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함께했던 소비 트렌드와 향후 전망
KT 경제경영연구소 시장전략연구담당, 경영학 박사, limons@paran.com
2009년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경제로 이어지며 불황 한파가 몰아친 한 해였다.
기업들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고 내실화를 꾀하는 노력을 경주하였고, 소비자들 역시 불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영향을 받은 한해였다.
불황으로 인해 소비 시장은 위축되었고, 쓸데없는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소비 패턴에 변화를 주었다.
이에 본 고에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불황’이라는 키워드 아래 나타났던 주요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고 향후 트렌드의 변화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한다.
양질에 저가는 기본, 가치지향 소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불황으로 인해 뚜렷하게 나타난 소비 트렌드는 무엇보다 실속형 소비, 즉 가치지향적 소비였다.
가치지향적 소비는 사실 2009년에 갑자기 나타난 소비 트렌드는 아니고,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대두되어 왔던 소비 트렌드였다.
다만 2009년의 가치지향 소비는 이전부터 지향되어 왔던 가지지향적 소비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이전의 가치지향 소비는 이를 추구하는 특정 소비자 타겟층이 존재하였지만 2009년에는 전 소비자에 걸쳐 가치지향 소비 트렌드가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100년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전세계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특히 기존에 글로벌 경제와 소비를 주도하던 선진지역의 피해가 더욱 컸으며 소득과 자산 감소로 인한 경제에 대한 태도와 소비 풍조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 및 해외 펀드 그리고 부동산 가격의 폭락 등 2009년 전반기에는 개인 소비자들의 자산 가치가 폭락하였고, 여기에 실업률까지 증가하면서 가격 대비 가치를 우선시 하는 소비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PB 상품 등 실속형 저가 제품이 급부상하였고, 대형 할인유통, 온라인 및 홈쇼핑의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제 1,000원짜리 물건만 판다는 다이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도에만 매출이 1,500억에서 2,200억으로 늘었고, 현재에도 연평균 성장률 30% 이상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과 같은 고급 백화점보다는 이마트,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마트의 성장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물론 온라인 및 홈쇼핑의 증가에는신종플루 발병에 따른 영향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였겠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대신 집안에서 편안하게 가격 비교가 가능하고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실속형 가치지향 소비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 대 중반 외환위기 당시에도 나타났던 것처럼 교육비 지출은 상대적으로 타 산업대비 지출 감소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09년의 교육 시장을 들여다보면 2009년이 얼마나 가치지향 소비가 나타났는지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바로 온라인 교육 시장의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의 성장 역시 전세계적으로 가치지향 소비가 뚜렷하게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가치 소비가 강화됨에 따라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북미 시장은 물론 유럽, 중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판매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역시 불황에 따른 가치지향 소비 트렌드와 정부의 자동차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외산 자동차보다는 품질대비 가격이 저렴한 국산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높게 나타났다.
막걸리 시장의 성장 역시 실속형 가치지향 소비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황에 따라 대표적인 서민주인 소주 시장 마저 주춤할 정도로 불황기 주류 시장의 소비가 줄고 있지만, 막걸리 시장만큼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 예로 주류회사인 국순당의 전체 매출에서 막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에는 1%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15%로 급성장하였고, 다가오는 2010년에는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막걸리 시장의 호황은 몇년 전 막걸리 창업이 유행하였던 경우와는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막걸리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주점에서만 막걸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주류를 판매하는 모든 접점에서 막걸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막걸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주, 웰빙주로서의 가치와 국내 소비자들과의 스토리 그리고 저렴한 가격 등이 불황기 실속형 가치지향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기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디지털 코쿠닝
코쿠닝이란 누에고치를 뜻하는 cocoon에서 유래된 것으로 현대인들이 외부 세상을 피해 집이나 교회같은 안전한 장소로 몸을 피하는 사회현상을 일컫는 말로, 가급적 외출을 삼가하고 집안에서 대부분의 활동을 해결하려는 트렌드를 지칭하는 말로 활용되어 왔다.
불황으로 인한 소비 시장의 위축과 함께 인터넷이나 디지털 기기를 자유 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세대가 주요 소비 계층으로 등장하면서 2009년은 디지털 코쿠닝이 급부상 하였다.
디지털 코쿠닝이 급부상함에 따라 LED / LCD TV 등 디지털 가전제품에 대한 판매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성장했으며, 가정 내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닌텐도 Wii와 같은 가정용 게임기, 온라인 게임 시장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1>.
프리노믹스 vs. 자기 계발
불황에 따른 경제고에 시달리며 소비자들은 현실에 대한 좌절로 인해 공짜, 경품 등을 선호하는 프리노믹스 소비 패턴을 보였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복권 판매액은 4%가 증가하였는데, 2003년을 정점으로 복권 발행액, 판매액이 해마다 12%씩 감소해 온 점을 고려해 볼때, 불황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의 태도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리필 및 공짜를 선호하는트렌드 역시 증가하였으며, 경품에 대한 반응률 또한 증가하였다. 심리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경품에 대한 기대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반면, 불황기에는 경품에 대한 기대가치를 높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기업들은 이런 불황기 소비자 심리를 활용하여 마케팅 활동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였는데, 한 예로 소비자 46만 명이 참여한 롯데백화점의 아파트 경품 제공 행사를 들 수 있다.
프리노믹스가 불황에 따른 소비 패턴으로 나타났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계발을 위한 소비 트렌드 역시 나타났다.
