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일도 선임연구위원, 광고학 박사, 한국언론진흥재단
온에어(On air)에서 온라인(On line)으로, 모바일로
2015년 미디어 트렌드 및 향후 전망
이동형, 개인화, 멀티태스킹 성향 확산
디지털 원리를 기반으로 한 기술은 미디어를 급격히 진화시키고 있다. ‘0’과 ‘1’이라는 디지털 기초 단위의 단순함이 작은 레고블록처럼 변화무쌍하게 결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분화는 소비자 행태 세분화의 근간이 되었고 제품이나 서비스 세분화를 촉진했다. 자연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미디어 세분화도 불러왔다. 가장 두드러진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행태가 집단형에서 개인형으로, 고정형에서 이동형으로 분화된 것이다.
여기에 맞춰 콘텐츠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광고가 아님에도 15초, 59초짜리 단막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를 필두로 개인의 능력이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도 성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가 본격화 된 것이다. 이런 추세는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조사 분석한 자료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지난 12월 12일 코바코(KOBACO)가 발표한 2015년 소비자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31%가 TV를 시청하면서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 5,000명, 대상: 13세부터 64세 남녀,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4%P).
이 가운데 28%는 TV 프로그램 관련 내용을 검색하거나 댓글 달기 등을 위해, 62%는 친구들과의 메신저, SNS 커뮤니티 등에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71%는 동시에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가 TV시청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디어 접촉점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멀티태스킹 행태에 따라 하루 24시간 기준의 아날로그 시간 개념이 24시간 이상의 디지털 시간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긍정적인 영역에서 볼 때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인데 뚜렷한 성과수치로 증명된 상황은 아니다. 미디어 이용행태의 동시다각화 현상이 집중력을 방해하기 때문에 인지 효과가 감쇄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기술 환경에 맞춰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접촉률을 보면 주요 10대 미디어(지상파TV,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지상파DMB, 라디오, 신문, 잡지, PC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중 ‘지상파TV’와 ‘모바일 인터넷‘의 접촉률과 이용시간이 높았다. 하루 빈도 기준으로 지상파TV는 98%, 모바일 인터넷은 87%의 접촉률을 보였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 이용시간인데 하루 평균 지상파TV는 143분(2014년)에서 128분(2015년)으로 10.5% 줄어든 반면, 모바일 인터넷은 60분(2014년)에서 87분(2015년)으로 45%나 늘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TV 콘텐츠를 시청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의 내용은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국민 5,062명(19세 이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4%P)조사한 미디어별 이용률조사 결과와도 부합된다. 이 결과를 보면 이동형 인터넷이 4.0%P(2014년 69.5%→2015년 73.5%), 소셜미디어는 3.6%P(2014년 49.9%→2015년 5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V는 0.3%P(2014년 94.4%→2015년 94.1%), 고정형 인터넷은 8.6%P(2014년 57.8%→2015년 49.2%) 감소했다. 이 같은 통계는 세계적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지난 2015년 10월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IT컨퍼런스 ‘TECH AND MEDIA OUTLOOK 2016’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멀티태스킹으로 하루를 평균 31시간으로 이용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중복시간을 포함한 이용행태를 보면 비디오 시청에 5시간18분, 오디오 시청에 3시간39분, SNS에 1시간27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전 세계적 보급 결과 멀티태스킹이 생활습관으로 정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여가를 중심으로 한 것이지만 미디어 산업분야의 생산성 증대로도 연결될 수 있기에 세계가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세계 플랫폼 시장은 점점 모바일로 집중되고 있다. 2015년 3분기 페이스북의 하루 이용자 10억1000만 명 중 89%가 모바일로 접속했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10년 21억1000만 달러였던 세계 모바일 광고시장이 2014년 364억6000만 달러로 4년 사이에 17배가량 성장했으며 2018년에는 1248억7000만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모바일 광고시장이 2018년 세계 광고시장의 18.7%를 차지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미디어오늘, 2015.12.11).
코바코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광고시장 역시 2013년 4757억 원에서 2014년 7250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보다 미디어 접촉점 변화에 기인한 현상이다. 글로벌 통신사업자 에릭슨(Ericson)은 2020년까지 전체 모바일 트래픽이 지금의 6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릭슨은 SNS등 이용은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동영상 이용이 10배가량 증가해 2020년에는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점점 모바일로 동영상을 소비하는 시청습관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상의 결과를 보면 TV라는 플랫폼이 가지고 있던 위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의 TV는 몰입형, 집중형 미디어로서 존재했다.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다른 가외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시청자의 감각기능이 고정화될 정도였기에 ‘바보상자’라는 빗댄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십여 년 사이 환경이 급변한 것이다.
