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광고에는 인도 특유의 향신료인 맛살라가 살아 있다. 호화로운 색이 시선을 끌지만 이방인을 뒤로 흠칫 물러나게 만드는 독한 향과 맛. 그러나 접할수록 쉽게 잊을 수 없는 그 묘한 매력. 세련미가 아직 부족하지만 매력만큼은 세계 어느 곳에도 밀리지 않는 인도의 광고를 살펴본다.
글 ㅣ 김진영(<연합뉴스> 인도 통신원, 전 <서울경제신문> 기자)
화려한 의상의 모델이 들고 있는 시원한 음료, 달콤한 초콜릿, 초고속 인터넷과 럭셔리 세단 승용차, 세계 곳곳으로 매일 출발하는 항공기, 휘황찬란한 보석들.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달하는 8억 명 이상이 하루 1달러 25센트, 우리 돈으로 약 1,500원 이하로 살아가는 빈민층이 차고 넘치는 인도에 이런 광고가 필요할까. 물론 필요하다. 인구대국 인도는 빈민층뿐 아니라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부자들도 많은 나라다. 영어를 쓰는 젊은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 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도 넘치는 곳,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층이 눈덩이 불 듯 늘어나고 있는 곳도 역시 이곳 인도다.
인도 광고의 키워드는 스타, 크리켓, 섹시 그리고 유머
12억이 넘는 수많은 사람 중 선택받은 특별한 몇 사람, 특히 ‘볼리우드’라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인도 영화가 배출해낸 스타들은 인도 광고의 필수 요소다. 여성들의 열광적 환호를 받는 영화 <내 이름은 칸>의 주인공 ‘사루 칸’을 비롯해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인도의 대표 배우로 언급된 바 있는 ‘아미타브 밧찬’, <3Idiot>의 주인공 ‘아미르 칸’ 등이 광고를 주름잡는 남자 배우들이라면, 아름다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로 숱한 여성들에게 열등감을 안겨주는 ‘프라야 아난드’ ‘카틱 쿠마르’ ‘카트리나 카이프’ 등이 대표적 여배우들이다. 대형 스타를 앞세우는 전략은 때로 상품보다 스타가 부각되는 바람에 실패하는 케이스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인도 광고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다음은 인도의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동네 공터마다 아이들이 몰려 배트를 휘두르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열광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크리켓을 활용한 광고는 집중도가 높다. 누구나 한번쯤 눈길을 준다는 말이다. 특히 스타 선수들이 등장하는 광고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인도 국가대표팀의 주장 ‘MS도니’와 최강 타자 ‘유브라지 싱’ 등은 볼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며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섹시 코드는 최근 인도 광고의 트렌드다. 볼품 없어 보이는 한 남성이 데오도란트 스프레이를 뿌렸더니 모든 여성들이 육탄 공세를 펼친다는 설정, 지루하게 살던 한 남성이 특정 브랜드 TV를 들여놓았더니 수많은 여성들이 그의 집에 몰려든다는 스토리 등은 모두 섹시 코드에 의존한 것들이다. 데오도란트 스프레이인 AXE의 경우 초등학생들이 그 제품만 있으면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것으로 생각해 부모에게 구매를 졸라댈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유머는 인도 광고의 필수 양념이다. 아직 세련미가 덜한 광고 곳곳에는 웃음과 해학이 있다. 대화를 시도하는 아내를 돌아보다가 컴퓨터 자판의 키를 한 번 두드리자 어디선가 커다란 나무 그네가 날아와 아내를 날려 보내는 황당한 유머도 있고, 부모의 결정에 따라 결혼하는 풍습을 빗대 TV 리모컨을 돌릴 때마다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이 등장해 신랑감을 멋있어 보이게 한다는 내용의 현실 풍자적 웃음도 볼 수 있다.
인도 정부의 캠페인성 광고에는 다채로운 색과 자연이 등장한다. 특히 ‘Incredible India’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관광객 유치에열을 올리는 인도 관광청은 각 지방 정부 관광청과 손잡고 특색있는 인도의 자연환경과 문화 행사, 유적 등을 테마로 세련된 광고들을 제작한 바 있다.
