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에 몸담고 있기에 광고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대홍이 제작한 광고에 유독 시선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추억 속 광고에서부터 최근 광고까지, 지금껏 제작된 대홍의 많은 광고 중 내게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광고 몇 편을 소개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1995년, 전역과 동시에 대홍기획에 입사했다. 전방 부대에서 2년 정도를 콕 틀어박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세상은 그 사이 많이도 변해 있었다. 2년 남짓한 시간인데 과장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내가 바라본 세상은 그랬다.
지금은 건물마다 있는 노래방· 비디오방 등 ‘방’자가 들어가는 장소가 당시에는 놀거리 중 최고였다. 붉은 공과 흰 공, 녹색의 당구대, 쿠션 볼, 자욱한 담배 연기, 이발소에서만큼이나 보기 어려운 여자들이 내가 기억하는 당구장 이미지였지만, 전역 후 찾은 당구장은 형형색색의 공으로 대표되는 포켓볼, 카페 같은 쾌적한 분위기, 남녀가 함께 어울리는 스포츠로 바뀌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세상이 변했음을 가장 크게 실감한 순간은 ‘삐삐’라는 무선호출기를 여기저기서 접한 때였다. 당시 무선호출기는 사람들의 일상 패턴을 바꾼 실로 엄청난 물건이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과도 같은 무선호출 서비스 광고
지금은 보기 힘든 추억의 통신 기기가 된 무선호출기. 정해진 자리에서 벗어나서도 나를 찾는 누군가와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준 이 제품은 당시의 소비자에게는 획기적인 물건이었다. 내가 군 복무를 시작할 무렵에도 무선호출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의사 등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접하기 힘든 시기였다.
그런 것이 1995년 무렵에는 사용자 1천만 명을 돌파하는 대중적인 제품이 되었으니 이 정도면 가히 상전벽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러다 보니 무선호출기와 무선호출 서비스에 대한 광고경쟁도 상당히 뜨거웠다. 그중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인쇄광고가 있다. 물론 대홍기획이 만든 광고기에 내게 더 특별하겠지만. 지금으로 보면 F4에 견줄 만한 당대 청춘 스타 이정재씨가 모델로 나온 012 삐삐 광고 시리즈다.
특히 이정재 씨가지하에서 맨홀 뚜껑을 열고 나와 얼굴을 비죽 내밀면서 ‘누가호출했느냐’고 묻는 광고가 기억에 남는다. 신문을 넘기다가 우연히 접한 그 광고를 본 순간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도 지하철이나 건물 지하에서는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당시 무선호출 서비스도 낮은 지하 수신율로 인해 소비자의 원성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 광고는 지하에서의 무선호출 서비스 품질이 훌륭하다는 내용을 구구절절한 백 마디보다 더 호소력 있게 전달해줬고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세월이 흘러 무선호출기는 골동품이 됐고, 당시 광고주인 한국이동통신은 SK텔레콤으로, 청춘 스타 이정재 씨는 요즘의 청춘 스타들의 삼촌이 되었다.
하지만 그 시절 신문 한 면을 장식하던 그 광고 한 컷은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요구 사항을 정확히 찾아 코믹 요소로 버무린 후 임팩트 있게 어필한 최고의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멋진 광고를 만든 곳이 바로 내가 속한 대홍기획이라는 프라이드도 강렬히 남아 있다. 무선호출 서비스 광고 이후 감동적인 광고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신입 사원 시절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처음 느낀 감동의 여파로 오래도록 기억되는 광고다.
감탄이 절로 나온 KCC'숲으로' 페인트 광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 나 역시 대홍에 속한 대홍인이라 유독 대홍이 만든 광고가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배경으로 만든 맑고 깨끗한 칠성사이다 광고를 보면 사이다로 목욕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칠성사이다가 주는 청량한 이미지에 빠졌고, 돼지바의 2002년 월드컵 패러드부터 피켜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패러디에 이르는 일련의 패러디 광고를 보며 영화 <007>시리즈보다 후속편 제작을 더 기대하게 됐다.
최근 들어 내 눈과 귀를 사로잡은 또 하나의 광고가 있다. 바로 KCC의 '숲으로'페이트 TV광고다. 개인적으로 이사를 하게 된 시점이라 친환경 건축 소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 유심히 광고를 본 것 같다. 페인트라는 품목을 놓고 보면 아무래도 소비재보다 생산재 범주에 더 가까워 광고로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숲으로'광고는 친환경이라는 광고 컨셉트에 맞춰 적절한 표현으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빨간색 페인트가 빨간 사과로 바뀌며 아이가 사과를 베어 먹는 모습에서, 건물 외벽에 초록색을 입히자 '숲으로'라는 제품명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숲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평소 딱딱하게만 생각하고 건축자재의 일부라고만 여긴 페이트 광고를 저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새삼스럽게도 대홍기획이 그간 집행한 광고가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양만큼이나 여러 업종에 걸쳐서 다양한 품목을 다룬 것도 사실이다. 예전의 무선호출 서비스에서부터 친환경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아마 모든 게 세상의 변화에 뒤처짐 없이 한발 앞서 그의 필요한 사항을 알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보폭으로 나아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대홍의 모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증명은 긴 사설이 필요 없이 계속해서 대홍인이 제작할 멋진 광고가 대신해줄테니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1995년, 전역과 동시에 대홍기획에 입사했다. 전방 부대에서 2년 정도를 콕 틀어박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세상은 그 사이 많이도 변해 있었다. 2년 남짓한 시간인데 과장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내가 바라본 세상은 그랬다.
