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광고와 미디어의 관계 재정립 원년
- 시리즈 3: 신문은 ‘활자의 힘’으로 광고의 원점 회귀를 지원
활자 미디어인 신문과 잡지가 일본처럼 양적, 질적으로 발달한 나라도 드물다. 한 가구당 0.86부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으니 거의 모든 가구가 신문을 구독하는 셈이다. 그 부수는 4,700만 부에 달한다. 또한 2012년 기준으로 요미우리(讀賣)신문·아사히(朝日)신문·마이니치(每日)신문은 각각 하루 1,000만 부, 750만 부, 350만 부를 발행하며 세계 1위, 2위, 4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신문왕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힘을 가진 신문은 일찍부터 광고매체의 세계를 지배해왔다. 지금도 주요 민영 TV방송사가 모두 신문사 계열의 미디어 컴퍼니인 것을 보면 일본에서의 신문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제국이 없듯, 신문광고비는 매년 감소해 TV 다음 자리도 인터넷 광고에 내준 지 오래다. 물론 아직도 신문광고비 규모는 대단하지만, 감소하고 위축되는 속도 역시 대단하다. 그런데도 생활자(소비자·구독자)들에게 지지를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집단적 자위권 반대’ 등 여론조성 수단으로서의 강점
일본은 요즘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논의로 시끄러운데, 아베 정권의 밀어붙이기에 반대 세력들의 힘이 조금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자 반대 세력은 5월 13일 ‘헌법기념일’에 신문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죽이지 말자',‘평화를 사랑하는 마음’, '헌법9조의 실현은 미래에 대한 책임’,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은 전쟁으로의 길’ 등 표현도 자극적이지만, 양면 전면광고라는 광고형식도 압도적이다. 미미했던 반대 세력은 이 광고 하나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상에서 화제의 중심이 됐고, 빠른 속도로 지지 기반을 확대해 나갔다. 결국 힘의 논리에 의해 법안은 통과됐지만,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헌법 제9조의 개정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으로까지는 못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여론몰이의 중심엔 SNS가 아닌 신문이 있었다. 계몽활동에도 신문은 유용하다. 매년 일본신문협회가 선정하는 ‘화제의 신문광고’로 뽑힌 신문광고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림 2-1>은 ‘올림픽과 월드컵의 순위를 올리려고 애쓰듯 행복지수 순위도 올리려고 애씁시다’라는 내용의 광고다. OECD 가맹국 36개국 중 21위라는 약간 불명예스러운 행복지수에 대해 생각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게재 다음 날 TV를 비롯해 타 미디어들이 앞 다투어 다루면서 화제가 되고, 21위라는 순위에 대해 생각하는 하루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림 2-2>는 ‘나의 아버지는 모모타로우라는 놈에게 죽임을 당했다’라는 메인 카피가 우선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작은 도깨비가 울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밑에 작은 글씨로 ‘일방적인 권선징악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신의 시야를 넓히자’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일본 지자체의 하나인 오카야마현(岡山縣)이 현의 홍보를 위해 만든 광고다. 오카야마현을 배경으로 한 어린이 동화의 주인공인 모모타로우에게 희생(?) 당한 도깨비의 아들의 관점에서 본 세상을 그린 것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듯이 현의 행정을 다양한 시각으로 실현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만을 주목하는 세계관에서 탈피해 동화 전체를 테마로 한 이벤트를 개최해 예년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올해의 테마인 ‘식(食)’에서는 어떤 광고가 태어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그림 2-3>.
‘N-E-W-S’, 화제가 되는 신문광고의 4가지 특징
덴츠(電通)의 아리가 마사루 비즈니스개발팀 부장은 “인터넷이나 SNS에서 화제가 되는 신문광고를 분석하면 ‘N-E-W-S’라는 4개의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 N`(Notification)`: 사전에 정보를 내보내기도 하고, 타 미디어에의 노출을 도모하기도 하는 등 기대감을 높이는 전략은 버즈(Buzz) 효과를 증가시킨다.
■ E`(Entertainment)`: 탤런트나 캐릭터 등을 활용하면 광고의 확산이 빨라진다.
■ W`(Wonder)`: 임팩트 있는 표현이나 의외성 등 놀라움을 줄 수 있는 기획은 매우 유용하다.
■ S`(Sympathy)`: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어지는 요소를 가진 것만으로도 버즈가 확대된다.
이러한 ‘N-E-W-S’와 같은 특징은 현재와 미래의 신문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사실 ‘다른 미디어보다 광고의 신뢰성이 높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광고주들에게도 지지를 받는 신문광고의 특징이었다. 소셜미디어 시대인 지금도 ‘신문에 났어’라는 표현을 종종 쓰는데, 이는 ‘신문에 난 것’은 정보로서의 가치가 높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어지는 것임을 말해주기도 한다.
‘N-E-W-S’의 특징을 반영한 신문광고도 화제다. <그림 3-1>은 한 축구선수가 자신이 소속된 팀을 떠나면서 신문에 낸 전면광고로, 소속팀에 대한 애정과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림 3-2>는 아주 유명한 게임 소프트의 유저를 국민이라는 표현으로 그린 광고이다. 이들은 인터넷과 SNS에서 화제가 된 것은 물론, 파급효과 또한 상당했다.
신문광고는 여전히 강력하다
신문광고가 여론몰이와 계몽활동에 쓰이는 것은 어찌 보면 광고가 본래 가지고 있던 기능을 말해주는 것이다. 신문에 대한 광고주와 소비자의 지지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일본신문협회가 2013년 말에 발표한 ‘매체 간 이미지 평가’ 조사에서 신문은 아래와 같은 부문에서 각각 가장 높은 포인트를 획득했는데, 이는 신문만이 표현할 수 있고 지닐 수 있는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다, 정보를 균형 있게 얻을 수 있다, 세간의 움직임을 폭넓게 파악할 수 있다, 사물(事物) 전체상을 파악할 수 있다,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신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읽은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다, 집중해서 내용을 접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밀착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된다.’
일본의 한 광고계 인사는 묻는다. “신문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진 광고 미디어이다. 적어도 일본에 있어서는 그렇다. 우리의 변화는 빠르고, 그에 따른 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스피드와 용량은 신문에게는 없다. 하지만 신문에 쓰인 정보와 인터넷 기사의 신뢰성을 따진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광고로 표현되는 정보의 근간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은 아마도 광고의 ‘원점 회귀’에 신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해줄 것이다.
박형렬 | 마케팅 컨설턴트 | catfish61@hanmail.net
부산외대 일본어과 졸업 후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마케팅 이론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본광고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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