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광고, 재미있으면 본다
정상수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sangsoo@cju.ac.kr
1969년 어느 날 새벽. 자다가 눈을 뜬다.
마당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곧 이어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다. 기다리던 조간신문이 온 것이다.
신문을 집어 들면 우수수 떨어지는 흑백의 극장광고 전단지들….
2009년 어느 날 새벽. 자다가 눈을 뜬다. 잠이 안 와 컴퓨터를 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한 시그널 음악이 나온다. ‘딩딩 딩딩딩`~’ 인터넷에 접속한다.
튀어나오는 현란한 광고들. 광고를 하면 기업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투자로서의 광고의 가치를 또 언급하기보다, 오히려 요즘 같이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내 광고에 끌어 모을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인터넷 등장 이후 광고를 만나는 방법이 바뀌었다. 이제 신문광고의 위기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10월 6일,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의 CEO 루퍼트 머독은 “인터넷에서 전통신문으로 광고가 회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며, “호주와 미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신문광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이다. 우리나라도 빨리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왜 인터넷을 좋아하는가? 그토록 오랜 세월 새벽부터 만나던 신문을 왜 외면하는가?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인터넷에는 재미가 있고, 원하는 뉴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빨리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뉴스는 통신사와 신문사가 공급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누가 공급을 하든 전혀 상관없다.
신문이 등장한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신문의 경쟁자는 다른 신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자가 너무도 많아졌다.
신문은 더 이상 신문과 경쟁하지 않는다.
검색엔진의 종합 헤드라인과, 선덕여왕과, 아이리스와 경쟁한다.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하고, 휴대폰과 경쟁한다.
몇 해 전만 해도 주요 일간지에 전단광고를 싣지 못해 광고주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이제 그런 이야기는 전설이 됐다.
그렇다면 신문광고가 되살아날 방법이 없을까? 있다.
현명한 대답은 현명한 질문 속에 있다고 했다. 광고를 ‘보고 싶게’하면 된다.
그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신문광고를 지금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만들자.
일찍이 미국의 유명한 광고인 하워드 고시지(Howard Gossage)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것을 읽는다.
그런데 가끔 그것이 광고일 때가 있다”라는 말을 했다.
내 광고가 기사보다 재미없는데 읽어주기를 바라는가?
내얘기만 열심히 하는 재미없는 광고를 보고 내 브랜드에 호의를 갖게 해주기를 바라는가?
둘째, 광고가 기사만큼 충실하게 정보를 전해야 한다.
광고를 광고처럼 만들지 말자.
누가 신문광고는 꼭 그런 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가?
“광고가 광고 같지 않아 보일수록, 그리고 광고가 에디토리얼처럼 보일수록 독자들은 더욱 더 시선을 잘 멈추고 광고를 보고 읽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므로 편집자들이 쓴 그래픽을 연구하고 그것을 따라 해보십시오. 광고에 쓰인 그래픽을 연구하고 그것은 쓰지 않도록 하십시오.”
이미 50년 전에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데이비드 오길비가 들려준 조언이다.
결국 광고를 인터넷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사이트처럼 브랜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자세히 제공하는 진실한 정보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광고를 게재할 신문의 진정한 독자가 누구인지를 자세히 알아내야 한다.
과연 누구 읽으라고 광고를 쓰는가?
신문은 전 국민이 보니까 전 국민을 대상으로 광고하고 있지는 않은가?
광고를 만들 때는 당연히 타깃 오디언스를 분석한다.
그러나 내가 타깃으로 삼은 그(그녀)가 그 신문을 정말로 읽는가를 알아내야 한다.
프로파일을 확실하게 알아내야 한다.
이미 범죄수사에서도 프로파일링(profiling) 기법이 유행이다.
지금 이 시각 세계에서는 어떤 식으로 신문광고를 재미있게 만드는지 알아보자.
여러분도 영감을 받아 훨씬 더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어 집행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