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란 말처럼 제일기획은 전 세계적인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국의 독립광고회사인 BMB사를 인수해 새로운 부의 창출로 글로벌 시장의 진출을 알렸다. 즉, 지난해 4월 레오버넷 영국 CEO인 브루스 헤인즈(Bruce Haines)를 제일기획 COO인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바로 이를 위한 예고편이었던 것이다. BMB사의 인수를 진두지휘한 브루스 헤인즈 COO에게 인수의 배경을 비롯해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제일기획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 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 정현영 기자
영국 BMB社 인수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 선언
국내 광고 시장에서 최대 물량을 자랑하는 제일기획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글로벌 브랜드인 ‘삼성’이라는 거대 광고주를 보유한 덕분에 제일기획의 매출액 역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개의 국내 광고대행사들이 그러하듯이 해외로의 진출은 광고주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진정한 글로벌 시장의 진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해외 현지에서의 신규 광고주 영입은 없거나 있더라도 극히 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지난해 제일기획은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해외 시장을 새로운 부의 창출로 삼고 레오버넷 영국CEO인 브루스 헤인스(Bruce Haines)를 영입하면서 글로벌 사업부문 강화의 모멘텀으로 기용한 것이다. 브루스 헤인스는 제일기획에서 글로벌 COO(Chief Operating Officer)이자 부사장으로서 해외 각 네트워크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 및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할 글로벌 핵심 기지(Global Center of Excellence)를 구축해 제일기획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울 본사와 해외 네트워크 및 광고주와의 통합 강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제일기획 글로벌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헤인스 COO는 지난 35년간 P&G, Craft, 헤롯 백화점, 포르쉐, 헤네시 코냑, 아디다스, 레블론, 팀버랜드, 모빌 등 수 많은 성공캠페인을 제작하고 다수의 국제 광고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IPA(Institute of Practitioners in Advertising) 회장 역임 및 Marketing Society Fellow, 커뮤니케이션 산업 자선 교육 기관인 NABS의 현(現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제일기획에 오기 전 레오버넷 글로벌 경영이사로 D`arcy와의 합병 및 BTL 자회사 ARC와의 통합작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인이다. 제일기획의 BMB(Beattie McGuinness Bungay)사와의 인수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는 말한다. “국내 토종회사인 제일기획이 글로벌 광고회사, 그것도 명성이 높은 BMB사를 인수했다는 것 자체로 대한민국의 광고업계의 위상을 높인 것”이라고. 제일기획과 경쟁사간의 격차가 성큼 벌어지는 순간이다.
이번에 인수한 BMB사는 어떤 회사입니까?
- ‘BMB’사는 전(前) TBWA 런던의 회장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트레버 비티(Trevor Beattie)와 전(前) TBWA 런던의 CEO였던 앤드류 맥귀니스(Andrew McGuinness), 그리고 전(前) TBWA 런던의 아트 디렉터였던 빌 벙가이(Bill Bungay)가 주축이 되어 4년 전 설립한 영국의 독립 광고회사입니다. Marketing Magazine이 선정한 2008년 최우수 광고대행사, Campaign Magazine이 선정한 최고 광고 파트너 Top 5, 칸 광고제 수상작 배출 등 모든 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 세계 광고업계에서 최고의 광고회사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광고회사이지요.
BMB사를 인수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 세계 최고 수준의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확보해 광고주에게 글로벌 수준의 전략 및 크리에이티브를 새롭게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광고주를 개발할 수 있는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나아가 BMB사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일기획의 BMB사 지분을 49%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득 완료는 언제 마무릴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BMB사의 성장세에 달려 있으며, 명시된 일자는 없습니다.
향후 BMB사는 제일기획과 어떤 형태로 운영될 예정입니까?
- BMB사는 지금까지처럼 독자적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사명 변경도 없을 겁니다. 광고주의 니즈에 따라 제일기획과 하나의 팀을 구성해 대응한다는 전략입니다.
BMB사가 지닌 강점이나 차별점은 무엇인가?
- BMB사는 전략적으로 뛰어난 광고회사이며, 좋은 인재와 더불어 BMB사는 여타 다른 광고회사와 달리 광고주와 긴밀히 일하면서 광고주의 비즈니스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스마트한 조직이지요. 즉 비즈니스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크리에이티브가 광고주 비즈니스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회사입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나 시장상황을 봤을 때, 제일기획-BMB의 활동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 어려운 시기일수록 광고주는 최고의 자문이 필요합니다. 올해 제일기획은 BMB사와 함께 사업구조 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상황이 호전됐을 때 목적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변모되어 있을 것을 확신합니다.
BMB사의 주요 클라이언트는 누구입니까?
- 현재 BMB는 Carling(쿠어스 맥주 계열), ING Direct(온라인은행), Diageo(주류), Virgin Money(금융), McCain(식품), IKEA 등을 주요 광고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BMB사가 진행해 온 캠페인 중 성공 사례 한 가지만 소개 부탁합니다.
- 영국 광고제 및 칸 광고제에서 다수 수상한 Carling i Pint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모바일 광고용으로 제작된 이 캠페인은 칼링 맥주 홈페이지에서 소비자 휴대폰으로 다운 받으면 휴대폰 액정 초기화면이 칼링 맥주로 바뀌고, 소비자가 휴대폰을 기울이면 마치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액정화면 내 맥주가 움직입니다. 이러한 모바일 캠페인이 입소문이 나고 놀라운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칸 광고제를 비롯한 국제 광고제에서 다수 수상했습니다.
글로벌 COO로서 향후 제일기획의 글로벌 사업 전략을 제시한다면?
- 제일기획이 지주회사의 형태를 갖추도록 네트워크를 재구성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한 개 이상의 에이전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선진국 시장에서는(영국, 미국, 싱가폴, 상파울루 등) BMB와 함께 기존 제일기획의 법인 및 사무소 등을 강화해 나갈 것이고, 개발도상국에서는(뉴델리, 모스코바, 북경 등) 현지의 우수 인재를 영입해 제일기획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한국의 광고대행사의 해외 진출이 힘든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며, 활발한 해외 진출 및 공략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 이러한 문제는 홈그라운드에서 해외로 진출하려는 모든 광고회사가 겪는 공통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광고회사는 현지 인력을 채용해 현지 사무소를 확장하려는 노력이 특히나 더뎠던 것 같습니다. JWT 런던은 매우 영국적인 광고회사이며, JWT 뉴욕은 매우 미국적인 광고회사입니다. 하지만 둘 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하나의 브랜드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일한 프로세스를 통해 광고주를 대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적인 것은 한국에 가장 적합한 것이며, 해외 광고주 개발을 위해서는 현지 인력이 현지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 우선 과제로 꼽자면 BMB 뉴욕 사무소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이번 인수 건이 국내 광고대행사들에게 어떤 의미 혹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산하는지요?
- 지금까지 대한민국 광고회사들은 해외 유수의 광고그룹에게 팔리기만 했었습니다. 이러한 대한민국 광고시장에서 국내 토종회사인 제일기획이 해외에서 명성이 높은 글로벌 광고회사를 인수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광고계의 역사를 다시 쓴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유수의 해외 대행사를 제치고 대한민국의 제일기획이 BMB사의 파트너가 됐다는 것은 대한민국 광고계의 위상을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