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2010년, 자수성대(自修成大) 한국인 돌아보기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1.02.17 03:46 조회 16676






지금으로부터 1년 전, 2010년을 맞이하면서 일각에서는‘국가’가 한 해의 화두로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 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이벤트뿐만 아니라, 지방 선거, 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가적 이벤트가 집중되었던 한였기 때문이다. 이에 3월 백령도 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태가 이어지면서, 어느 해보다 더 국민들의 관심이 ‘국가’에 집중되어 그들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 속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 예상은 적중했을까?


 
글 ㅣ 권용주 프로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세상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흔적은 소비자들의 가치관이나 생활상,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에서도 묻어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변화 추이를 살펴 보며 향후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서는 매년 ACR(Annual Consumer Research)을 실시하고 있다.

ACR은 라이프스타일과 상품 구매 실태, 미디어 접촉 실태, 사진찍기 조사 하트(HEART)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국 주요 5대 도시(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13~59세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해에는 ACR 조사를 바탕으로 두 권의 보고서가 발간되었으며, 그 중 <2010 대한민국 라이프스타일 조사> 보고서를 본고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보고서는 2010년 한국인들의 가치관과 생활상을 분석한 ‘주제별 분석’과 1318세대부터 5059세대까지의 연령별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 ‘세대별 분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년 보고서에서도 진화를 엿볼 수 있는데, 2010년에는 전년 대비 변화를 볼 수 있는 항목들에 대해 트랙킹 데이터를 추가하여, 소비자들의 변화를 엿보고, 앞으로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팁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ACR 보고서로 돌아본 2010년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 주요 특징과 세대별 특징을 지금부터 살펴보자.


개인의 영향력을 확대한 자수성대(自修成大) 한국인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2010년 동계 올림픽, 월드컵, G20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가적 이슈의 관심 속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역량 개발에 힘쓰고,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의 영향력을 더욱 강한 사회적 영향력으로 확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서 2010년 대한민국 소비자 키워드로 선택한 ‘자수성대(自修成大)’는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역량이 강화된 개인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한다’라는 의미다. 개인의 역량을 키움으로써 자신의 행복에서 마침표를 찍지 않고,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국가적 위상 제고까지 이르게 하는, 이른바 ‘긍정적 개인주의’에 가깝기 때문에 기존의 단순 ‘개인주의’와는 차별화된다.

결론적으로, 2010년 한국인들은 ‘국가적 이슈’보다는 ‘개인의 역량’과 ‘개인 간 네트워크’에 더 집중하는 성향을 보였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 해, 취학 전 조기교육, 취학 시 사교육, 취업 전 스펙관리, 취업 후 자기계발 등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개인 역량 강화’성향이 두드러졌다.

또한, 스마트폰 확산과 트위터, 미투데이 등의 모바일 SNS 확산으로 인해 신개념의 위크타이(Weak-tie)형 인적 네트워크가 화두로 떠올랐으며, 그 안에서 개개인이 주고 받는‘개미 여론’이 선거 및 고위층 인사 등 정치적 이슈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1) 자수(自修) : 개인 역량 강화

사회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로‘실업·취업난’이 전년에 이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에 대한 관심이 36%로 2위를 차지하면서, 경제나 정치 분야보다도 더욱 높은 관심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이러한 교육에 대한 관심은 한국인들의 모든 세대의 의식과 행동 속에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교육열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 속에서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의 성공에는 학벌의 영향이 크다고 느끼고 있다. 공교육만으로는 좋은 대학 진학이 힘들다고 하니, 조기교육·사교육에 대한 투자는 필수이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적으면 불안감마저 느낄 정도로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그림 2).
 

20대 이후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스펙 및 경력 관리로 이어졌는데, 취업을 위한 자격증·어학 연수나 기타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가 전년 대비 상승했다. 자기계발에 가장 관심을 갖는 20대뿐만 아니라, 50대에서 자기계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34%로 높게 나타나 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은 전 세대에 걸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그림 3, 4).
 


2) 성대(成大) :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적 영향력 확대

트위터·미투데이 등의 신개념 SNS가 화두였던 2010년에는 한국인들의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보다도 높았다. 전년도 개인 관심사 중 6위에 그쳤던 친구·인간관계가 2010년에는 4위로 올라서며, 새로운 형태의 인적 네트워크 시대의 관심을 반영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그림 5).
 

학교·직장·회사를 기반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 외에 취미 및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동호회나 모임의 참여도 증가했다. 특히 50대가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모바일 SNS를 통해 위크타이형 인간관계를 가장 활발히 구축하는 20~30대뿐만 아니라, 50대에서도 기존 인맥 관계를 넘어서 관심사로 연결된 새로운 형태의 인간 관계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그림 6).

‘참여의 힘’에 대한 기대 또한 상승했다. 선거나 시민활동의 개인참여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전년 대비 다소 긍정적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그림 7).
 

이러한 결과들은 2010년 스마트폰, 모바일 SNS 대중화로 인한 신개념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과 그 안에서 소통되는 개인의 의견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반응하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한 사회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대별 특징·변화 분석

ACR은 매년 성·연령·지역·직업별 인구 구성비를 고려한 쿼터 할당 방식으로 조사가 되고 있다. 이러한 조사 방식은 관심 타깃별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데, 특히 세대별 분석이 현업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부분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2010년 전국소비자조사 보고서의 특징은 전년 대비 변화가 나타난 항목들을 중심으로 트랙킹 데이터를 제공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세대별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는 어떠한 특징과 변화가 나타났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318세대 : 학업의 압박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꿈보다는 주위에 이끌리는Floating Teens

2010년 10대의 모습은 눈앞에 닥친 입시와 학업에 대한 중압감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기대나 사회적 의식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 보장 확대에 대한 필요성 인식이나 사회적 현안·이슈에 대한 참여 의향,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그림 9).
 

