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광고 하나만으로 어떤 브랜드의 광고 효율성을 높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광고효과란 신문광고 같은 어떤 한 가지 요인만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복잡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황기에 신문광고를 더 많이 활용함으로써 소비자의 브랜드 자산을 키운 사례를 통하여 광고효과의 가능성은 추정할 수 있다.
불황기에 광고비를 늘려야 하느냐 줄여야 하느냐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이는 광고비를 경상비용으로 보는 단기적 관점과 투자 시각으로 보는 장기적 관점에 관련되는 문제이다.
미국 스탠포드연구소(SRI International)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1980~1981년의 불황기에 광고를 삭감한 기업은 1980~1985년까지 19% 성장했으나, 평소처럼 광고활동을 전개한 기업은 무려 275%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닛케이 (日經)광고연구소에서 발표한 ‘유력 기업의 광고선전비’ 보고서 내용에서도1983~1991년 기간에 광고비 상위 346개 사의 광고비와 매출액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불황기에 광고비를 평소와 같이 집행한 기업이 광고비를 축소한 기업들보다 불황이 끝난 후 매출액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기의 광고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들의 전반적인 결론을 보면 광고비를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광고업계도 불황기가 오히려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위 월마트’의 비결이 광고에
그렇다면 불황기에 신문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불황이 끝난 다음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 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1980년대 중반 미국은 극심한 불황기를 겪었다. 불황이 시작되자 당시 미국 내두 번째의 유통회사였던 K마트는 광고비를 50%를 삭감하는 대신 절약한 예산으로 가격인하 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으로 K마트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매출이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에 월마트(Walmart)는 불황기를 오히려 기회로 판단하고 공격적이고 이성적인 신문광고 공세를 펼쳐 확고한 1위를 유지했다. 불황이 끝난 후 결국 K마트는 법정관리를 받게 되었다. 이후 월마트는 불황기에 광고비를 줄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불황의 조짐이 엿보였던 2007년 들어‘ 아끼고 더 잘 사세요(Save Money, Live Better)’라는 캠페인을 전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이 캠페인은 모든 매체를 통해 전개되었지만, 특히 주요 카피를 신문광고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함으로써 불황기 이후의 소비자 인식을 겨냥했다.
또한 휴렛팩커드는 2004년의 불황기에 지금까지의 광고예산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4억 달러 이상의 광고예산을 책정했다. 물론 각국의 신문광고 예산을 증액한다는 광고전략도 포함되었다. 휴렛팩커드는 컴팩과 합병한 이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불황에도 끄떡없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더 공격적인 광고활동을 전개했던 것이다.
이때 신문광고 예산도 증액되었는데 그렇게 결정한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자의 판단을 유도하는 데 신문광고 위주의 인쇄매체 광고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헬스클럽 체인 골드짐(Gold's Gym) 역시 불황기에 광고를 해서 헬스클럽체인을 대규모로 늘렸다. 대기업에 비하면 아주 작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광고비를 늘리는 동시에 창의적인 언어적 시각적 메시지를 개발해 심리적 불안감에 빠진 소비자들의 마음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광고 내용은 1층에서 12층, 킬리 만자로에서 올림포스까지 오르는 사람의 다리를 보여 준 다음, '승진 사다리(thecorporate ladder)'라는 카피로 끝나는 구성이다. 어려운 불황기에는 기업에서 대규모 감원 정책을 펼치는데, 이때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건강한 육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여러 신문광고 시리즈를 통해 광고 내용이 자신에게 해당되는 말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여 소비자의 주목을 끌었던 광고이다.
대기업 500억 원 효과에 버금가는 ‘작은 기업’의 50억 원 광고효과
한편 국내에서도 불황기에 신문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사례가 있다. 쿠쿠홈시스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자금난에 직면했었다. 그런데 그 불황기에 1998년부터 3년간 50억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고, 경기가 회복되자 매출이 20배나 성장함으로써 동종업계 브랜드 파워 1위에 올랐다.
당시 작은 회사에 불과했던 쿠쿠홈시스의 형편에서 50억 원의 광고비는 대기업에서 집행하는 500억 원에 버금가는 금액이었다. 물론 TV광고도 있었지만 신문광고 물량도 많이 늘었다. 이런 결과로 불황이 끝난 다음 쿠쿠 압력밥솥의 시장점유율은 1999년 35%에서 2002년 49.9%로 증가했다.
웅진코웨이 역시 불황기에 적극적인 광고활동을 펼쳐‘ 룰루비데’를 성공적인 브랜드로 안착시켰다. 이 제품은 외환위기 전에 시장에 출시되었는데 한국사회가 불황에 허덕이던 1997년 말 광고비를 그 이전의 50% 정도 늘렸다. 그 이후 꾸준한 광고활동을 전개한 결과 2008년 기준으로 일본 제품 같은 수입상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해오던 비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45%로 늘리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또한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상태에서 BC카드 역시 적극적인 광고활동을 전개한 동시에‘ 부자되세요’‘ 아빠, 힘내세요’ 등 호소력 있는 카피 메시지를 제시함으로써 가장 대중적인 카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당신의 빨간사과-BC카드‘라는 캠페인을 전개해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 1위 자리에 올랐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제시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공공 커뮤니케이션 같은 느낌의 광고를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때 TV광고가 주로 활용되었지만 신문광고 물량도 그 이전에 비해 대폭 늘었다. 현대카드 역시 불황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광고활동을 전개했다. 현대카드는 알파벳에 바탕을 둔 자동차(M), 백화점(S), 블랙, 퍼플,레드의 프리미엄 컬러카드 신문광고와 회원전용인 '프리비아' 카드 광고를 통해 국내 카드사의 마케팅 패러다임을 바꾸며 카드 광고의 새 트렌드를 제시하였다.
불황기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친숙한 브랜드를 통해 안정을 찾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광고 실무자들은 시장점유율 1%를 올리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 것이다. 하지만 불황기에 광고를 하면 호황기보다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1%의 시장점유율 더 쉽게 높일 가능성이 있다. 경쟁자가 그만큼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광고비를 비용과 투자라는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 외에 브랜드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소비자에게 내는 세금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기업에서는 어떤 브랜드를 기억해 달라며 소비자에게 광고라는 세금을 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불황기에는 특히 감성적인 접근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호소할 필요가 있는데, 신문광고비는 퍽 유용한 세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