상상 이상의 극과 극, Incredible India
타지마할 앞에 파스텔 톤의 인도 전통 사리를 입은 여성들의 뒷모습, 인도인이 신성시하는 소가 정면을 바라보며 자연이 살아숨 쉰다고 말해주는 듯한 사진, 삶의 고단함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으로 앉아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의 모습 등으로 만든 광고들은 인도는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있다.
새치기와 거지가 넘쳐나고 소와 개, 그리고 아이들이 거리에 길게 늘어져 잠을 자는, 그래서 정말 ‘Incredible’이라는 탄성이 터져 나오는 곳이 인도지만, 광고 속에서는 아름답고 신비해서 말문이 막히는 ‘Incredible India’로 빛이 난다.
인도 광고는 대부분 TV와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에 의존하며 그 수익이 약 2,200억 루피, 우리 돈으로 약 5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케이블의 발달로 채널이 100개가 넘는 방송은 프로그램 중간광고 덕에 그 규모가 막대하다. 그런데 최근 인도 광고가 외출을 시도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 속속 등장하며 건물 역시 초대형으로 세워지면서 옥외광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쇼핑몰 외관을 장식하는 각양각색의 간판들과 고속도로 주변의 대형 입간판뿐 아니라 건물 외관 유리를 활용한 윈도광고도 붐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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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민 배우 사루 칸을 주인공으로 항공사인 제트 에어웨이가 만든 시리즈 광고물. 퍼스트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 프리미어 클래스 등 3종류 좌석에 대해 각각 다른 컨셉트로 제작해 분리 방영할 수 있도록 했다. 퍼스트 클래스 광고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푸근한 인상의 칸이 푹신해 보이는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은 보는 사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시청자들이 이 광고에 눈길을 주는 이유는 사루 칸의 등장뿐 아니라 광고 각 장면이 담고 있는 코믹한 요소 때문이다. 퍼스트 클래스의 경우 칸이 여성을 발견했을 때 보이는 약간은 바람기 넘치는 미소,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첫 장면에 앞 좌석 승객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불편해하는 그의 모습, 프리미어 클래스에서는 옆자리 여자 승객을 불편하게 만들다가 끌려가는 모습 등에서 시청자들은 미소를 짓게 된다.
② 바짝 마른 몸매에 신발도 신지 않은 소년, 푸른 유니폼과 최상의 장비를 갖춘 인도 크리켓 대표팀 선수. 그들은 체격도 입은 옷과 장비도 서로 다르지만 그 눈빛만큼은 완벽하게 일치한다. 서 있는 곳이 길거리 흙바닥이든, 정규 크리켓 경기장이든 상관없이 그들은 경쾌한 힌디 음악의 비트에 맞춰 뛰는 가슴으로 온 정성을 다해 크리켓을 한다.
그들에게 크리켓은 삶이며 축제다. 특히 최근 숙적 파키스탄과 준결승전에서 멋지게 승리한 뒤 우승 고지까지 올랐던 인도 크리켓 대표팀은 그들의 자존심이고 자랑이다. 인도인의 삶과 자존심을 적절하게 버무려 누구나 가슴 벅찬 감동으로 볼 수 있는 나이키의 최신 전파광고는 그래서 출시되자마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③ 인도 카나타카 주에서 인근 고아 주까지 운행하는 최고급 럭셔리 기차 광고다. 중세 유럽의 어느 왕국에서 금방 나온 듯한 남성과 여성을 각각 내세워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④ 우아한 여배우를 본 다른 여성들은 마치 석고상처럼 하얗게 질려 물러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숨길 수 없는 아름다움의 비밀은 귀와 목, 양팔에 걸려 있는 화려한 주얼리들이다. 다이아몬드 및 보석 전문 브랜드인 오라가 지난해 말 발표한 이 인쇄광고는 자사 제품을 착용하면 당신도 빛날 수 있다는 속삭임을 담고 있다.
⑤ 관광지가 배경인 이 광고는 난간을 꽉 잡은 두 손에서 뭔가 긴박감이 느껴진다. 저 아래로 보이는 작은 점들은 모두 쓰러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 섬뜩하다. 그때 보이는 왼쪽의 카피라이트. 휴대폰을 떨어뜨리더라도 저장돼있는 연락처까지 잃지는 말란다. 통신사의 백업 서비스 광고다. 바닥에 널려있는 사람들은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연락처들을 상징한다.
