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최윤식 ( 광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한때 신발, 특히 우리의 스포츠화는 세계 최고였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였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다. 현재는 아니다. 우리의 신발산업은 사양화됐고, 세계적인 브랜드들 또한 그 생산 기지를 동남아시아로 옮긴 지 오래다.우리는 세계 최고의 신발 제조기술을 가졌었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치르면서도 프로모션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했다. 나이키나 아식스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내수시장마저 외국 브랜드들이 지배하고 있다.
오늘 밥을 안 주면 내일은 내가 굶게 될 것
소비자는 제품(products)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산다. 공장에서는 제품을 만들지만 마케터는 브랜드를 만든다. 제품은 바로 복제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복제할 수 없다. 회사를 먹여 살리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결국 브랜드다. 그 브랜드는 살아있다. 늘 먹이고 길러야할 대상이다. 브랜드는 자라는 것이다. 불황이라고 해서 자식의 밥값을 아낄 수 없듯이 불황이라고 브랜드를 굶겨죽일 수는 없다. 기업의 브랜드는 서커스단의 곰이다. 광고는 곧 그 곰(브랜드)에게 밥을 주는 일이다. 손님이 줄었다고 곰을 굶길 수는 없다. 오늘, 우리가 브랜드에게 밥을 주지 않으면 그 브랜드는 내일, 우리에게 밥을 주지 않을 것이다.
불황 때마다 광고가 비용이냐 투자냐를 놓고 옥신각신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언제나 비용의 한판승이다. 많은 연구들이, 그리고 많은 사례들이 불황기 광고비 삭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광고주들에게는 마이동풍인 경우도 많다. 경비절감 이야기만 나오면 제일 먼저 칼질 당하는 것은 언제나 광고비다. ‘광고비는 엄청나게 나가는데 그만큼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광고비를 늘려봐도 그만 줄여봐도 그만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지 않다’는 식이다.
“나는 우리 회사 광고비의 절반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어느 쪽 절반인지를 알수 없을 뿐이다”고 했던 레버 흄(Lord Lever-Hulme)의 말이 광고주들의 그런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광고주들은 ‘판매가 올라가면 좋은 광고, 판매가 내려가면 나쁜 광고’‘ 광고는 판매를 위한 비용’, 즉 광고가 판매수단이라는 신화를 버리지 못한다. 주지하다시피 단기적인 판매효과는 광고보다 세일즈 프로모션이 훨씬 효과적이다. 광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브랜드 자산의 축적을 위한 브랜드 관리이지 판매 수단이 아니다. 그러므로 광고는 브랜드 자산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활동이다. 이제 광고가 매출증대를 위한 상품의 판매수단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광고계의 거목 로소 리브스가 말했듯이‘ 자전거 바퀴에는 살이 많다. 어느 살이 바퀴를 떠받히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물은 새도 콩나물은 자란다
브랜딩은 콩나물 기르기와 같다. 물을 부으면 그 자리에서 밑으로 다 샌다. 콩나물시루야말로밑 빠진 독이다. 붓는 순간 다 새버린다고 해서 물을 주지 않으면 콩나물은 썩고 만다. 붓는 순간 다 새버리는 허망한 일이지만, 그래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물을 주어야 한다.
기억하라! 물은 새도 콩나물은 자란다. 비용은 쓰고 나면 연기처럼 사라지는 돈이지만 투자는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돈이다. 광고비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광고는 브랜드라는 이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굶겨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