이러한 모습들은 교육에 관심이 높아진 2010년, 10대들의 생활 속 교육의 압박이 한층 가해지는 동시에, 타 세대와는 달리 학교·학원 친구를 벗어난 새로운 인간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10대들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사회적 문제보다는 스트레스 해소의 출구로써 친구나 연예인, 게임 등 주변의 대상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1924세대 : 치열한 현실에서 열린 마음과 도전 의식으로 삶을 즐기고픈 Challenge Taker

지난 해 매스컴으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세대가 1924세대였다. 동계 올림픽, 월드컵 등 기존의 ‘애국’지향적인 국가적 이벤트에 ‘개인의 성취’, ‘재미와 도전’의 자세로 임하는 새로운 세대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1924 세대의 사회 관심사에서 나타나듯, 실업난에 대하여 최대의 관심을 보이며 ‘무한스펙 관리’를 하면서도, 해외에서의 취업이나,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가를 꿈꾸는 등 치열한 현실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기고자 하는 성향이 돋보였다(그림 10, 11).
 


 
2529세대 : 현실적, 실리적이면서도 자신만의 멋과 즐거움을 향유하는 Practical Narcist

사회 초년생으로 대표되는 2529세대는 전년 대비 위험 감수 성향이나 경력 관리 측면에서 더욱 현실적이며, 실리적인 모습을 보였다.
 

성과를 위한 위험 감수나 새로운 시도 등의 위험 감수 성향은 다소 보수화된 반면, 경력관리를 위한 투자나 이직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그림 12).

한편,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성향은 1924세대에 못지 않게 나타났다(그림 13). 즉, 2529세대는 현실적인 삶에 적응을 하면서도 경제력을 통해 자신만의 멋과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세대로 볼 수 있다.


3039세대 : 현실 문제와 미래 준비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Life Chaser

3039세대는 현재의 행복, 물질적 생활 수준을 중시하며 실질적으로 노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는 첫 세대로 나타났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중간 다리 역할을 담당하여 가장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세대로서, 일상이 바빠 건강에 소홀하기 쉬운 세대이기도 하다(그림 14).


4049세대 : 가족과 자녀가 삶의 중심이며, 의식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The Familist

4049세대는 가족이 삶의 중심으로써, 모든 관심이 가정에 초점이 맞춰진 세대이다. 그들은 타 세대 대비 높은 사회적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행동의향도 높지만, 그러한 사회적 관심조차도‘대의’를 위한 관심이라기보다는 가족의 안정을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그림 15, 16).
 


4049세대에서 전년 대비 두드러진 변화는 식품과 PB(Private Barand)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에서 나타났는데,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친환경·프리미엄 식품과 홈쿠킹의 인기가 높아졌으며, 전년 대비 PB제품 브랜드 품질에 대한 신뢰도와 이용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7).
 

이러한 현상 역시, 가족의 안전을 가장 중시하는 4049세대의 성향을 반영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5059세대 : 변화를 주저하며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Safe-Way Walker

5059세대는 타 세대 대비 현재에 만족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라는‘안전지향적’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노후를 통한‘제 2의 인생을 꿈꾸는 세대’로 한동안 여겨졌던 5059세대가 ‘새로운 도전’ ‘위험 감수’ ‘해외 거주’등 새로운 일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응답을 하는 동시에 ‘노후를 위한 재정적 준비’는 60%로 전년 대비 6% 상승했다(그림 18).

이러한 결과는, 5059세대가 더욱 현실적인 삶과 노후를 추구하는 성향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2010년 전국소비자조사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대한민국 소비자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세대별 특징과 변화를 살펴 보았다. 2010년은‘국가’의 화두 속에서도 개인의 역량 개발과 네트워크를 통한 개개인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를 통해 ‘자수성대(自修成大)’를 이루었던 한 해였다.

2011년은 2010년과 대조적으로 국가적 이벤트가 유난히 없다고 한다. 이렇게 극명히 다른 상황 속에서 2011년의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올해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변화를 예상해보고, 새롭게 출간될 <2011 대한민국 라이프스타일 조사> 보고서와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더욱 생생한 소비자들의 삶을 담기 위해 그들의 인식과 태도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반영하기 위한 ACR의 2011년 변화도 기대해 본다.
 
제일기획 ·  제일월드와이드 ·  자수성대 ·  ACR ·  라이프스타일 ·  상품구매실태 ·  미디어접촉 ·  조사결과 ·  주제별분석 ·  세대별분석 ·  긍정적개인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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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쏨땀
2024 ADFEST를 한 달 남짓 남겨둔 어느 날, OpenAI에서 비디오 생성 AI ‘소라(Sora)’를 발표했다. 지금껏 봐왔던 생성형 AI와는 차원이 다른 결과물에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이런 타이밍에 ADFEST 참가자들이 올해 행사에 기대하는 바는 더욱 분명했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버린 AI 시대, 광고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스포를 하자면, 모든 강연자가 그 우려 섞인 질문에 대해 ‘걱정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