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10년 간의 소비트렌드로 읽는 대한민국. 이번 호는 식음료 편에 이어 소비트렌드를 통해 지난 10년 간의 변화된 대한민국의 'Live & Move'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10년 간의 Live & Move산업계를 종합해 보면 크게 네 가지로 그 트렌드를 정리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고급화 바람이다.
먼저 아파트 시장을 보자. 사람이 자신을 소개할 때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 바로 이름 석자이다. 우리 때만 하더라도 학년이 바뀌어 새학기가 되어도 출석을 부르다 보면 '지연' 혹은 '지혜'라는 이름이 꼭 있었다. 싸이월드에서 친구 한 번 찾을라 치면 전국에 족히 100명이 넘는 동명이인이 나오는 이름이 태반이었던 반면,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은 '샘물' '초록' 등 저마다의 의미를 담은 개성있는 이름이 많다.
아파트 시장도 아프트 이름의 변화를 보면 그 특징을 짐작할 수가 있는데, 광고 아파트의 이름은 주로 건설업체 이름을 대신해서 썼다. '압구정 oo아파트'처럼 어떤 건설업체가 지은 아파트라는 정도의 구분만 가능하도록 붙였던 명칭에 불과했었다.
사실 건설업체 이름이 보장하는 '튼튼한' 아파트 외에는 아파트 간의 차별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렇듯 무미건조했던 아파트 시장은 2000년 삼성 래미안을 시작으로 브랜드 개념이 도입되면서 고급화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또 대형빌라, 주거의 기능과 생활편익 기능이 복합된 주상복함 아파트 등 새로운 주거 형태가 등장하고 첨단 네트워크 과학기술이 도입된 미래형 아파트와 같은 점차 대형화·고급화·첨단화로 주거 패턴의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이같은 변화는 아파트 소비 성항에도 고스란히 영항을 미쳤다.
지난 10년 간의 아파트 브랜드 선호 요인을 보면 과거에는 유명회사에 대한 신뢰와 견고성, 최근에는 투자가치와 광고, 고급스러움, 브랜드 등의 이미지적 요소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1) 특히 서울에서는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지방에서는 광고의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2)
가전 시장 역시 국내에서 프리미엄 백색가전 통합 브랜드가 출범한 이후로, 수입가전 일색이었던 양문형 냉장도, 드럼세탁기와 같은 고급 생활가전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냉장고의 경우 일반형의 보급은 점차적으로 줄어든 반면 양문형 냉장고로의 고급화가 꾸준히 진행되어 2008년에는 양문형의 보급률이 44%에 이르렀다.(그림3)
세탁기 역시 일반세탁기의 보급률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반면 드럼세탁기의 보급율은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그림4)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의 경우 25~39세의 신혼 부부에게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여 젊은 새대 가구를 중심으로 냉장기와 세탁기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5)
TV는 2009년을 기점으로 디지털Tv 시장이 본격화 되면서 브라운관TV에서 LCD·PDP로의 고급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그림6)
자동차 시장에서는 2000년 이후 중대형·대형차, SUV의 구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향후 구매 의향가 가운데서도 외자차 구매 의향자가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 흐름이 좋지 않아 1998년 최정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던 경차·소형차 비율이 2006년 이후 경기 악화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그림7)
연령대에 따른 향후 차량 구매 의향을 살펴보면 20대 후반의 경우 타 연령 대비 경차, 준중형차에 대한 구매 의향이 높으며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30~40대의 경우 중대형·대형차, SUV에 대한 구매 의향이 높으며, 특히 중대형·대형차에 대한 구매 의향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그림8)
두 번째 트렌드는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통합 컨버전스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하나의 제품에 여러 가지 기능을 담은 기능 간의 융합이 주를 이우었다면 2000년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이업종 간, 제품 간의 기술제휴로 통합 경계의 폭이 넓어진다. 아트디자인에 접목된 생활가전, 첨단 네트워크와 과학기술이 도입된 미래형 아파트, 빌트인 가전 시장 성장에 따른 빌트인 풀패키지의 등장(아파트와 가전의 통합)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다.(그림9)
다음 트렌드는 냉장고·세탁기·TV 등의 필수가전 외에 틈새를 공략한 생활가전 품목의 증가이다. 김치냉장고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사실 냉장고 하나만 있으면 되지, 김치 전용 냉장고가 꼭 필요한가 생각하는 주부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냉장고의 기능과 신선제품을 보관하는 김치냉장고의 개념이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완전하게 분리가 되었다. 주방에 필수 사전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실질적으로 가구 가전 보유율을 보면 김치냉장고의 보유율이 2001년 이래로 급격하게 신장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10)
그밖에 연수기·공기청정기·와인쿨러·음식물건조기와 같은 웰빙형 가전과 같이 생활에 플러스 알파로 필요한 웰빙가전도 늘었다. 웰빙형 가전 중에서 정수기와 비데의 보유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그림11) 1인 가구, 핵가족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소형가전, 로봇청소기 등 아이디어 상품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 트렌드? 친환경이다. 2000년대 새로운 생활 개념으로 떠오른 웰빙 바람은 주거환경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해 좀 더 깐깐한 잣대를 대기 시작하면서, 집이나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사용하는 건축자재나 벽지 등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심각한 문제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친환경 아파트 개념이 도입이 되면서 황토, 조립식마루 등과 같이 친환경 자재를 주거환경에 도입시키기 시작했다. 단순히 환경에 무해할 뿐 아니라 자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아파트 주변의 녹지 공간을 조성하면서 도시의 모습이 점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환경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여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는 친환경 주택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도 환경은 떠오르는 이슈 중 하나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충전식 하이브리드카를 컨셉트카로 모터쇼를 소개를 했었지만, 이제는 부분적으로 상용화가 되었다.(그림12)
지금까지 아파트, 생활가전, 자동차 시장에서의 지난 10년간의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과거에는 무너질 걱정 없는 튼튼한 아파트, 고장 없는 생활가전과 같이 기능적 속성이 구매의 주 이유가 되는 카테고리였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제품의 기능은 이미 소비자의 기대보다 저만치 앞서있는 수준으로 평준화 되었다.
이제는 프리미엄, 경계를 넘어 통합 시너지를 내는 컨버전스, 그리고 환경과 건강을 생각한 친환경 컨셉트와 같이 브랜드에 가치를 더하는 플러스 요쇼가 필요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떠한 가치가 우리의 생활을 더 편리하고 질 높게 변화시켜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