불황으로 인해 청년 실업률이 증가 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자가 증가하면서 자격증 취득, 안정적 업종 중심의 창업 모색, 외국어 학습 등 자기 계발을통해 앞으로 닥칠지 모를 미래 위험을 최소화하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기 계발 노력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
Ecology, Green Consumption, Green Life
환경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잦은 기상이변과 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중요 의제화 등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소비자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 LOHAS 추구 성향, 건강에 대한 염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소비 의사결정의 중요한 영향요인으로 환경이 부각되어 왔다.
2009년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두드러진 한 해였다. ‘저탄소 녹색 성장’을 정부의 국정비전으로 하여 막대한 정책적 지원을 하였고, 이에 호응하여 국내 주요 대기업 및 중소기업 역시 녹색 성장 전략을 선포하고 녹색경영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포스코가 녹색 성장 위원회를 출범하고, 삼성전자가 2013년 글로벌 Top 친환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녹색 경영 로드맵을 발표한 것들이 한 예라 할 수 있다.
IT기업 역시 에너지 효율성과 순환성을 향상시키는 IT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IT부문의 녹색화(Green of IT)와 IT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타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IT융합에 의한 녹색화(Green by IT)를 통해 녹색성장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KT의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화상회의 광고는 IT기업의 녹색 성장 전략의 한 예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2>.
이처럼 기업들은 이전의 친환경 이미지를 브랜드에 씌우는 단순 이미지 홍보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그린 마케팅에서 벗어나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를 직접 생산 / 유통함으로써 녹색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기업들의 녹색 성장 전략 추진 등으로 2009년은 녹색시장의 시장화 시점이 빨라지고, 녹색 소비 트렌드가 더욱 강화된 한 해였다. 하지만 경기불황에 따라 소비자 측면의 녹색 소비 트렌드는 이전의 녹색 소비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형태를 보여주었다.
베인 앤 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경기불황 이전의 녹색 소비 트렌드는 소득 증가,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매우 고급화 되어져 가는 경향을 나타냈지만, 경기불황으로 개인 소득의 감소, 자산가격 하락에 따라 녹색 소비는 지속적으로 지향하지만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하는 녹색 소비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등산용품, 자전거 시장의 급성장은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녹색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자전거 시장은 이전과 달리 2009년 한해 동안 친환경적 도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각광을 받으며 국내의 열악한 자전거 도로 사정에도 불구하고 급성장하였다.
네이버 카페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카페 회원이 32만 명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다.
이는 물론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의 기조와 맞물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경과 함께 소비자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불황속 경제적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측면에서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기에 나타난 현상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식품 소비 트렌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식품군에서는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먹거리만큼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식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친환경 식품을 구매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경기 호황을 타고 번져나가던 이러한 친환경 소비는 경제위기를 계기로 소비자의 친환경식품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생겨났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식품에 대해 기꺼이 지불하려던 가격 프리미엄을 줄이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로컬 푸드를 구매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고, 더 나아가 집 근처 또는 도시 인근의 텃밭, 주말 농장 등을 통해서 직접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2009년은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적 지출 최소화와 동시에 먹거리 안전에 대한 걱정으로 도시락족이 증가하는 등 녹색 소비를 넘어 생활방식의 변화를 통해 그린 라이프를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Fun, Fun not Stress
광고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급변하는 세상이 차곡차곡 담긴 상징적인 작은 세상이 바로 광고다.
경기불황에 따른 사회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소비자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휴식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은데, 이를 반영하듯 2009년의 광고는 어려운 시대에 힘이 되어주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광고가 유독 많이 나타났었다.
소비자들의 광고 선호도 역시 유머와 재미를 주는 광고에서 높게 나타났다.
KT의 QOOK, SHOW, 올레 KT 캠페인, SKT의 생각대로T, SK의 기업PR, 동화제약의 박카스 광고들은 유머소구와 힘이 되어주겠다는 감성적 메시지 소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2010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2009년을 지배했던 소비 트렌드는 모두 ‘불황’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되어 나타났다.
하지만 2009년 중반 이후 국내 및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며 불황의 늪에서 서서히 빠져나가는 분위기다.
지나친 낙관은 분명 시기상조이기는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금융위기 이전의 실적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추세이고 이는 기초 체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2010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경기 부양책을 중단하고 국내 역시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민간소비가 위축될 수 있겠지만, 2010년은 ‘경기회복’이라는 키워드가 2009년의 ‘불황’이라는 키워드 함께 소비 트렌드에 묻어날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미시간 경영대 교수인 리처드 커튼이 언급한 것처럼 이전에 겪었던 불황과는 달리 2009년의 경기침체는 소비자들의 절약습관을 체질화시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회복에 따른 급격한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 회복으로 가격 이외의 차별적 효용을 추구하는 가치지향적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럭셔리 소비에 대한 욕구 역시 분출되어 VIP, VVIP 시장의 소비가 점차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 회복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취미활동 역시 다시 활발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경제발전, 국제화, 다문화가 선진국보다 뒤늦어져 취향의 다양화가 지체되다 최근 급속히 진행 중에 있음을 고려해볼 때 Hobby-Holic 중심으로 취미 활동 역시 더욱 세분화 및 전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의 강력한 녹색 성장 정책 기조와 함께 육체와 정신 건강의 균형있는 조화를 추구하고 동시에 환경을 생각하고 경제적 효율을 추구하는 Green Life가 2010년에는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여 본다.
아울러 Fun에 대한 소비자들의 추구는 소비 생활의 기본임을 감안할 때, 2009년의 Fun이 불황기 어려운 현실에서의 스트레스 탈피를 위한 도구로써 필요했다면 2010년에도 역시 2010년이 필요로 하는 Fun으로서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