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하는 사람들은 흔히 ‘사람냄새 나는 광고’라는 말을 한다.
과연 어떤 광고가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광고일까?
사람냄새 나는 광고라면 당연히 사람이 등장해야 하고,
사람 사이에 어떠한 스토리텔링이 존재하고 있고,
이에 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광고를 우리는
사람냄새 나는 광고라고 해 왔다.
과연 어떤 광고가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광고일까?
사람냄새 나는 광고라면 당연히 사람이 등장해야 하고,
사람 사이에 어떠한 스토리텔링이 존재하고 있고,
이에 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광고를 우리는
사람냄새 나는 광고라고 해 왔다.
사람냄새 나는 광고를 만드는 방법
전 세계가 디지털로 전환해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사람냄새 나는 광고라는 것이 과거의 단순히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나 등장인물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디지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디지털 디바이스와 사람 간의 인터랙션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어떻게 사람냄새 나는 광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과거의 사람냄새 나는 광고가 단순히 어떠한 영상이나 음악 등을 메인 요소로 활용하여 이에 의해 감성적인 감동을 주거나 소비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방법이라면, 디지털의 사람냄새 나는 광고라 함은 영상이나 음악, 등장인물 등은 서브 요소로 활용되며 이에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경험, 즉 인터랙션이 포함되면서 강력한 사람냄새 나는 광고로 탄생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터랙션은 디지털이라는 디바이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캠페인보다는 디지털 디바이스나 기술은 가려진 채, 때로는 활용하지 않고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내세울 때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미디어아트에서 시작된 인터랙티브 광고
인터랙션이 가미된 캠페인들은 과거의 미디어아트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중매체에 기반을 둔 미디어아트는 1920년대에 전조를 이루고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디어의 기술적 발전에 의해 1970년대에 꽃을 피웠다.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예술가인 앤디 워홀은 타블로이드 사진을 이용하여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했고,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만화의 형식을 차용한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디어아트는 퍼스널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디지털 미디어아트로 발전할 수 있었다. 초기의 디지털 미디어아트는 대부분이 오브제가 아닌 컴퓨터를 이용하여 구현되었으며(현재는 다양한 오브제를 결합한 형태로 변형), 작가의 의도에 의해 다양하게 변형되고 발명(?)되었다. 한 점의 원작뿐 아니라 수백, 수천점의 복제품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특징은 관객들이 찾아와 보는 작품이 아닌 참여하는 작품의 형태라는 점이다. 이를 현대의 광고기법이 차용하여 옥외·온라인·프린트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제작한 것이 오늘날의 인터랙티브 광고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디지털이 가려져야 더 효과적인 인터랙티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조건 컴퓨터 및 최신 기술을 앞세운 인터랙티브 광고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현재의 트렌드는 최신 기술을 앞세웠다기보다는 최신 기술이 가미된 형태의 인터랙티브 광고가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지난 호 사보에서 이야기한 인터랙티브의 멸망이 아닌 인터랙티브의 중흥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영화가 우리 앞에 처음 선보였을 때는 현란한(?) 그래픽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영화의 스토리는 한 발 뒤로 물러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시각과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현재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마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만드는 일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라는 말은 분명 모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영원한 동경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이는 광고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과거 기술이나 디지털만을 내세우던 것에서 얼마만큼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적절한 기술을 교묘하게 사용했는냐가 인터랙티브 광고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로 변화한 것이다.
1. 캐논 EOS : The Geeky Power of Light
일본의 앤드롭(Androp)이라는 록밴드가 캐논 EOS와 만났다. 과연 록밴드가 카메라와 만나서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앤드롭이 9월 21일 발매하는 ‘리라이트(Relight)’라는 앨범의 수록곡인 ‘브라이트 사이렌(Bright Siren)’의 뮤직비디오에는 캐논 카메라의 스트로보(플래시)가 사용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250대의 캐논 EOS 카메라가 동원되었고 카메라의 스트로보를 제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과 함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은 화려한 애니메이션 뮤직 비디오를 선보였다.
