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계산된 명분보다 순수한 목적으로 접근하라
대홍 커뮤니케이션즈 기사입력 2011.03.24 03:27 조회 8447






소비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기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전방위 캠페인, 착한 기업 이미지를 파는 톡톡 튀는 광고까지. 세계적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진정성이 더해지고 접근 방법이 다양해진 ‘착한 마케팅’을 지켜보는 일은 꽤나 흥미롭다.



글 ㅣ 이현우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것이 바로 사회 지도층의 윤리고 선행이야, 난 이렇게 배웠어.”

작년 말부터 올 연초까지 여심을 사로잡았던 한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습관처럼 읊조린 대사다. 조금 우아하게 말하면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야기다. 가진 자들이 약자들을 돌보는 마음은 그 어느 사회에서건 미덕으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가능할까? 현실적으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은 맹자가 말한 성선설에 바탕한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공명심 때문에 생색을 내고 싶거나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은 죄의식 때문이 아니면 기업이 착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돈만 밝히는’ 기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리더 기업들은 다양한 사회 공헌을 통해 열정을 보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 사례 1 ] 마이너를 향한 메이저 기업의 배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촉발한 한장의 사진이 있었다. 1996년 <라이프> 6월호에 실린 파키스탄 소년의 모습이었다. 나이키의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축구공을 웅크린 자세로 꿰매고 있는 12세 소년의 모습은 고스란히 세계인의 눈에 아동 착취의 상징으로 각인되었고, 이는 나이키 제품의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수익의 격감과 주가의 폭락에 이어 기업 존립의 위기감까지 안겨준 나이키에게 사회공헌과 기업 윤리에 눈뜨는 계기가 되었다.

그 무렵 등장한 장애인 올림픽 협찬 광고 캠페인에서는 나이키의 쇄신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광고에는 팔이 없거나 휠체어를 타고 있거나, 얼굴 근육이 일그러진 장애인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등장한다. 단순히 무책임한 비주얼 스캔들을 유발해보겠다는 전략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카피가 전해주는 강력한 메시지에 있다.

“동정해도 좋아”라는 메인 카피 아래를 “100분의 1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것에 대해서”라는 서브 카피가 장식한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곁에 있는 게 창피하다고?”라는 메인 카피 아래 “당신 정도는 준결승에서조차 그와 겨루기 힘들걸”이라고 적혀있다. 정곡을 찌르는 카피들은 동정 가득한 눈으로 장애인 선수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에 장애인 선수를 새롭게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 사례 2 ]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의 박애주의 스폰서십

천박한 자본이라는 오명을 벗고 문화 기업을 표방하면서 넉넉하지 못한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착한 기업도 있다.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기업가 가문이 예술가를 후원한 역사는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렌체의 메디치가, 밀라노의 스포르차가 같은 이탈리아의 명문가들이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 등 당대의 천재 예술가에게 장학금을 대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술가나 문화 활동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모습은 형편은 어렵지만 재능과 열정이 가득한 예술가들을 순수한 의지로 돌봐주었다는 측면에서 박애주의(Philanthropy)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메세나’라고 불리는 기업들의 문화 예술 지원 활동은 예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코카콜라 병과 캠벨 수프 캔, 유명인의 초상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아트 마케팅의 물꼬를 튼 앤디 워홀, 열쇠고리 같은 친근한 소품들에서부터 광고 아트까지 전방위적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창조한 키스 해링,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유명 브랜드들과의 휘황찬란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유명한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은 앱솔루트 보드카, 리바이스, 아디다스, 루이비통, 코카콜라, 나이키, 프라다 등이 행한 예술 후원 사업의 주요한 수혜자였다.


