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03) 콜라보레이션, 브랜드 가치혁신의 연금술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0.06.29 01:49 조회 17121






 
글 ㅣ 이현우 (동의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콜라보레이션의 대상이 되는 브랜드는 단순히 상품의 차원을 넘어선다.

상품과 예술작품, 아트 디자이너, 스타, 행사 이벤트, 퍼포먼스, 기업, 광고, 장소 등 다양한 원소들이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연금술의 재료가 된다.

콜라보레이션은 서로 이질적인 두 개 이상의 브랜드가 만나 공동의 이익을 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개발, 생산, 마케팅, 배급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협력하는 과정이다.

가장 전형적인 콜라보레이션의 형태는 브랜드와 예술작품 또는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이다.

브랜드가 예술을 파트너로 초대한 사례는 근대미술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조금 멀리 내다보면 서양의 역사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렌체의 메디치가(家), 밀라노의 스포르차가(家) 같은 이탈리아의 명망있는 가문들이 당대의 예술 천재들에게 장학금을 대주고 있었던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예술가나 문화활동을 후원하는 근대 이전의 아트마케팅은 대부분 자선적 경향의 스폰서십 형태를 띠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재능과 열정으로 무장된 예술가 들을 순수한 의지로 돌봐주었다는 측면에서 박애주의(Philanthropy)의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그렇게 보면 최근 문화기업을 표방하는 대기업들이 행하는 메세나(Mecenat)나 패트로니지(Patronage)와 닮아 있기도 했다.

스폰서십에 기반한 오늘날의 아트마케팅은 이익을 극대화하고 브랜드나 기업의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코카콜라와 캠벨 수프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아트마케팅의 물꼬를 튼 앤디 워홀(Andrew Warhola), 열쇠고리 같은 친근한 소품들로부터 광고아트까지 전방위적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창초해 낸 키스 해링(Keith Haring),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이자 플럭서스의 대가였던 백남준, 루이비통이나 BMW 등과의 휘황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유명한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 등은 근대적 의미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중요한 사례이다.


아트와 아티스트, 브랜드와의 협업

최근 들어 주목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선, 루이비통과 일본의 대표적인 팝아티스트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을 들 수 있다.

루이비통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가치 연금술은 1998년 뉴욕 출신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영입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를 통해 루이비통의 이미지는 젊고 신선하고 발랄하게 거듭나게 되었다.

마크 제이콥스는 만화캐릭터 피카추로 유명한 무라카미 다카시와 손잡고 브랜드 디자인을 전혀 새롭게 해석하면서 2003년에 들어 몬스터볼 무늬의 루이비통 핸드백을 선보였다.

이 작업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팝아트를 루이비통의 클래식 디자인에 결합함으로써, 우아한 이미지와 경쾌한 느낌을 잘 살려 경제력이 있는 젊은 소비자층을 포섭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했다.

콜라보레이션의 파워에 눈 뜬 루이비통은 이때부터 자체 문화예술재단을 건립해서 지속적인 컬처아트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푸마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가치의 혁신을 이루었다.

푸마는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의 라이벌에게 시장을 내어주고 있었는데, 스니커즈 제품에 질 샌더, 미하라 야스히로 같은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다.

이를 계기로 푸마는 시장에서의 고지를 탈환할 수 있었고, 디자이너 스니커즈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도 했다.

그 외에도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사례는 다양하다.

스포츠웨어슈즈 컨버스는 팝아트의 거장 리히텐슈타인과 앤디워홀의 작품을 2010년 신상품 디자인에 채용해서, 컨버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부각시켰다.

리바이스는 동화적인 그림으로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 홍수영과 함께 귀엽고 상냥한 느낌의 프린트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폴 스미스와 생수 브랜드 에비앙은 선명한 줄무늬 컨셉트를 잘 살려, 투명하고 시원한 생수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한정판 병 디자인을 개발해서 인기를 끌었다.

유니클로는 각 분야에서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네 명의 신진 아티스트, 즉 뮤지션 겸 회화가 나얼, 일러스트레이터 이에스더, 팝아티스트 지니 리, 패턴 아티스트 275C와 함께 한국문화의 감성이 물씬한 티셔츠 디자인을 상품화했다.

코카콜라 또한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와 콜라보레이션하여 흰색과 검정, 그리고 분홍색이 세련되게 어울리는 스테인레스 병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디자이너에게 디자인만 의뢰하는 형태의 단순한 아트마케팅과는 분명히 다르다.

아티스트로 하여금 제품계획, 생산, 유통 전 분야에 대해 함께 논의하면서 세세한 부분에까지 아티스트의 생각과 철학을 반영한다.

즉, 단발적인 디자인 아웃소싱으로 끝나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한다는 것이다.


스타와 장소의 명성으로 증폭되는 브랜드 시너지

콜라보레이션의 또 다른 형태로 브랜드와 스타와의 협업을 들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브랜드와 아티스트 간의 콜라보레이션과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직접적으로 스타들이 디자인에 참여하거나 제품 생산 전반에 참여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에 따라 대중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국 출신의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루이비통, 나이키와 함께 콜라보레이션한 신발이 그
사례이다.

그는 제품의 개발단계부터 직접 참여하여 개인 블로그를 통해 스니커즈 제작과정을 네티즌들에게 전파함으로써 바이럴을 통한 구전효과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그는 500켤레 이상의 스니커즈를 소장할 정도로 이 브랜드에 대한 매니아로, 두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 단순히 스타의 이름만 딴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디자인한 신발이라는 의미를 살려내었다.

