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ㅣ 박윤진 (크리에이티브솔루션1팀 차장)
뒤척이다가 잠에서 깬다. 어질어질, 잠들 수가 없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롤러코스터를 탄 듯 와글와글 세상 돌아가는 소리에 현기증이 난다.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듣는 소머즈의 귀를 가진 것도 아닌데,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 소리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하루하루다. 광고인에게 새로움이란 시시포스 신화 속 바위처럼 늘 굴려야 하는 평생의 업보지만, 이토록 미디어에 ‘New’를 강요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 되는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오랜 시간 고수해온 TV와 인쇄라는 전통 미디어의 틀을 넘어 새로운 사고의 틀을 갖춰야 할 시대가 왔다.
■ 광고1. 모든 것은 빠르게 나이 든다, 업데이트하라 !
기억하는가. 2006년 미국의 <타임>이 선정한 그 해의 인물은 ‘YOU’였다. 개방과 참여, 공유로 대표되는 웹 2.0의 상징 유튜브·페이스북·위키피디아·마이스페이스 등이 각 개인의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려한 데뷔를 치른 유튜브·페이스북·스카이프·트위터는 더 이상 새로운 미디어가 아니다. 이미 이 모든 것은 소비자의 일상이 되었고 소통 채널이 되었으며 친근한 그 무엇이 되었다.
브라질의 모마라는 광고회사는 뉴 미디어라 일컬어지는 모든 것을 빈티지한 광고로 만들어, 새로운 미디어로 업데이트할 것을 알리는 ‘맥시미디어 세미나(Maximidia Seminars)’를 개최한다.
■ 광고2. 스마트폰 덕에 검지 공주라도 나올 기세
가족 모임에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한 하나의 작은 사건. 네 살 꼬마가 네모난 어린이 치약을 들고 ‘이모한테 전화할 거야~’라며 전화하는 시늉을 한다. 그런데 키패드를 콕콕 누르겠거니 했던 아이는 검지 손가락 하나를 세우더니 전화번호부 화면을 아래로 살살 슬라이드하며 원하는 번호를 콕 누르는 시늉을 한다. 터치폰으로 전화하는 방식을 체험한 것이다.
아! 이 아이가 컸을 때 세상은 얼마나 더 변할지…. 이제 기존의 미디어는 스마트폰의 영역으로 접속을 시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검지의 활약을 보라. 거대한 손가락이 타이타닉을 전복하고 축구 경기장을 놀라게 한다. 프랑스의 BETC Euro RSCG는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하는 유료 채널의 광고를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영화와 모든 스포츠를 이제 당신의 스마트폰으로 보라는 내용의 광고다.
■ 광고3. 모든 디지털에 반대하는 ‘스투피드 스피릿’
‘비 스투피드(Be Stupid) 캠페인’으로 열렬한 환영을 받은 의류 브랜드 디젤은 시대를 거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디젤의 비 스투피드 캠페인은 페이스파크의 론칭과 함께 독일 베를린에서 아날로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페이스파크란 페이스북의 디지털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바꾼 라이브 이벤트다. 6월의 어느 날 페이스파크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페이스북의 프레임을 본뜬 골판지를 걸치고, 잘 만진 프로필 사진 대신 실제 얼굴을 내민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서로 대화하고 교류하며 하고 싶은 말이나 소개의 글을 직접 써서 스티커로 붙인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직접 ‘좋아요’ 스티커를 붙여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아날로그를 추구한 이 캠페인이 온라인을 통해 소개되었고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아날로그를 선택한 그들이지만, 디지털이라는 숙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이 모든 캠페인은 DDB 뒤셀도르프에서 진행했다.
■ 광고4.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의 영민한 뒷북
이번 칸 국제광고제 필름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심사 결과에 대해, 많은 이 들은 뉴 미디어 일색의 수상작 속에서 기존 매체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심사 정도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랑프리 수상자들은 영민했다. 미국의 화장품 업체 올드 스파이스의 보디워시 광고로 수상한 그들은 ‘기존 매체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심사’를 무색하게 했다.
그들은 수상과 동시에 주위에서 받은 주목을 뉴 미디어인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증폭시켰다. 광고영상을 보고 올라온 댓글에 대해 광고모델인 무스타파를 기용해 동영상 대답을 제작한 것. 이 동영상은 인터넷에 퍼지고 퍼져 네티즌의 패러디 제작물까지 등장했다. 이 광고의 제작자는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TV든 인쇄든 간에 소비자가 즐기고 기억할 만한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기려고 하는 사람을 진정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이 광고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