를 연호하고 최대한 많은 제품을 노출하며 이를 통해 단순 반복적 구매나 브랜드 연상을 강요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광고도 문학, 영화, 오락, 방송 등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현대 문화의 한 갈래로 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광고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고 광고의 한 장면을 방송에서 차용하고, 소비자가 광고를 사용해 UCC를 만들고, 광고 카피가 유행어가 되기도 하며 문학 작품에서 얻은 영감이 광고로 표현되기도 한다. 광고가 사회와 상호반응을 보이며 함께 호흡하고 그 시대의 사회적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증거다. 그리고 에쓰-오일의 ‘당신은 수퍼맨’ 캠페인에도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상이 반영되어 있다.
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나 잘 제작된 광고 한 편이 불황기를 호황기로 바꿀 수 있는 힘은 없다. 하지만 광고를 통해 외롭고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기운을 주고 웃음을 주며 가족을 돌아보게 할 수는 있다. 에쓰-오일은 이번 광고를 통해 특유의 Fun과 Song으로 대한민국에 희망의 응원가를 던지고 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고 응원하며 가볍게 등을 두들겨 줄 수 있는 따뜻한 광고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에쓰-오일이 지향하는 좋은 기름이란 차나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물질적 기름이 아니라 얼어붙어 있고 힘을 필요로 하는 너와 나, 대한민국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그런 기름이 아닐까란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