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담론이 뜨겁다. 90년대 한국사회에 충격적으로 등장했던 X세대에 이어 현재 2030인 MZ세대를 탐구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세대는 ‘공통의 체험을 기반으로 공통의 의식이나 풍속을 전개하는 일정 폭의 연령층’이라고 정의한다. 어원은 ‘genos’라는 희랍어에서 비롯됐는데 ‘새로이 출현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 세대는 새롭게 출현한, 이전과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갖는다. 새로운 것은 낯설다. ‘요즘 세대는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은 이들이 낯설기 때문이다.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알면 이해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낯설어서 불편하다면 우선 새로운 세대에 대해 알아가보는 건 어떨까? 알면 이해되고, 더 나아가 사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느슨한 연대의 시작, M
통상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부터 1994년 출생까지를 일컫는다. 여기서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러한 산술적 구분은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세대라는 개념 자체가 출생 연도로 명확히 자르기 힘든 측면이 있다. 각설하고 밀레니얼 세대는 대부분 학창시절에 인터넷을 경험하거나 활발하게 이용했던 세대다. 또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채널을 경험해 지금도 커뮤니티 지향적인 특성을 보인다. 또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대학 입학 후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 등을 경험했다.
개인으로서의 자아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본인의 일상과 행복, 성장을 중요시한다는 것도 대표적인 특징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소유에 대한 관심이 적고, 공유와 경험의 가치를 추구한다. 이는 최근 기업의 조직문화가 바뀌고 구독경제가 주목받는 토대가 됐다.
디지털 네이티브, Z
Z세대는 2022년에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소비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부모인 X세대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기 때문이다. 사실 Z세대는 앞서 언급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대부분 공유한다. 이들도 소유보다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고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관심이 많다.
다만 Z세대는 밀레니얼과 달리 경제적 호황기를 한 번도 누려본 적이 없다. 사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이 일상이 됐다. 이들은 연 4% 이상의 경제성장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세계적 경제 호황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밀레니얼에 비해 불황기만을 경험한 Z세대는 보다 실용적이고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정체된 현실을 탈피하고자 소비에서만큼은 가볍고 재미있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Z세대는 태어나면서 디지털 기술을 당연하게 접하며 자란 첫 세대로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린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가 혼재된 환경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모바일이 생활의 중심 그 자체다. 모바일로 짧은 컨텐츠를 집중적으로 즐기고 바로 다른 컨텐츠로 갈아탄다. 소비에서도 유행 아이템을 짧게 소비하고 바로 다른 유행으로 옮겨가는 데 익숙하다.
성장하는 AI 키즈, α
소비자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알파세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지의 세계다. 이들은 2022년을 기준으로 10대 초반 정도의 소비자를 지칭하며 2018년 호주의 사회학자인 마크 맥크린들(Mark Mccrindle)이 정의해 이름 붙였다. MZ세대가 PC와 스마트폰의 영향을 받았다면 알파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접하고 AI 스피커와 대화하며 자랐다. 이들은 글자를 배우기 전부터 화면을 넘기거나 버튼을 클릭하는 법을 먼저 체득하며 직관적으로 기술을 습득한 기술친화적 세대로 불린다.
또한 알파세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전 세대에 비해 상당한 소비력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소비성향의 이면에는 부모인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이 있다. 호주 재무계획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알파세대가 받는 용돈은 Z세대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더라도 꽤 높은 수치다. 최근 한국의 금융권에서도 10대 고객을 타깃으로 다양한 금융거래 서비스를 선보이는 추세다. 타 세대에 비해 소비성향이 크고 재무관리의 필요성을 일찍이 터득한 밀레니얼 세대 부모가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세대 담론이 구별과 구획에만 집중한다면 서로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강조하기 쉽다. 세대 연구의 목적은 사회변화를 파악하고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세대 공감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2022년 대홍기획의 #generation 시리즈가 세대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