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ㅣ 염윤정 (한국소비자연맹 간사)
한국소비자연맹은 2010년 7월 한 달간 공영방송 3사(KBS, MBC, SBS)의 드라마와 교양·오락 프로그램 중 과다한 상차림, 음식을 던지는 등 부적절한 취급 및 비위생적인 장면을 모니터링하였다.
모니터링 대상은 방송 3사의 15개 드라마와 12개의 교양·오락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음식물을 다루는 장면은 총 2,053회였고, 드라마에서 실제 식사를 하거나 다과를 즐기는 장면은 1,317회의 64%를 차지했다. 또한 드라마 10회 중 4회는 출연자들이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장면을 연출하여 음식을 단순히 소도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반찬의 수가 혼자 식사하는데도 13개의 반찬들이 차려지고 반찬양이 수북해 차려진 음식이 먹고 남을 정도의 장면연출을 위한 과다상 차림으로 나타난 경우가 25회였으며, 화가 났을 때 밥상을 엎거나 남에게 끼얹는 등의 부적절한 취급이 29회, 먹던 숟가락으로 요리를 하는 등의 비위생적인 장면이 50회 연출되어 음식물이 낭비되는 장면이 전체의 10.1%를 차지했다.
3사 모두 드라마에서의 가정식이 평균 49.7%로 가장 많고 외식은 평균 18.7%로 나타났다. 이중 한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KBS 25.8%, MBC 20.4%, SBS 38.2%여서 반찬가짓수가 많은 한식 식단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특히 한식 식단 연출은 장면연출을 위한 푸짐한 상차림이기도 하지만 과식을 조장하고 건강의 균형을 깨는 장면이어서 적절하게 균형 있는 밥상으로의 개선이 요구된다. 이는 음식문화개선과 함께 음식물을 남기지 않게 하는 메시지 전달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교양·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과식을 부추기고, 음식을 남기게 하는 등의 잘못된 식습관을 조장하는 무한리필이 음식업소의 서비스의 한 단면으로만 소개되고 있다(무한리필/KBS/리빙쇼 당신의 여섯시, MBC/공감 특별한 세상).
교양·오락 프로그램에서 음식물을 다루는 장면 수는 MBC 438회, KBS 397회, SBS 174회로 음식업소를 찾아가거나 요리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다루고 있으나 지나치게 맛에 치중하고 있고 매우 자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대중이 이용하는 음식점에서의 위생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요리하는 장면이나 요리주변 환경이 매우 불결한 비위생적인 장면이 많았으며, 이러한 장면은 KBS의 ‘찾아라 맛있는 TV’에서 6회, MBC의 ‘고향이 보인다’에서 8회 방송되었다.
음식을 남기지 않거나 남기지 않도록 권유하는 장면이나 건강을 고려한 영양균형식 상차림 등의 정보로 음식물을 소중히 다루게 하는 드라마 장면은 3사 모두 하나도 없었으나, 교양·오락 프로그램에서는 KBS가 2회(7월 9일; 청춘불패, 7월 12일; 리빙쇼 당신의 여섯시), MBC가 1회(7월 17일; 공감 특별한 세상) 방송되었다.
향후 TV매체에서의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한 연출을 위해서는 식단연출을 위한 가이드라인 및 교양·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음식물을 소중히 여기고 음식문화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연맹은 환경부와 함께 연말까지 TV 프로그램을 통해 건전한 음식문화가 확산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TV매체에서의 음식물 모니터링을 계속 실시할 예정이다.
● 부적절한 장면
쇳덩이를 불에 달구는데 주변이 매우 더러우며 그곳에 달군 쇳덩이를 바로 육수에 넣는다. 손님들이 먹는 육수에 깨끗하지 않은 쇳덩이를 넣는 것은 그 음식점만의 비법이라지만 비위생적이다.
극장에서 남편 이수일(이민우)이 여자와 같이 있는 것을 보게 된 지혜(우희진)가 화가 나서 남편에게 팝콘을 집어던지는 장면으로, 화가 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먹는 것을 공공시설에서 사람에게 던지는 장면은 음식에 대한 부적절한 태도로 보인다.
차연실(나영희)가 아들의 몸보신을 위해 차린 밥상의 반찬수가 13개로 1인 상차림으로는 과다상차림이다.
펜션에서 손님들이 1차로 식사할 때 빈병에 다시 음료수와 술을 계속 채워 먹을 수 있고, 고기도 역시 무한리필 된다. 2차로 술을 먹을 때도 역시 맥주와 안주가 무한리필된다는 내용을 강조하여 과식을 조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