[ 사례 3 ] 질병과 환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에이본’ ‘바디샵’ ‘에스티로더’ 등의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함께 펼친 핑크리본 캠페인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유방암 예방을 위해 기획된 이 캠페인은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기업들은 핑크색 리본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전국적인 기금 모금과 컬러풀한 핑크빛 조명 행사를 진행하면서 유방암의 심각성과 조기 발견, 완치의 필요성을 교육했다. 1992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전 세계의 유명 건물들을 핑크빛으로 장식하면서 유방암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이처럼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기업들이 기획, 추진하는 캠페인 또한 최근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사회 공헌의 하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재난 현장에서도 기업들의 선행은 이어진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 성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해 노스웨스트 항공이 벌인 마일리지 캠페인도 착한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이 회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인 월드퍽스(Worldperks)에 가입한 회원은 자신에게 적립된 마일리지를 국경없는 의사회, 구세군, 미국 적십자, 아메리카 케어, 해비타트와 같은 에어케어 협력 단체에 기부하는 데 동의했다. 특히 국경없는 의사회는 기부 받은 마일리지를 의료 구호가 시급한 피해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항공편 이용에 활용했다.


[ 사례 4 ] 순수한 목적의 선행이 불러온 브랜드 성공 신화

착한 마케팅 이야기를 하면서 탐스 슈즈의 슈드랍(Shoe Drop) 캠페인을 빼놓을 수 없다.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사면 그 보답으로 회사가 신발 한 켤레를 저개발 국가의 맨발 아동들에게 보내준다는 것이 이 캠페인의 취지다. 무엇보다 탐스 슈즈 캠페인의 미덕은 ‘조용한 선행’에 있었다.

신발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회사의 마케팅 정책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선행을 내세워 장사에서 덕을 볼 속셈이 없었다는 것이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예상치 않은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가난한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는 꿈을 선물한 이 착한 마케팅은 이제 국내에서도 유명해져 브랜드 철학에 동참하는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30만켤레 이상의 신발을 남미와 아프리카로 보낸 탐스 슈즈는 사업 영역을 스케이트보드로도 확장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스케이트 보드를 하나 살 때마다 지구촌 저편의 아이들이 또 하나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달리는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 사례 5 ] 세계적 기업들이 뭉친 전방위 착한 마케팅

탐스 슈즈의 착한 마케팅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또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인 ‘프로덕트 레드(Product Red)’도 주목해야 할 사례다.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은 불과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착한 마케팅으로 성장했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Red’로 이름 붙여진 공동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원사들은 이 브랜드 네임을 사용하는 대가로 일정액을 사회에 환원하게 된다. 프로덕트 레드는 아프리카의 에이즈 환자를 돕기 위해 팝 그룹 U2의 리더인 보노와 사회 운동가인 슈라이버에 의해 발족됐다.

애플, 모토로라, 델, 마이크로 소프트, 갭, 아르마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애플은 ‘Red’ 브랜드의 아이팟 나노 한 대가 팔릴 때 10달러를, 갭은 해당 제품 판매 이익의 50%를 내놓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해당 카드 사용액의 1%를,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레드’ 카드를 사용해 커피를 마실 때마다 5센트를 기부한다.

하지만 프로덕트 레드에 속한 브랜드들의 사회 공헌 실적은 그리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광고 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의 비판처럼 그동안 들인 광고비에 비하면 기부금 수익은 초라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프로덕트 레드 회원사들은 이러한 비판에 동의하지 않지만,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들이 합작한 결과 치고는 실망스러운 실적임이 탐스 슈즈의 겸손하면서도 조용한 선행과 대조되어 잘 드러난다.

착한 마케팅을 통해 잘 팔리지 않는 주변 제품을 홍보해서 판매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산된 ‘명분’이 고객에게 통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이 사례는 상품 특성과 사업 영역과의 일치, 지구촌이 가장 시급해하는 지속 가능한 공익 테마, 누구나 공감할 만한 단순 명쾌한 커뮤니케이션 등이 이 시대의 착한 마케팅을 성공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이어지는 기사 보기]

1.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사회 공헌의 3대 핵심 전략
3. 착한 광고가 지속 가능한 기업의 가치를 만든다
 
대홍기획 ·  착한기업 ·  CSR ·  착한경영 ·  노블레스오블리주 ·  기업정신 ·  브랜드전략 ·  스폰서십 ·  핑크리본 ·  공익캠페인 ·  사회공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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