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에게 스마트폰이란 불가분의 영역이다. Z세대 과학 학도는 언젠가 두뇌에 메인보드를 탑재하고 손바닥에 액정을 구현하는 기술을 만들고 말 것이다. 근 미래에 ‘내가마어제느그스마트폰으로마다해써마’라고 일갈하는 Z세대 출신 꼰대를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결국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손끝을 봐야 한다. 손끝으로 건드리는 스마트폰 액정 안팎의 현상을 둘러봐야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해 인포그래픽을 공개했다. 눈길을 끄는 건 Z세대가 2021년도에 가장 주목한 디지털 컨텐츠가 숏폼이라는 것이다. 짧은 영상 컨텐츠를 대부분의 Z세대가 스마트폰으로 소비하고 있다. ‘어쩔티비’라는 유행어가 의미하듯 TV는 그들에게 고루한 매체다. 또 스마트폰 액정은 다양한 입구가 되어 준다. 그중 하나는 쇼핑몰 매장의 쇼윈도를 대체하는 기능이다. 발품을 팔아 매장을 찾는 대신 SNS로 접속하고, 직원을 찾는 대신 타임라인에서 마케팅 이벤트와 소비자 리뷰를 살핀다. 구매에는 거리낌이 없다. 인스타그램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Z세대의 18%가 2022년에 SNS 피드 게시물을 통한 쇼핑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20%는 SNS를 통한 단순 구매뿐만 아니라 AR/VR을 비롯한 색다른 경험을 시도한다고 답했다.
결국 손에 잡히든, 잡히지 않든 무언가를 구입할 때 스마트폰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단일창구 역할을 한다. 고민에 소요하는 시간도 길지 않다. 단지 사거나, 말거나 그게 문제로다. 판단이 빠른 만큼 새롭게 눈을 돌리는 유행의 변화도 빠르다. 어제 유행했던 아이템이 오늘 감 떨어지는 것이 된다. 이에 Z세대의 일상을 롤러코스터 같다며 ‘롤코라이프’라 정의한 트렌드북도 있다.
급변하는 유행 주기는 숏케팅이라는 전략을 만들었다. 숏케팅은 짧고 신속하게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는 단기 전략 마케팅을 의미한다. 쉽게 취하고, 쉽게 버리는 Z세대의 소비 생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역시 빨리 팔고 빨리 알려야 한다. 적어도 제품을 알리는 속도가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Z세대의 손보다는 빨라야 한다. 진지를 구축하듯 만반의 대비를 하는 순간 무주공산이 된다. 손님이 올 기미가 보이면 그 자리에서 뭐든 깔고 소리 내 팔아야 한다. 언제, 무엇이 순식간에 뜨고 질지 모르는 만큼 마케팅 역시 손쉽게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전법에 가깝게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평범해서는 안된다. 밀가루 회사 상표로 밀맥주가 출시되고, 구두약 회사 상표로 흑맥주가 출시된다. 솔직히 맛은 그게 그거지만 일단 신박하면 장땡이니까. 무엇보다 소비도, 판매도 속도전이라 이슈가 필요하다. 그렇게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
Z세대에게 SNS는 오프라인 활동을 권하는 가이드 역할도 한다. 바야흐로 인증 욕구가 넘쳐나는 시대에 동선과 소비의 기호를 결정하는 건 예쁘게 찍히고, SNS에 올려서 자랑할만한 것이다. 대체로 자랑거리는 의식주 카테고리 안에 있고 누가 봐도 부러워할 명품은 가장 높은 곳에 임한 자랑거리다. 금수저를 동경하면서도 금수저 코스프레는 멸시하는 경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MZ세대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분기에 온라인 명품 판매 플랫폼에서 MZ세대가 결제한 비중이 73%에 달한다. 오프라인 백화점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드러난다. 지난해 9월 롯데백화점 매출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명품 시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으며 이중 MZ세대 매출 비중이 60%에 달했다. Z세대가 포함된 20대 매출은 31%로 크게 늘어 30대 소비자의 매출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의 20대 명품 매출도 2018~2020년 사이 10% 증가해 37.7%로 나타났으며 마찬가지로 30대의 매출보다 높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지속해온 M세대와 달리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인 Z세대의 값비싼 명품 소비가 가능한 연유가 궁금하지만, 그 심리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끊임없이 유사 미디어에 노출된 세대인 만큼 SNS상에서의 소유에 대한 욕망도 어느 세대 못지않게 팽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Z세대에게 플렉스란 사치가 아닌 소비의 영역인 셈이다.
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팔기도 한다. 구매를 인증했으니 다음 인증샷을 위한 소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소유한 것을 매물로 내놓는다. 일종의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명품이나 한정판 제품은 구매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명품을 구입해서 더 비싸게 파는 리셀러들이 명품숍 앞에 날을 새며 줄 선다. 줄 서기를 대행하는 아르바이트도 생겼다. 소위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도 그렇게 생겨났다.
물론 Z세대라는 카테고리로 묶어서 정의하는 이 모든 언어가 개개인의 삶을 단일하게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Z세대가 지난 어떤 세대보다도 간편한 소비를 즐기고, 그에 따른 반응을 공유하는데 익숙하다. 그리고 향후 10년 사이에 Z세대가 경제력을 갖춘 시대가 왔을 때 우리에게 익숙한 매장 풍경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10년 전과 오늘이 다르듯 10년 후와 오늘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변화는 새로운 세대로부터 오기 마련이다. Z세대가 무엇을 사고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지는 건 내일 날씨를 보듯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