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한 해가 된 것 같다. 대내적으로는 서울시 무상급식 논란, 한미 FTA 체결, 전세대란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대외적으로도 수많은 일들이 세계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일종의 경제 동행지표인 광고는 이런 시대상을 잘 반영한다. 2011년의 한국 사회를 ‘신문광고’에 나타난 몇가지 특징들로 되짚어 본다.
부동산 침체와 부동산광고의 변화
부동산 침체와 부동산광고의 변화
경기가 좋아도 경기가 나빠도 신문광고의 제일 화두는 ‘부동산’이다. 분양 침체와 함께 한 동안 주춤하던 부동산광고가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올해 다시 한 번 불타오르는 느낌이다. 하지만 부동산광고의 내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아파트 분양광고 위주였다면 분양시장이 침체한 올해는 중소형 오피스텔 등수익형 부동산 광고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노후 대비 수단으로 수익형 부동산이 떠오르면서 건설사들도 이 쪽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광고의 톤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톱스타 모델들은 자취를 감췄고, 허황된 프리미엄보다는 품질과 실용성 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신문의 양
전면 광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좀처럼 잘 사용하지 않던 9단 변형광고가 주를 이루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거품’이 쫙 빠진 느낌이다.
양극화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어떤 신문에는 대출광고가 넘쳐난다. 저마다 낮은 신용등급에게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을 해준다고 강조한다. 면을 넘겨보면 실직자나 조기 퇴직자를 공략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모집광고가 가득하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40집 건너 한 집 꼴로 치킨집이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이렇듯 신문광고 속에는우리 서민들의 고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신문들을 보면 전혀 다른 나라가 펼쳐진다. 특히 주말판 신문에는 전세계의 온갖 명품 광고들이 점령하고 있다. 신문을 주요 광고채널로 활용하고 있는 수입 자동차의 광고는 이젠 주요 신문사들의 핵심 광고원이 되고 있다. 어떤 나라이던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1년 신문광고에 나타난 모습은 그 극단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는 시그널을 준다.
노령화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이다. 또한 기대수명이높아짐에 따라 노년층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세대의 노후준비 걱정도 커지고 있다. 신문광고에도 이런 노령화 시대를 반영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임플란트를 비롯한 많은 의료 관련 광고들과, 실버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광고들도 최근 많이 집행되고 있다. 또한 은퇴 후 인생 2막을 걱정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퇴직연금이나 수익형 부동산 광고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나 준비 없이 맞는 노령은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러한 신문광고들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자식 뒷바라지에 바빠 별다른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는 대다수의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이런 광고들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스마트
2009년 아이폰 출시 이후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열풍에 휩싸였다. 스마트폰은 단지 ‘발전된 전화’가 아니었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을 통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광고계에도 큰 화두가 되었다. ‘스마트’란 단어 자체가 수많은 제품들의 광고 컨셉트로 사용됐고,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QR코드는 광고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신문을 펼쳐 봐도 ‘스마트’란 단어가 넘쳐난다. 삼성전자는‘ How to live Smart’라는 슬로건으로 자사의 모든 제품은 물론 이벤트까지 묶어서 커뮤니케이션할 정도이다.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스마트 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이다. 신문광고에서 QR코드의 활용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 단순히 QR코드를 노출한 것에 비해 이제는 QR코드가 신문광고의 중심이 되는 역전현상도 보이고 있다. 신문광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아웃도어
지난 몇 년간 증가하기 시작한 아웃도어 제품 광고는 올해 들어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약간 과장하면 전체 신문광고의 절반은 각종 아웃도어광고가 책임지고 있는것 같다. 특히 이들 브랜드가 활용하는 빅모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무서운 기분마저 든다. 실제로는 동네 뒷산을 올라가는 용도이지만, 이들 광고에서는 건장한 톱스타가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저마다 첨단기능들을 자랑하고 있지만, 이런 광고공세가 결국은 제품 가격에 반영될 것을 생각하면 마냥 흥미롭게 쳐다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삶에 찌들어 살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나름 여유있는 삶을 살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 같아 꼭 나쁜 기분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올 한해 신문광고에 나타난 몇 가지 키워드로 2011년의 한국사회를 돌아봤다. 내년에도 아무쪼록 좋은 일들만 생겨 ‘행복’·‘대박’·‘즐거움’ 같은 키워드만 뽑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