브랜드와 장소 또는 전시행사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프라다가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Remment Koolhaas) 등과 함께 서울 경희궁에서 진행한 복합설치 프로젝트 ‘프라다 트랜스포머’가 이에 해당한다.


이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서울은 600년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프라다는 동서양의 문화교류라는 명분을 내걸고 미우치아 프라다 (Miuccia Prada)를 비롯한 세계의 유수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가운데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다.

또한 관람객들에게는 패션, 미술, 영화 등 세계적인 수준의 복합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자부심을 제공했다.

기업 또는 브랜드가 예술문화에 대한 지원을 통해 문화기업으로 기업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콜라보레이션으로 닥스와 라코스테의 ‘12. 12 파티’ 프로젝트와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tier)와 까르티에(Cartier) 재단이 콜라보레이션으로 주최한 ‘Pain Coutre’ 등을 들 수 있다.

삼성전자의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전 프로젝트도 그 중 한 사례이며, 기업이 수집한 유명 작가의 콜렉션을 가지고 직접 미술관을 운영한 리움 미술관의 문화 퍼포먼스도 넓은 뜻으로 보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와 광고, 아트의 유기적 통섭


브랜드와 브랜드 간의 콜라보레이션도 그 사례를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풀터치폰 ‘코비’ 의 감각적인 컬러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백팩과 휴대폰용 미니백을 작년 말에 선보였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함께한 콜라보레이션의 산물이었다.

아디다스도 애니콜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휴대폰의 컬러 패턴과 펫네임(Pet Name)을 가방에 적용해 더욱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아디다스 또한 독일의 음향기기 전문 기업인 젠하이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DJ헤드폰을 개발, 독특한 디자인과 깨끗한 사운드로 매니아 소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이탈리아 출신의 보석 디자이너 마시모 주끼(Massimo Zucchi)의 감성과 지펠의 첨단기술이 결합된 지펠 마시모주끼 냉장고도 브랜드와 브랜드 간 콜라보레이션의 사례이다.

이를 통해 이 브랜드는 물과 얼음을 테마로 보석의 이미지를 구현하면서 제품의 컨셉트인 신선함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밖에 아디다스와 스타워즈의 콜라보레이션, 일본의 햄버거 전문 모스버거와 도넛 전문 미스터 도넛 프랜차이즈가 콜라보레이션해 만든 도넛 모양의 햄버거 ‘모스도’, 디즈니와 레고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디즈니 캐릭터 레고 제품도 이러한 유형의 사례에 해당한다.

브랜드 창조의 핵심 메커니즘인 광고와 아트와의 협업도 콜라보레이션의 중요한 사례이다.
 
CJ오쇼핑이 전개한 ‘쇼핑의 지혜’ 캠페인이 좋은 사례였다.

쇼핑의 지혜는 곧 여자의 지혜라는 컨셉트를 표현하기 위해 광고에 ‘여자를 그리는 화가’ 로 유명한 화가 육심원 씨의 작품을 채용했다.

CJ오쇼핑은 브랜드와 작품과의 연계성을 철저히 계산하여, 단순히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차원을 넘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하는 아트마케팅 전략을 실행했다.

콜라보레이션은 그 시도만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유니클로와 질 샌더의 콜라보레이션 브랜드인 +J는 명동 눈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H&M, 자라 등의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 간의 치열한 경합으로도 화제가 되었지만, 관련된 블로그 포스팅이나 웹문서를 수만 개 이상 유포시켜 강력한 바이럴 효과를 창출해 내기도 했다.


합금술을 넘어선 연금술의 지혜를…

콜라보레이션은 분명히 브랜드의 가치를 혁신시키는 연금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개 이상의 원소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합금술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혁신적인 콘텐츠가 콜라보레이션을 주도하지 않는다면 브랜드의 혁신적인 가치는 저절로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철저히 독자적인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기업의 비즈니스 영역과 관련성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고유한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새로운 브랜드나 유명 아티스트만을 선호하다 보면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 같은 어색한 느낌만 남길 뿐이다.

진정한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서는 브랜드나 아티스트의 이름값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이미지를 조화시켜야 한다.

제품을 살리되 속성에만 매달리지 말고 브랜드의 아우라를 극대화하라는 것이다.

제품의 장점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아티스트와 브랜드 이미지를 결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고급 보드카 시장을 석권한 앱솔루트는 1985년 브랜드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앤디 워홀과 손을 잡고 그가 독창적으로 해석한 앱솔루트 이미지를 비주얼로 채택했다.

그 후로도 스텔라 매카트니, 톰 포트, 장 폴 고티에, 마놀로 블라닉, 존 갈리아노 등의 유명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면서 명품과 최고의 아티스트의 시너지는 증폭되었다.

콜라보레이션은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단발성의 행사로 그치기보다는 프로그램 단위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진행이 필수적이다.

콜라보레이션에 성공한 브랜드들이 일회성의 이벤트식 접근보다는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는 점을 눈여겨 볼 일이다.

콜라보레이션 기획은 브랜드의 개발단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콜라보레이션 ·  기업협력 ·  기업마케팅 ·  경영전략 ·  제일기획 ·  제일월드와이드 ·  브랜드전략 ·  브랜드이미지 ·  브랜드구축 ·  아트마케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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