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확실한 것은 불확실하다는 것뿐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확실성이 상수로 존재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의 마케팅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HS애드 CX사업부문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연말에 국내외 주요 마케팅 기관/전문가들이 제시한 전망을 세밀히 살펴보고, 내부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을 거쳐 22년 마케팅 트렌드를 다섯 개의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제는 더 이상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팬데믹이 시대를 불확실하게 만든 반면, 디지털 시대를 앞당겼기 때문에 더 이상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것은 없고,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이라는 표현만이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죠. HS애드 CX사업부문에서 선정한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 5가지 핵심 키워드는 “또 하나의 현실XR(eXtended Reality), 커머스 모델의 탈중심화 N 커머스, 브랜드 플랫폼을 활용한 셀프 데이터 서비스, ESG Washing에 대한 경계, 통합적 경험 관리(Total Experience)” 등입니다.
첫 번째 키워드: 또 하나의 현실 XR(eXtended Reality)
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메타버스’와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는 XR은 확장된 현실, 또는 다양한 변수(X)와 결합되는 열린 현실을 의미합니다. 기술 중심의 낯선 용어가 쏟아지면서 메타버스 혹은 XR에 대한 시도가 성숙하기 전에 피로와 실망이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해 마케팅에 있어서 XR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오프라인 현실을 반영해온 온라인 플랫폼이 이제 온라인 자체로 완결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고, 고객들은 이 공간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당장에 XR이 대안적 마케팅 플랫폼이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전환’을 무시하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시도를 지속하지 않는다면, 고객과 기업은 서로 다른 현실에 서 있을 수밖에 없겠죠.
두 번째 키워드: 커머스 모델의 탈중심화, N 커머스
세 번째 키워드: 브랜드 플랫폼을 활용한 셀프 데이터 서비스
XR이 현재의 일시적, 보완적 경험에서 나아가 반복적인 경험이 이뤄지는 대안적 현실 세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디바이스, 콘텐츠, 고객 네트워크 측면의 한계 극복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XR에서 의미 있는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바이스, 콘텐츠, 고객 네트워크에 대한 세밀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XR과 관련해서 올해 특히 주목해야 할 플랫폼은 ‘메타’라는 이름으로 바뀐 페이스북입니다. 대안적 현실 세계 경험에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메타’(구 페이스북)가 올해 어떠한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고객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플랫폼으로는 카카오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카오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주요 기업에 투자를 확대해왔고, 투자한 기업들의 메타버스 솔루션들을 카카오 플랫폼과 결합하여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 커머스 모델의 탈중심화, N 커머스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라이브 커머스나 주문 후 1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퀵 커머스,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품 경험/구매가 이뤄지는 소셜 커머스, 중고 제품에 스토리를 더해 판매하는 리커머스 등 이커머스의 성숙 과정에서 그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분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은 11번가, 쿠팡으로 대표되는 종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만 의존하기보다 구매 제품, 필요 시점, 구매 목적 등에 따라서 N개의 커머스 플랫폼을 취사선택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 다양한 이커머스 모델에 대한 고객의 이해가 높아지면서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리해야 할 이커머스 고객 접점이 늘어간다는 점에서 기업에게 N 커머스는 부담일 수 있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커머스 모델과 제품/서비스를 발 빠르게 연결하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키워드: 브랜드 플랫폼을 활용한 셀프 데이터 서비스
웹브라우저 크롬의 ‘서드 파티 쿠키(이용 내역)’를 타사에 공유하는 것을 22년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던 구글은 23년까지로 적용 기한을 미루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데이터 윤리에 대한 법적·사회적 기준이 강화되면서 데이터 마케팅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서드 파티 쿠키’에 대한 의존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구글이 쿠키 공유 금지 조치를 미루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아직도 뚜렷한 보완책은 등장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로 파티 데이터(Zero Party Data)’와 같은 대안적 데이터 소스를 활용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로 파티 데이터’란 고객이 자발적으로 기업과 공유하는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고객이 구체적 의도나 가치 교환을 목적으로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데이터로서 고객의 관심사, 구매 의사, 개인신상 정보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소셜 채널, 온라인 스토어 등이 고객의 ‘제로 파티 데이터’를 확보하기에 용이한 최적의 플랫폼입니다. 올해 데이터 마케팅의 주된 과제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가진 고객이 직·간접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브랜드 플랫폼 기반으로 어떻게 취합하여 활용할 것인지, 기업 내에서 완결성을 가지는 셀프 데이터 서비스 구조를 어떻게 견고히 할 것인지가 될 전망입니다.
네 번째 키워드: ESG Washing에 대한 경계
기업 활동에 친환경(E), 사회적 책임(S), 지배구조(G) 개선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고객은 기업을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에 부합하는 지속적 움직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ESG와 관련된 활동을 앞다투어 확대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고객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보여주기’로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은 늘 경계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도 어느 기업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을 배포했지만, 이것이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 도구로 여겨지기보다는 오히려 또 다른 대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만들어 냈다는 ‘ESG Washing’ 비판에 처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올해 ESG와 관련하여 더 높아져 가는 고객의 기준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다면, 기업은 ESG 가치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모순된 활동을 보인다는 ‘ESG Washing’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 구조와 관련된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함에 있어서 고객에게 그것이 어떠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 다각도에서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다섯 번째 키워드: 통합적 경험 관리(Total Experience)
올해 주요 기업들의 신년 메시지에서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 키워드가 바로 ‘고객 경험’입니다. 고객 접점이 확대되고 마케팅의 세부 영역의 복잡도가 증가함에 따라 점점 고객 경험이 ‘정형화’될 수 없는 환경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객을 기업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경험’ 수용 대상으로만 상정한다면, 부분적인 고객 경험 관리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고객은 제품·서비스와 관련된 경험의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관련해 기업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경험 기획자입니다. 동시에, 다른 고객에게 전달되는 경험을 생성하는 경험 생산자로서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마케팅 플랫폼에서의 고객 경험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데 있어서, 기업은 경험 소비자, 기획자, 생산자로서의 다층적인 고객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이와 관련된 통합적 경험 관리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위에서 정리한 다섯 개의 키워드는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갖고 있지만, XR과 Total Experience의 결합, Self Data Service와 ESG Washing의 결합처럼 각각의 키워드가 합쳐졌을 때, 디지털 시대에 주목해야 할 마케팅의 흐름을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몇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 환경을 정의한다는 것은 분석적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주목할 만한 공통의 키워드를 짚어보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 2022년 마케팅을 준비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