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적인 표현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돌아옵니다. 크리스마스.
우리가 꿈꾸는 크리스마스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중한 이들을 만나고 모두가 행복해지고 작지막 귀한 기적들이 일어나는 일. 브랜드도 같은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합니다. 마치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가슴 졸이며 보는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삶은 모두 클리셰적인 것들이죠. 보고 싶은 사람을 마침내 만나고, 하고 싶은 일들을 이뤄내고, 갖고 싶은 것을 누리게 되는. 나쁜 사람은 착해지고, 외로운 사람들은 친구를 갖게 되는 해피엔딩.
크리스마스는 그런 ‘뻔한’이야기들로도 행복해지는 마법의 힘을 갖습니다.
애플이 찾은 일상의 기적
애플은 올해도 따뜻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Fuzzy Feelings | Apple Holiday Film / 출처: Apple 공식 유튜브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하지만 스토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스톱모션 애니메이터로 일하는 주인공. 그녀는 유독 상사와 사이가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사를 닮은 주인공’은 유독 불행이 끊이질 않죠. 길을 가다 강풍이 불어 입고 있던 바지가 날아가고, 넘어지면 앞에 물 웅덩이가 있어 옷이 다 젖고, 지나가던 차에 치여 강에 빠지고, 크리스마스 전등에 불을 켜려다 전기에 감전되고. 그녀는 상사에 대한 불만을 애니메이션 스토리에 투영시킵니다. 서로에게 불친절한 감정이 스토리 곳곳으로 이어지죠.
그러 던 어느 날, 상사에게서 예기치 않은 크라스마스 선물을 받습니다. 퇴근길엔 혼자 외롭게 저녁을 먹고 있는 그를 마주치게 되죠. 그녀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기로 결정합니다. 애니메이션 속 상사는 집에 돌아오자 환하게 불이 켜진 트리를 만나게 되죠. 그 아래 놓여진 선물상자도 눈에 띕니다. 상자를 여니,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될 강아지가 등장하죠. 그때부터 남자는 친절해집니다. 인색하던 그가 구세군 냄비에 헌금하기도 하고, 행복한 미소를 잊지 않습니다. 그녀는 현실에서도 ‘친절’을 시도합니다. 혼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그의 앞에 앉아 인사를 건네고 함께 밥을 먹습니다. 서로를 향한 다정한 대화가 시작되죠.
애플은 전합니다. “홀리데이를 만드는 건 당신”이라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홀리데이 광고. 하지만 크리스마스 콘텐츠마저도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정말 추운 겨울이 되겠죠.
애플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루에 고작 3초~4초 정도의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었죠. 상사 캐릭터는 두 개를 만들어 동시에 촬영했으며,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공들여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세밀한 촬영을 요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특수 렌즈 없이 오직 아이폰 15 프로 맥스로 촬영한 것이라고 강조하죠. 시종일관 흐르는 노래는 비틀즈 멤버인 조지 해리슨의 “Isn't it a pity"입니다. 그들은 좋은 노래를 찾기 위해, 새로 만들어 보기도 하고 클래식을 붙여 보기도 하고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국은 비틀즈에게 거부당했던 조지 해리슨의 노래로 정했습니다. 가사가 이야기의 스토리를 말해주듯 잘 맞습니다.
비록 아이폰을 광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이지만, 올겨울을 따뜻하게 할 4분가량의 이야기인 건 분명합니다.
Microsoft가 되살리는 당신의 추억
AI가 우리의 연말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생성형 AI를 제공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답게 홀리데이 이야기도 새롭게 풀어냈습니다.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연말연시의 추억을 AI로 재현해 내기로 한 겁니다.
Microsoft holiday 2023 | Make your a holiday masterpiece / 출처: Microsoft 공식 유튜브
뉴욕 거리에 자리를 잡은 아티스트, Ellie Pritts. 현실과 가상을 융합하는 트랜스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그녀는 찾아온 사람들에게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죠. 태어난 나라도 전통도 각자 다른 이들은 그녀에게 그들만의 연말연시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중국에서 온 Paulina는 온 식구들이 음력 설에 모여 만두를 빚던 이야기를 합니다. 일본에서 온 Tacuma는 함께 오리가미를 만들고 놀이공원에 놀러 간 이야기를 하죠. Silvana는 블랙 코트 이야기를 합니다. 할머니의 코트를 입으면 할머니와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하죠.