단일기능 플랫폼에서 다기능 플랫폼 추구
소비자행태조사를 보면 현재 소비자가 바라는 미디어 플랫폼의 형태가 나타난다. 소비자 수요가 예전처럼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TV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는 TV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 기능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스마트환경 속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TV 프로그램과 같은 동영상 콘텐츠도 시청하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고 친구들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양방향 커뮤니티가 가능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단일 미디어를 이용하더라도 다양한 기능을 통해 프로그램도 시청하고 동시에 온라인 전자상거래도 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도 받아볼 수 있어야 만족한다.
이에 따라 광고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사이클에 맞춰 맞춤형 능동적 광고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앞의 조사를 보면 모바일 시대 소비자의 달라진 미디어 이용행태와 제품구매 및 라이프스타일 등을 분석했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언론을 통해 몇 차례 보도된 바 있는 능동적인 기성계층 즉,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에 대한 내용이다. 이 계층이 새로운 소비 주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어 광고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디어 이용행태와 함께 사회적 구조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점점 심해지는 취업난과 주거문제 등으로 이전의 주요 타겟이었던 20~30대의 경제능력이 반감한 반면 50~60대의 소비능력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미디어 업계에서도 영화 분야의 경우 개봉관 1,000만 관객 돌파와 속칭 7080음악 공연 히트 등에 이들 소비계층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런 변화는 광고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년 여성계층의 구매력이 강세를 보이면서 화장품 광고 모델도 중년 여배우가 발탁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소비행동 접촉점이 다기능 플랫폼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TV는 물론,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구매가 이루어지는데 TV홈쇼핑 채널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까지 TV홈쇼핑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매우 유용한 재원이다. 2015년 새롭게 인허가 된 사업자까지 7개의 채널이 지정되어 있는데 기존 사업자의 경우 1조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2015).
이 같은 행태로 다기능을 갖춘 스마트TV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홈쇼핑을 제외한 방송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의 표와 그림을 보면 2005년 이후 2014년까지 홈쇼핑PP(19.0%→26.3%)를 비롯해 홈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PP(11.7%→21.4%) 및 SO(15.5%→17.7%)의 방송 매출 점유율은 증가한 반면 지상파의 점유율은 크게 감소(49.1%→30.3%)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방송시장 전체가 성장했다기보다는 시장 이동 현상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방송 시장의 수요가 옮겨간 것이다.
플랫폼이냐? 콘텐츠냐
소비자 트렌드 변화는 미디어 산업의 트렌드 변화도 요구한다.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TV는 과거의 플랫폼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것은 미디어 산업에서 절대적 위상을 차지하던 지상파 중심의 방송사 매출 중 광고 매출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광고는 가장 민감한 시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트렌드의 반응이 없인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의 표를 보면 전체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05년 79.3%→’14년 57.7%).
반면 PP의 비중은 증가(’05년 17.5%→’14년 37.3%)하는 추세에 있다. PP의 비중이 증가한 이유는 종편(’11년 1.9%→’14년 6.8%), 지상파계열(’05년 4.8%→’14년 10.4%), CJ계열(’05년 2.1%→’14년 8.7%) PP의 광고 시장 내 점유율이 모두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종편의 등장도 있지만 PP들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유료방송 채널을 통해 홈쇼핑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이 분야별로 적지 않은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PP 자체제작 프로그램은 시청점유율 15%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케이블TV 채널에서 15%의 시청률을 지상파방송과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실로 대단한 수준임에는 이견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수용자 계층과 채널 충성도가 우수하다는 것이다.
또한 협찬, 간접광고 등의 부분에서 지상파방송 만큼 제약도 받지 않는다. 중간광고도 가능하다. 자연히 광고나 협찬 등의 매출액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지상파방송 계열 PP는 일부 스포츠 채널을 제외하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블TV나 IPTV 등의 다시보기 프로그램 이용률에 따라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본방송에 의한 수익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전통적 방식의 지상파TV가 광고 효과를 인정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가 계속 등장한다면 현재의 위상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지상파방송이 새로운 전환점을 찾지 못한다면 광고총량제나 중간광고 도입 등 제도적 보완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례로 본다면 이제 플랫폼과 콘텐츠 영역의 개념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점차 세분화되어 전문성을 요구하고 개성에 따라 반응한다. 플랫폼은 어쩌면 점점 무형화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플랫폼의 기능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소비자의 관심과 능동적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탑재하고 있을 경우에 해당한다. 앞으로의 미디어 산업은 누가 더 월등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 기기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영역과 누가 더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영역으로 뚜렷하게 구분될 것이다. 양쪽 모두 적당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려 했던 종전의 미디어 사업자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온에어(On air)에서 온라인(On line)으로, 모바일로
2015년 미디어 트렌드 및 향후 전망
이동형, 개인화, 멀티태스킹 성향 확산
디지털 원리를 기반으로 한 기술은 미디어를 급격히 진화시키고 있다. ‘0’과 ‘1’이라는 디지털 기초 단위의 단순함이 작은 레고블록처럼 변화무쌍하게 결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분화는 소비자 행태 세분화의 근간이 되었고 제품이나 서비스 세분화를 촉진했다. 자연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미디어 세분화도 불러왔다. 가장 두드러진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행태가 집단형에서 개인형으로, 고정형에서 이동형으로 분화된 것이다.