지금은 건물마다 있는 노래방· 비디오방 등 ‘방’자가 들어가는 장소가 당시에는 놀거리 중 최고였다. 붉은 공과 흰 공, 녹색의 당구대, 쿠션 볼, 자욱한 담배 연기, 이발소에서만큼이나 보기 어려운 여자들이 내가 기억하는 당구장 이미지였지만, 전역 후 찾은 당구장은 형형색색의 공으로 대표되는 포켓볼, 카페 같은 쾌적한 분위기, 남녀가 함께 어울리는 스포츠로 바뀌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세상이 변했음을 가장 크게 실감한 순간은 ‘삐삐’라는 무선호출기를 여기저기서 접한 때였다. 당시 무선호출기는 사람들의 일상 패턴을 바꾼 실로 엄청난 물건이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과도 같은 무선호출 서비스 광고
지금은 보기 힘든 추억의 통신 기기가 된 무선호출기. 정해진 자리에서 벗어나서도 나를 찾는 누군가와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준 이 제품은 당시의 소비자에게는 획기적인 물건이었다. 내가 군 복무를 시작할 무렵에도 무선호출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의사 등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접하기 힘든 시기였다.
그런 것이 1995년 무렵에는 사용자 1천만 명을 돌파하는 대중적인 제품이 되었으니 이 정도면 가히 상전벽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러다 보니 무선호출기와 무선호출 서비스에 대한 광고경쟁도 상당히 뜨거웠다. 그중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인쇄광고가 있다. 물론 대홍기획이 만든 광고기에 내게 더 특별하겠지만. 지금으로 보면 F4에 견줄 만한 당대 청춘 스타 이정재씨가 모델로 나온 012 삐삐 광고 시리즈다.
특히 이정재 씨가지하에서 맨홀 뚜껑을 열고 나와 얼굴을 비죽 내밀면서 ‘누가호출했느냐’고 묻는 광고가 기억에 남는다. 신문을 넘기다가 우연히 접한 그 광고를 본 순간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도 지하철이나 건물 지하에서는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당시 무선호출 서비스도 낮은 지하 수신율로 인해 소비자의 원성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 광고는 지하에서의 무선호출 서비스 품질이 훌륭하다는 내용을 구구절절한 백 마디보다 더 호소력 있게 전달해줬고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세월이 흘러 무선호출기는 골동품이 됐고, 당시 광고주인 한국이동통신은 SK텔레콤으로, 청춘 스타 이정재 씨는 요즘의 청춘 스타들의 삼촌이 되었다.
하지만 그 시절 신문 한 면을 장식하던 그 광고 한 컷은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요구 사항을 정확히 찾아 코믹 요소로 버무린 후 임팩트 있게 어필한 최고의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멋진 광고를 만든 곳이 바로 내가 속한 대홍기획이라는 프라이드도 강렬히 남아 있다. 무선호출 서비스 광고 이후 감동적인 광고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신입 사원 시절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처음 느낀 감동의 여파로 오래도록 기억되는 광고다.
감탄이 절로 나온 KCC'숲으로' 페인트 광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 나 역시 대홍에 속한 대홍인이라 유독 대홍이 만든 광고가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배경으로 만든 맑고 깨끗한 칠성사이다 광고를 보면 사이다로 목욕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칠성사이다가 주는 청량한 이미지에 빠졌고, 돼지바의 2002년 월드컵 패러드부터 피켜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패러디에 이르는 일련의 패러디 광고를 보며 영화 <007>시리즈보다 후속편 제작을 더 기대하게 됐다.
최근 들어 내 눈과 귀를 사로잡은 또 하나의 광고가 있다. 바로 KCC의 '숲으로'페이트 TV광고다. 개인적으로 이사를 하게 된 시점이라 친환경 건축 소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 유심히 광고를 본 것 같다. 페인트라는 품목을 놓고 보면 아무래도 소비재보다 생산재 범주에 더 가까워 광고로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숲으로'광고는 친환경이라는 광고 컨셉트에 맞춰 적절한 표현으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빨간색 페인트가 빨간 사과로 바뀌며 아이가 사과를 베어 먹는 모습에서, 건물 외벽에 초록색을 입히자 '숲으로'라는 제품명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숲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평소 딱딱하게만 생각하고 건축자재의 일부라고만 여긴 페이트 광고를 저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새삼스럽게도 대홍기획이 그간 집행한 광고가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양만큼이나 여러 업종에 걸쳐서 다양한 품목을 다룬 것도 사실이다. 예전의 무선호출 서비스에서부터 친환경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아마 모든 게 세상의 변화에 뒤처짐 없이 한발 앞서 그의 필요한 사항을 알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보폭으로 나아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대홍의 모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증명은 긴 사설이 필요 없이 계속해서 대홍인이 제작할 멋진 광고가 대신해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