또한 이들의 웹사이트인 www.androp.jp/brightsiren에 접속하면 이들의 제작 과정과 스페셜에디션 영상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삽입하여 개인적인 뮤직비디오도 제작할 수 있다. 물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Twitter)나 믹시(Mixi) 등을 이용하여 공유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캠페인은 화려한 이펙트의 제어를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하고 디지털 카메라의 기본적인 아날로그 특성을 가진 스트로보를 이용하여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낸 데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 이러한 카메라와 록밴드의 만남은 제일기획에서 먼저 선행된 적이 있었다. 삼성 NX100 카메라와 독특한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오케이고(OK Go)라는 밴드가 함께 만든 뮤직비디오가 그것이다.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디지털로 재현해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2. 톰톰 내비게이션 : Darth Vader & Knight Rider
우리나라에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네덜란드에는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 톰톰(Tom Tom)사가 있다. 톰톰사는 40개국에 자사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독특한 사람냄새 나는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신의 내비게이션에서 스타워즈의 악의 주인공인 다스베이더의 목소리로 “500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라고 음성 안내를 해주면 어떨까? 톰톰사는 이러한 상상을 실제로 자사의 내비게이션에서 구현되게 만들었다. 광고의 내용에서도 녹음실에서 약간 버릇없어 보이는 프로듀서의 지시에 따라 이러한 멘트들을 녹음하는 악의 주인공인 다스베이더의 모습이 보인다.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다스베이더에게 프로듀서가 지적을 하자 광선검으로 위협하기도 한다.
톰톰사는 다스베이더의 음성에 이어 1980년대 미국의 유명 드라마 시리즈인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 키트라는 자동차 이름으로 한국에서는 더 유명)의 인공 자가인식 자동차(필자의 개인적 의견)의 기계음성을 이용하여 또 다른 캠페인을 제작했다. 물론 특별한 인터랙션이 있거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볼 수 있는 상황을 실제 제품에 적용하여 실제 소비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만든 톰톰사에 박수를 보낸다. www.youtube.com/user/TomTomOfficial에 방문하면 영상과 함께 음성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몇 년 전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의 내비게이션에서 현영의 코맹맹이 소리로 안내음성이 나오는 것을 들어 본 기억이 있다. 이 또한 한국에서 먼저 실행되었던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3. Amsterdam zoo : OOH Viral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또 보아왔고, 알고 있던 상식의 바이럴이라 함은 영상을 촬영하여 유튜브 등에 업로드하여 스스로 퍼져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상식을 과감히 깬 캠페인이 있다. 암스테르담 동물원(Amsterdam Zoo)에서 제작한 옥외 바이럴 캠페인이 그것이다. 특수기법도 없고 화려한 인터랙션도 없다. 다만 사람들의 힘으로 옮기는 소박한 인터랙션이 있다.
암스테르담 동물원에서는 동물원의 ‘베이비붐(Baby Boom)’을 축하하기 위해 옥외광고에 아기 동물들의 실루엣을 본딴 스티커를 실제 크기로 제작하여 설치했다. 실제 이 스티커는 원래 설치되어 있던 장소에서 떼어 다른 원하는 장소에 부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이로 인해 시내 곳곳이 아기 원숭이·기린·코끼리·펭귄 등의 형태로 도배되도록 하여 아기 동물들에게 축하를 하는 캠페인이었다. 디지털이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소박하고 아날로그적인 인터랙션만으로도 훌륭한 바이럴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비단 광고업계뿐만 아니라 영화·애니메이션·사진 등 많은 분야에서 조금 더 진짜처럼, 조금 더 본질적인, 조금 더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집행하고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들이 최첨단의 것만이 아니라 조금 더 사람냄새 나는 본질적인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다면 분명 사람냄새 나는 친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