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ㅣ 손은영 애드리치 대리, 카피라이터
몇 년 전, 파브의 신문광고를 기억하는지····. 양면이 붙어있는 신문을 살짝 떼어내자 마치 파노라마가 펼쳐지듯 4개의 전면에 압도적으로 자리 잡은 파브TV가 보였다. 보는 것과 똑같이, 이름 하여 파노라마 광고! 변형을 넘어선 파격광고는 ‘이렇게 넓은 지면을 차지하다니···.’ 이렇게 새로운 판형을 만들다니···’ 하는 생각을 갖게 했고, 그 브랜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신문 지면의 크기나 형태가 브랜드 로열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여실히 알 수 있는 사례였다.
그 후로 채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그 사이 변형광고와 파격광고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더 이상 지면의 크기만으론 브랜드의 로열티를 보여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젠 신문의 크기나 형태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 역시 신문은 광고의 내용만으로 브랜드 로열티를 말해줘야 할까?
브랜드 로열티는 ‘제품’ 그 자체이지만, 요즘은 ‘제품이 표현되는 상태’라든지 ‘제품의 전달모습’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그러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광고들이 있다.
크기를 넘어, 크리에이티브 자체가 되다!
신문에 폭스바겐 폴로의 자동차 광고 하나가 실려 있다. ‘당신은 왜 다른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은가요?’라는 문구와 함께 폭스바겐 폴로의 이미지가 보인다. 여기까지는 그냥 늘 보던 자동차 광고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뒷면을 넘기는 순간, ‘하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뒷면에는 ‘for sale’이라는 눈에 뛰는 문구와 함께 자동차 중고매매를 위한 알림 도구가 인쇄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적힌 카피가 참 영악하다. ‘정말 정말 폭스바겐을 사고 싶으니, 제발 내 차를 사주세요.’
친절히 신문을 잘라 쓸 수 있도록 표시까지 해두어 공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중고매매용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했으니 그 아이디어가 놀랍다. ‘도대체 폭스바겐 폴로는 얼마나 대단한 타고 싶은 차이기에?’라는 생각과 동시에 폭스바겐의 엄청 난 브랜드 자신감이 순식간에 느껴졌다.
일반적인 신차의 출시를 알리는 전면광고가 아닌! 파격적으로 지면을 활용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섹션면의 양면 하단만 이용하여 소비자들에게 큰 임팩트를 전달했으니 말이다. 이 똑똑한 아이디어로 폭스바겐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을 것이다. 폭스바겐 폴로의 신차 알리기와 폭스바겐의 브랜드 로열티 제고!
신문으로, 광고로 ‘넓게’ 보세요
왜인지 모르지만 신문에 똑 같은 기사가 양쪽에 인쇄되어 있다. 심지어 한쪽 기사는 가로로 인쇄되어 있다. ‘인쇄 사고일까? 가로로 읽어봐야 하나?’ 그런 생각에 불편하게 신문을 가로로 돌리는 순간,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진다. 그 신문기사의 맨 아래에 작게 놓여진 ‘아이패드’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가로로 신문을 돌려본다면 우리는 스크롤 할 수도 없고, 인쇄되지 않은 아래 기사는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아이패드로 본다면 더 넓게, 어떤 기사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의 광고에서는 신문의 두 페이지가 펼쳐진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세 페이지의 신문기사가 인쇄되어 있다. 아이패드를 이용하면 이렇게 넓게 자유재재로 움직이며 기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브라질의 Estado de Minas라는 신문사의 자사의 아이패드 서비스 런칭을 알리는 광고다. 이 신문사는 아이패드에서 서비스 한다는 것을 오히려 신문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임팩트 있게 전달한 것이다. 생각할수록 놀라운 건, 이 신문사의 광고를 위한 실제 지면은 아주 작다는 사실이다. 광고를 위해 기사를 포기하지 않았으니, 참 똑똑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철학이 엿보이는 신문사의 광고
또 다른 신문사의 광고는 어떨까? 호주의 The Sydney Morning Herald의 판형 변경 광고를 보자. 신문의 판형을 키운 것인데, 사이즈를 키웠다는 것을 참 솔직하면서도 품위 있게 전달하고 있다. 판형이 작았을 때의 신문을 펼친 모습을 가감 없이 실어버린 것.
그래서 남은 부분에는 소비자(독자)의 손과 머리가 슬쩍 드러나 보인다. 이 신문 역시 얼마나 커졌는지, 어떻게 커졌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신문을 펼친 사람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신문사는 뭔가 남 다른 철학과 생각을 가진 신문사로 보인다. 브랜드 로열티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문, 한 장도 크다!
우리는 흔히들 신문에서 브랜드 로열티를 올리기 위해 감성광고나 공익광고를 시도한다. 또는 남다른 지면의 크기로 브랜드의 무게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방법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특별한 광고비를 따로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브랜드, 할 말 많은 브랜드, 따로 이런 광고비를 두지 않는 브랜드는 브랜드 로열티를 포기해야 할까? 위의 광고들을 보면 정답은 ‘그렇지 않다’고 느껴진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도, 어떻게 말하느냐를 바꿨을 뿐인데 브랜드 가치가 쌓이니 말이다. 바로 이런 것이 진정한 ‘브랜드 로열티’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넓디넓은 지면을 자랑하지 않아도, 남다른 판형으로 광고를 싣지 않아도, 보는 순간 충성해버리고 싶은 브랜드가 되는 것, ‘브랜드’를 말하지 않아도 ‘브랜드가 놓인 모습’만 보고도 더 사랑스러운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것은 바로 단 한 장으로도 ‘스토리’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면 속에서 ‘브랜드 스토리’를 나열하기보다 소비자가 신문을 접하는 순간을 치밀하게 생각하여 신문이라는 매체 그 자체까지 ‘브랜드 스토리’화 해버리는 것, 바로 그것이 신문광고 속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다.
요즘 급성장하고 있는 아웃도어 웨어의 경우를 보자.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제품의 다양화, 매장의 확충 등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면서 광고에서는 특히 신문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때 단순히 매출증진에만 초점을 맞춘 광고 전략을 구사한다면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그 브랜드의 영속성을 보장하기는 힘들다. 자신의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통해 진정한 로열티를 만드는 데 좀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아니 나에게도 단 한 장의 신문광고로 수많은 이야기도 펼쳐지는 그런 아이디어가 샘솟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