여기에 맞춰 콘텐츠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광고가 아님에도 15초, 59초짜리 단막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를 필두로 개인의 능력이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도 성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가 본격화 된 것이다. 이런 추세는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조사 분석한 자료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지난 12월 12일 코바코(KOBACO)가 발표한 2015년 소비자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31%가 TV를 시청하면서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 5,000명, 대상: 13세부터 64세 남녀,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4%P).
이 가운데 28%는 TV 프로그램 관련 내용을 검색하거나 댓글 달기 등을 위해, 62%는 친구들과의 메신저, SNS 커뮤니티 등에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71%는 동시에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가 TV시청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디어 접촉점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멀티태스킹 행태에 따라 하루 24시간 기준의 아날로그 시간 개념이 24시간 이상의 디지털 시간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긍정적인 영역에서 볼 때 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인데 뚜렷한 성과수치로 증명된 상황은 아니다. 미디어 이용행태의 동시다각화 현상이 집중력을 방해하기 때문에 인지 효과가 감쇄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기술 환경에 맞춰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접촉률을 보면 주요 10대 미디어(지상파TV,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지상파DMB, 라디오, 신문, 잡지, PC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중 ‘지상파TV’와 ‘모바일 인터넷‘의 접촉률과 이용시간이 높았다. 하루 빈도 기준으로 지상파TV는 98%, 모바일 인터넷은 87%의 접촉률을 보였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 이용시간인데 하루 평균 지상파TV는 143분(2014년)에서 128분(2015년)으로 10.5% 줄어든 반면, 모바일 인터넷은 60분(2014년)에서 87분(2015년)으로 45%나 늘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TV 콘텐츠를 시청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의 내용은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국민 5,062명(19세 이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4%P)조사한 미디어별 이용률조사 결과와도 부합된다. 이 결과를 보면 이동형 인터넷이 4.0%P(2014년 69.5%→2015년 73.5%), 소셜미디어는 3.6%P(2014년 49.9%→2015년 5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V는 0.3%P(2014년 94.4%→2015년 94.1%), 고정형 인터넷은 8.6%P(2014년 57.8%→2015년 49.2%) 감소했다. 이 같은 통계는 세계적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지난 2015년 10월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IT컨퍼런스 ‘TECH AND MEDIA OUTLOOK 2016’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멀티태스킹으로 하루를 평균 31시간으로 이용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중복시간을 포함한 이용행태를 보면 비디오 시청에 5시간18분, 오디오 시청에 3시간39분, SNS에 1시간27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전 세계적 보급 결과 멀티태스킹이 생활습관으로 정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여가를 중심으로 한 것이지만 미디어 산업분야의 생산성 증대로도 연결될 수 있기에 세계가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세계 플랫폼 시장은 점점 모바일로 집중되고 있다. 2015년 3분기 페이스북의 하루 이용자 10억1000만 명 중 89%가 모바일로 접속했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2010년 21억1000만 달러였던 세계 모바일 광고시장이 2014년 364억6000만 달러로 4년 사이에 17배가량 성장했으며 2018년에는 1248억7000만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모바일 광고시장이 2018년 세계 광고시장의 18.7%를 차지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미디어오늘, 2015.12.11).
코바코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광고시장 역시 2013년 4757억 원에서 2014년 7250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보다 미디어 접촉점 변화에 기인한 현상이다. 글로벌 통신사업자 에릭슨(Ericson)은 2020년까지 전체 모바일 트래픽이 지금의 6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릭슨은 SNS등 이용은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동영상 이용이 10배가량 증가해 2020년에는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점점 모바일로 동영상을 소비하는 시청습관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상의 결과를 보면 TV라는 플랫폼이 가지고 있던 위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의 TV는 몰입형, 집중형 미디어로서 존재했다.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다른 가외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시청자의 감각기능이 고정화될 정도였기에 ‘바보상자’라는 빗댄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십여 년 사이 환경이 급변한 것이다.