⑥ 고깔모자를 쓴 아이스크림. 산뜻하고 화사한 색상과 귀여운 모양 때문에 얼른 눈길이 간다. 엎어진 아이스크림인가 싶은 순간 보이는 카피라이트는 픽 하는 웃음을 불러낸다. 딸기 향에 돌출형이란다. 너무나 직접적이다. 첫 대면에 순진한 아이 같다가 갑자기 야한 어른으로 변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청자들이 이 광고에 눈길을 주는 이유는 사루 칸의 등장뿐 아니라 광고 각 장면이 담고 있는 코믹한 요소 때문이다. 퍼스트 클래스의 경우 칸이 여성을 발견했을 때 보이는 약간은 바람기 넘치는 미소,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첫 장면에 앞 좌석 승객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불편해하는 그의 모습, 프리미어 클래스에서는 옆자리 여자 승객을 불편하게 만들다가 끌려가는 모습 등에서 시청자들은 미소를 짓게 된다.
② 바짝 마른 몸매에 신발도 신지 않은 소년, 푸른 유니폼과 최상의 장비를 갖춘 인도 크리켓 대표팀 선수. 그들은 체격도 입은 옷과 장비도 서로 다르지만 그 눈빛만큼은 완벽하게 일치한다. 서 있는 곳이 길거리 흙바닥이든, 정규 크리켓 경기장이든 상관없이 그들은 경쾌한 힌디 음악의 비트에 맞춰 뛰는 가슴으로 온 정성을 다해 크리켓을 한다.
그들에게 크리켓은 삶이며 축제다. 특히 최근 숙적 파키스탄과 준결승전에서 멋지게 승리한 뒤 우승 고지까지 올랐던 인도 크리켓 대표팀은 그들의 자존심이고 자랑이다. 인도인의 삶과 자존심을 적절하게 버무려 누구나 가슴 벅찬 감동으로 볼 수 있는 나이키의 최신 전파광고는 그래서 출시되자마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③ 인도 카나타카 주에서 인근 고아 주까지 운행하는 최고급 럭셔리 기차 광고다. 중세 유럽의 어느 왕국에서 금방 나온 듯한 남성과 여성을 각각 내세워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④ 우아한 여배우를 본 다른 여성들은 마치 석고상처럼 하얗게 질려 물러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숨길 수 없는 아름다움의 비밀은 귀와 목, 양팔에 걸려 있는 화려한 주얼리들이다. 다이아몬드 및 보석 전문 브랜드인 오라가 지난해 말 발표한 이 인쇄광고는 자사 제품을 착용하면 당신도 빛날 수 있다는 속삭임을 담고 있다.
⑤ 관광지가 배경인 이 광고는 난간을 꽉 잡은 두 손에서 뭔가 긴박감이 느껴진다. 저 아래로 보이는 작은 점들은 모두 쓰러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 섬뜩하다. 그때 보이는 왼쪽의 카피라이트. 휴대폰을 떨어뜨리더라도 저장돼있는 연락처까지 잃지는 말란다. 통신사의 백업 서비스 광고다. 바닥에 널려있는 사람들은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연락처들을 상징한다.
⑥ 고깔모자를 쓴 아이스크림. 산뜻하고 화사한 색상과 귀여운 모양 때문에 얼른 눈길이 간다. 엎어진 아이스크림인가 싶은 순간 보이는 카피라이트는 픽 하는 웃음을 불러낸다. 딸기 향에 돌출형이란다. 너무나 직접적이다. 첫 대면에 순진한 아이 같다가 갑자기 야한 어른으로 변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⑦ 인도 관광청이 각 주정부와 함께 만든 관광 촉진 광고들이다. 우타라칸드주가 인도 여성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면 차티스가르의 버펄로는 자연을 강조하고 있다.
⑧ 최근 늘어나는 옥외광고의 하나. 단순하지만 궁금증을 유발하는 통신업체 타타 도코모의 광고다. 이 회사 특유의 장난스런 글자 모양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