이탈리아 출신인 Dario는 'feast of the seven fishes'를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고기를 금하고 풍부한 해산물을 즐기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의 연말 전통입니다. Ellie는 이야기를 듣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를 이용해, 각자의 작품을 완성합니다. 거대한 만두로 변신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그림부터 수많은 물고기와 함께 등장한 산타. 할머니의 블랙코트를 입고 크리스마스 풍경을 바라보는 여인, 오리가미 기법으로 만들어진 일본 놀이공원. 각자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진 다른 작품입니다. 단, 추억을 담고 있는 따뜻한 그림이라는 건 같습니다. microsoft.com/holidays에 가면 해당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다운 홀리데이 기념 콘텐츠입니다.
John Lewis의 새롭지만 여전한 크리스마스
오랫동안 함께한 adam&eveDDB와 결별하고 사치앤사치와 처음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영상. 그래서인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하지만 여전히 동심이 담긴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얘기합니다.
Snapper: The Perfect Tree | John Lewis & Partners | Christmas Ad 2023 / 출처: John Lewis 공식 유튜브
어느 날 엄마와 마켓에 간 소년. 오래된 박스에 담긴 크리스마스트리 씨앗을 발견하죠. 집으로 갖고 온 소년은 열심히 씨앗을 심고 키웁니다. 씨앗은 나날이 쑥쑥 자라납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우리가 예상하는 전나무가 아닌 파리지옥풀이 자라나는 겁니다. 파리지옥풀은 자라나면서 소년의 친구가 돼 줍니다.
크리스마스 장식도 함께 만들고 책도 같이 읽고 소년과 많은 교감을 하죠. 하지만 너무 크게 자란 데다 집안 집기들을 망가뜨리기 시작한 파리지옥풀. 결국은 추운 마당으로 쫓겨나죠. 가족들은 그제서야 평범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고 장식을 합니다. 그 모습을 창밖에서 쓸쓸히 바라보는 파리지옥풀. 소년은 이 모습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래서 선물 상자를 파리지옥풀 밑에 갖다 두죠..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함께하기로 합니다. 각자의 선물들을 파리지옥풀에게 갖다 줍니다.
그러자 이 새로운 크리스마스트리는 선물들을 언박싱해 주고 꽃가루를 날려주죠. 조금 다른 트리지만, 똑같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존루이스는 조금 다르고 낯선 존재를 통해 다시 한번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크리스마스는 늘 같습니다
M&S Christmas Clothing & Home | 2023 Christmas Advert (Original Ver.) / 출처: Love Lush 유튜브
영국의 쇼핑몰 체인 막스앤스펜서는 급진적인 크리스마스를 그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전통을 지키기 위해 하기 싫은 일들을 하던 이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엔 하고 싶은 일만 하세요’라고 얘기했죠. 억지로 전통을 지키려던 이들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불을 지르고, 장식품들을 날려 보내고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합니다. 다소 과격한 결정이죠. 막스앤스페서는 'Love thismas, not thatmas'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광고는 많은 반발을 샀습니다.
M&S Christmas Clothing & Home | 2023 Christmas Advert / 출처: M&S 공식 유튜브
영국은 올해 많은 부침을 겪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으로 유럽은 지금 불확실한 시대를 겪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한 시기입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현실도 이럴진대 광고나 영화에서만큼은 따뜻하고 이상적인 크리스마스를 원하는 겁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늘로 날려 버리고, 카드를 불태우는 건 그들이 원한 모습이 아니었던 거죠. 결국 막스앤스펜서는 영상을 재편집했고, ‘Love Chirtsmas'로 자막도 수정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크리스마스는 늘 같습니다. 일 년 내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다가도 크리스마스엔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가 되고, 귀찮더라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기꺼이 어려운 일을 함께 하며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길 바라죠. 표현이 다르더라도 원하는 감정은 같은 겁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이런 바람은 더 강해지죠.
세계가 불확실한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만큼은 연말연시만큼은 희망의 시기가 되길, 브랜드도 우리 모두도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