단일기능 플랫폼에서 다기능 플랫폼 추구
소비자행태조사를 보면 현재 소비자가 바라는 미디어 플랫폼의 형태가 나타난다. 소비자 수요가 예전처럼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TV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는 TV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 기능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스마트환경 속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TV 프로그램과 같은 동영상 콘텐츠도 시청하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고 친구들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양방향 커뮤니티가 가능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단일 미디어를 이용하더라도 다양한 기능을 통해 프로그램도 시청하고 동시에 온라인 전자상거래도 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도 받아볼 수 있어야 만족한다.
이에 따라 광고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사이클에 맞춰 맞춤형 능동적 광고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앞의 조사를 보면 모바일 시대 소비자의 달라진 미디어 이용행태와 제품구매 및 라이프스타일 등을 분석했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언론을 통해 몇 차례 보도된 바 있는 능동적인 기성계층 즉,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에 대한 내용이다. 이 계층이 새로운 소비 주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어 광고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디어 이용행태와 함께 사회적 구조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점점 심해지는 취업난과 주거문제 등으로 이전의 주요 타겟이었던 20~30대의 경제능력이 반감한 반면 50~60대의 소비능력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미디어 업계에서도 영화 분야의 경우 개봉관 1,000만 관객 돌파와 속칭 7080음악 공연 히트 등에 이들 소비계층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런 변화는 광고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년 여성계층의 구매력이 강세를 보이면서 화장품 광고 모델도 중년 여배우가 발탁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소비행동 접촉점이 다기능 플랫폼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TV는 물론,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구매가 이루어지는데 TV홈쇼핑 채널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까지 TV홈쇼핑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매우 유용한 재원이다. 2015년 새롭게 인허가 된 사업자까지 7개의 채널이 지정되어 있는데 기존 사업자의 경우 1조원에 가까운 매출액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2015).
이 같은 행태로 다기능을 갖춘 스마트TV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홈쇼핑을 제외한 방송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의 표와 그림을 보면 2005년 이후 2014년까지 홈쇼핑PP(19.0%→26.3%)를 비롯해 홈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PP(11.7%→21.4%) 및 SO(15.5%→17.7%)의 방송 매출 점유율은 증가한 반면 지상파의 점유율은 크게 감소(49.1%→30.3%)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방송시장 전체가 성장했다기보다는 시장 이동 현상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방송 시장의 수요가 옮겨간 것이다.
플랫폼이냐? 콘텐츠냐
소비자 트렌드 변화는 미디어 산업의 트렌드 변화도 요구한다. 모바일 기기 확산으로 TV는 과거의 플랫폼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것은 미디어 산업에서 절대적 위상을 차지하던 지상파 중심의 방송사 매출 중 광고 매출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광고는 가장 민감한 시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트렌드의 반응이 없인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의 표를 보면 전체 방송광고 시장에서 지상파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05년 79.3%→’14년 57.7%).
반면 PP의 비중은 증가(’05년 17.5%→’14년 37.3%)하는 추세에 있다. PP의 비중이 증가한 이유는 종편(’11년 1.9%→’14년 6.8%), 지상파계열(’05년 4.8%→’14년 10.4%), CJ계열(’05년 2.1%→’14년 8.7%) PP의 광고 시장 내 점유율이 모두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종편의 등장도 있지만 PP들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 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유료방송 채널을 통해 홈쇼핑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이 분야별로 적지 않은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PP 자체제작 프로그램은 시청점유율 15%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케이블TV 채널에서 15%의 시청률을 지상파방송과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실로 대단한 수준임에는 이견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수용자 계층과 채널 충성도가 우수하다는 것이다.
또한 협찬, 간접광고 등의 부분에서 지상파방송 만큼 제약도 받지 않는다. 중간광고도 가능하다. 자연히 광고나 협찬 등의 매출액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지상파방송 계열 PP는 일부 스포츠 채널을 제외하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블TV나 IPTV 등의 다시보기 프로그램 이용률에 따라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본방송에 의한 수익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전통적 방식의 지상파TV가 광고 효과를 인정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가 계속 등장한다면 현재의 위상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지상파방송이 새로운 전환점을 찾지 못한다면 광고총량제나 중간광고 도입 등 제도적 보완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례로 본다면 이제 플랫폼과 콘텐츠 영역의 개념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점차 세분화되어 전문성을 요구하고 개성에 따라 반응한다. 플랫폼은 어쩌면 점점 무형화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플랫폼의 기능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소비자의 관심과 능동적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탑재하고 있을 경우에 해당한다. 앞으로의 미디어 산업은 누가 더 월등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 기기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영역과 누가 더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영역으로 뚜렷하게 구분될 것이다. 양쪽 모두 적당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려 했던 종전의 미디어 사업자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