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이 친구의 갤럭시 Z 플립4 자랑을 듣고 있다. 접히는 모습에 빠져든 것도 잠시, 자긴 삼성 폰을 한 번도 안 써봤고, 관심도 없다며 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플립4의 마성(?)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주인공의 눈엔 세상 온갖 접히는 것들이 들어온다. 책을 읽다가도 책의 접힘에 눈이 가고, 냉장고를 열 땐 냉장고 문이 접힌다. 샌드위치가 접히고, 의자가 접히고, 변기 뚜껑도 접힌다. 세상 접히는 모든 것에서 플립을 떠올리게 된 주인공은 결국 그토록 부정하던 갤럭시 Z 플립4를 구매하고 만다. 이것이 폴더블의 마력일까?
한번 보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마성의 매력, 플립
2022년 호러 영화 컨셉의 ‘Join the flip side’ 캠페인은 부정할 수 없는 갤럭시 폴더블의 매력에 대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였다. 폴더블이 낯설 순 있지만 한번 폴더블이 눈에 들어오면 관심을 끄긴 어려울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메시지. 이 캠페인은 폴더블 폰에 관심은 있으나 운영체제, 폼팩터 혹은 호불호 등 다양한 이유로 선뜻 구매를 결정 못 하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고, 2023년 다섯 번째 갤럭시 폴더블의 캠페인 메시지로 다시 한번 역할을 하게 됐다.
갤럭시 Z 플립5는 전작 대비 3.5배 더 커진 커버 디스플레이로 셀피(셀카) 기능이 강화됐으며, 아기자기해진 폰 꾸미기 경험 역시 풍부하게 제공한다. 갤럭시 Z 폴드5 또한 플렉스 힌지(hinge, 접히는 부분)를 통해 더 콤팩트해진 디자인으로 휴대성이 업그레이드됐다. 개선된 부분이 많지만, 이런 기능적인 변화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소비자를 매혹하긴 충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폴더블 폰 보급률이 1.1% 수준인 글로벌과 달리 국내 시장의 폴더블 폰 보급률은 13.6%다. 직접 쓰진 않더라도 친구의 폰을 구경하는 등 이미 폴더블 폰이 익숙해진 소비자가 많다. 그렇기에 기능적 장점에 더해 폴더블 유저들만의 매력적인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선망을 얻어야 했다. 즉, 글로벌에서의 ‘Join the flip side’가 이토록 멋진 ‘폴더블의 편’으로 오라는 메시지라면, 국내에서는 ‘폴더블 유저의 매력’에 빠져보라는 의미로 발전시킨 캠페인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K에 대한 관심을 활용하다
2023년 상반기는 유독 전 세계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시기다. BTS 등 K-팝에서 시작된 관심은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K 콘텐츠를 만나며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대됐다. 때 맞춰 경복궁을 배경으로 펼쳐진 구찌 크루즈 2023 역시 전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갤럭시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시기는 없었다. 브랜드 차원에서는 출시 후 최초로 국내에서의 갤럭시 언팩이 결정되었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한국적 요소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감을 단초로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을 이슈화할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우리 민족의 키워드 멋과 흥, Z를 만나다
K-컬쳐를 글로벌 트렌드의 중심에 올려놓은 한국의 저력은 무엇일까? 숨 쉬듯이 우리 삶 속에 녹아 있는, 지금도 우리의 삶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한국 만의 문화, 관점 혹은 태도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멋’과 ‘흥’으로 정의했다. 우리 민족의 멋은 우리 문화에 심미적인 가치를 더했고 이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K-뷰티, K-패션을 탄생시켰다. 우리 민족의 흥은 전성기를 맞은 K-팝은 물론 떼창 같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을 통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멋과 흥이란 키워드는 갤럭시 Z 플립5와 Z 폴드5에도 잘 어울렸다. 플렉스캠을 활용해 개성 넘치는 셀피를 찍을 수 있고, 어디서든 대(大)화면으로 실감 나는 영상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은 멋과 흥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기능으로 소구해도 어색함이 없었다. 이렇게 ‘Join the flip side’는 ‘Join the 멋’과 ‘Join the 흥’이라는, 폴더블 유저들의 ‘멋’과 ‘흥’에 동참하라는 의미의 캠페인 메시지로 재탄생 되었다.
K 콜라주의 탄생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은 배경, 풀 충전된 ‘멋’과 ‘흥’이 느껴지는 자유로운 타깃 이미지, 그리고 그 타깃들과 함께하는 매력적인 제품의 모습까지, 이번 광고에는 한 그릇에 담아내야 할 서로 다른 요소가 많았다. 자칫 이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이미지들이 타깃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펼쳐지던 기존 갤럭시 광고와는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길 원했다.
결국 찾아낸 답은 콜라주 기법. 많은 요소를 멋있게, 흥이 넘치게 보이는 좋은 방법이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4일에 걸친 정규 촬영 이후에도 다채로운 소스를 확보하고자 촬영이 이어졌다. 비주얼 임팩트와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갖춘 콜라주로 버무려내기 위한 후반작업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특히 밤을 꼬박 새운 첫 번째 후반 회의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영상 전반부 4초 분량의 작업 방향을 결정하는 데만 4시간 반이 걸렸다. 그 정도로 수많은 스텝이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끝없는 공을 들였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영상이 최종 컨펌되고 출고된 후에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캠페인 그 후, Z는 순항 중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 사람이 할 바를 다하고 그다음은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최선을 다해 캠페인을 만들더라도 그 후의 일은 장담할 순 없다. 소비자들이 좋아할지 아니면 관심을 보이지 않을지. 다행히 갤럭시 Z 플립5와 Z 폴드5는 역대급 사전 판매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의 성공을 평가하는 척도는 다양하지만, 성공적인 세일즈만큼 보람을 가져다주는 부분도 없는 것 같다. 2023년의 폴더블 유저들은 혁신적인 폼팩터를 접하는 신선함을 넘어 한국인으로서 자신만의 ‘멋’과 ‘흥’을 재발견하는 경험을 누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