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하고 피어난 아이디어
레고는 장난감 그 이상이 되고 싶어합니다. 장난감은 나이가 들면 잊히지만, 레고는 소장만으로도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침대 밑 박스에 있는 레고, 창고에 처박아 둔 레고에게 새로운 인생, 새로운 집을 찾아주자고...
봄!
봄은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입니다. 가장 짧은 단어이지만, 가장 많은 의미를 품어서인 듯합니다. 낮이 길어지고, 바람이 부드러워지고, 햇빛이 따뜻해지는 계절. 그 기분 좋은 풍경이 모두 한 단어에 녹아 있습니다. 봄, 하고 발음할 때마다 겨우내 준비했던 일들이 싹을 틔워 올라오는 듯합니다. 경칩에 개구리가 깨어나듯, 겨우내 준비한 광고장이들의 아이디어도 기분 좋게 깨어났습니다. 봄, 하고 기분 좋은 아이디어들이 피어났습니다.
오레오는 당신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오레오가 태어난 지 100년 되는 해입니다. 오레오를 즐기던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는가 하면, 백발노인이 된 이도 있겠지요. 가장 오랜 친구를 가진 브랜드일지도 모릅니다. 오레오는 그 친구들에게 얘기합니다. ‘당신 안의 아이’를 깨우자고. ‘Celebrate the kid inside.’ 오레오가 100세 생일을 맞아 시작한 캠페인입니다.
‘twist → lick → dunk’의 3단계 행복을 전파하는 오레오. 어른들에게도 다시 그 방법을 권합니다. 더불어 옛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땐 그랬지’ 시리즈의 광고를 통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자는 의도겠지요. 1928년은 요요가 나온 해입니다. 오레오는 ‘그 때 우리가 요요를 갖고 놀았었지’라고, 즐거운 추억을 얘기하고 싶어합니다.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오레오의 스타일이 아닙니다. 깨끗한 화면에 요요로 변신한 오레오. 짧고 간결하지만 누구든 요요를 갖고 놀던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1969년은 달에 첫발을 디딘 해라는 걸 얘기하기 위해 오레오에 닐 암스트롱 발자국을 냈습니다. 1975년은 누구든 좋아하던 죠스 영화가 등장한 해입니다. 그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멋지게 죠스 지느러미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마치 죠스 OST가 들려오는 듯하지요. 1952년엔 처음으로 3D 영화가 나왔고, 1953년엔 컬러TV가 등장한 걸 기념합니다. 1980년엔 팩맨 게임의 등장, 1992년엔 문자 메시지의 등장. 그때그때 에피소드에 맞게 오레오는 멋지게 변신합니다. 마치 개콘에서 황현희가 “그거 다 어디 갔어~~!”라고 외치듯, 오레오가 즐거운 경험들을 풀어냅니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만 17개입니다. ‘100years old’가 아니라 ‘100years young’이 됐다고 얘기하는 오레오. 그 즐거운 어린 시절을 오레오가 함께해 왔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100세 생일도 즐겁고 재치 있게 맞았습니다.
레고를 입양하세요
많은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가 오레오라면, 많은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은 레고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레고를 조립하면서 상상의 세계를 만났을 겁니다. 잠시 그 레고를 떠올려 보세요. 당신과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레고는 지금 어디 있을까요?
레고는 장난감 그 이상이 되고 싶어 합니다. 장난감은 나이가 들면 잊히지만, 레고는 소장만으로도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침대 밑 박스에 있는 레고, 창고에 처박아 둔 레고에게 새로운 인생, 새로운 집을 찾아주자고. ‘The Lego Adoption Agency’는 레고에게 새로운 인생을 찾아주는 에이전시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사람들에게 버려진 레고를 기증받습니다. 오래된 레고는 팔 한쪽이 없기도 하고, 색도 바랬습니다. 몸은 여자 레고인데 머리는 우주인인 이상한 모습의 레고도 있습니다. 머리를 잃어버린 레고와 몸통을 잃어버린 레고가 잘못 끼워진 거죠.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레고가 사이트에 올려집니다. 그간의 사연을 들려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왜 한쪽 팔을 잃어버렸는지, 그동안 어디서 어떤 아이와 시간을 보냈는지, 어떻게 잊혔는지. 읽다 보면, 장난감이 아니라 토이 스토리에 등장하는 캐릭터처럼 살아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레고가 탐나는 사람들은 The Lego Adoption Agency에 자기가 이 레고를 꼭 입양해야 하는 이유를 보내면 됩니다. Agency는 여러 사연들을 심사한 후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레고를 보내주는 거죠. 이 캠페인은 때가 묻고 팔이 없는 오래된 레고가, 오히려 살아 있고 가치 있는 친구로 보이게 만듭니다. 플라스틱 장난감에 이런 ‘따뜻함’과 ‘인성’을 심어주는 일. 그게 지금 레고가 하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Ikea의 적은 겨울 장갑입니다
이케아(Ikea)는 이번 겨울에도 멋진 웹 카탈로그를 만들었습니다. 태블릿 PC로 보기엔 최적의 카탈로그입니다. 하지만 이케아가 태어난 북유럽은 매우 매서운 겨울을 납니다. 북유럽인들은 추운 날씨에도 야외에서 활동하는 걸 즐긴다고 합니다.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장갑을 끼겠죠. 이게 이케아에겐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장갑을 끼니 터치가 안 되고, 그러니 이케아의 카탈로그를 볼 수 있는 장소는 제한적인 거죠. 어디에서든 볼 수 있도록 태블릿 PC용 카탈로그를 만들었는데, 터치를 할 수 없으니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그래서 또 재미있는 해결책을 냅니다.
사람들에게 소잉 키트(Sewing Kit)를 나눠주는 거죠. 안내대로 장갑의 검지 부분에 소잉 키트에 있던 실을 살짝 꿰맵니다. 그리고 태블릿 PC를 터치합니다. 그랬더니 마치 맨손으로 하듯 화면이 잘 넘어갑니다. 추운 데서도 터치패드를 마음대로 조정하게 됐으니 이케아의 적은 사라졌습니다. 이 주간 나눠준 이 키트로 인해, 이케아 카탈로그는 앱 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케아 카탈로그를 배포하기 위해, 이케아 카탈로그 내용을 광고한 것이 아니라 방해가 되는 요소를 없애주는 방법. 과연 이케아다운 해결책입니다.
당신은 내일 아침, 어디서 잠을 깰까요?
스웨덴의 겨울은 매우 춥습니다. 추운 아침엔 일어나기가 더더욱 힘이 듭니다. 그래서 루프탄자는 재미있는 생각을 했습니다. Anywake. 잠을 깨우는 알람시계 앱을 개발한 거죠.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 항공사만의 개성을 살리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먼저 루프트한자의 Anywake 알람시계 앱을 다운 받습니다. 다음, 내일 일어날 시각을 설정합니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알람이 울립니다. 근데 이 알람은 늘 듣던 벨소리가 아닙니다. 파리에서 들리는 불어소리 같기도 하고, 뉴욕 한복판의 소리 같기도 합니다. 음악소리도 들립니다. 알람을 끄기 위해서, 당신은 1분 안에 이 소리가 어느 도시에서 들리는 소린지 입력해야 합니다. 생각하는 동안 잠은 확 달아나겠지요. 당신이 입력한 도시가 정답이라면 루프트한자항공은 그 도시로 갈 수 있는 할인권을 제공합니다. 이제 당신은 잠이 들 때마다 내일은 어디서 깨게 될까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이 앱은 스웨덴에서만 가능하다고하니, 사용해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추운 북유럽에서 봄처럼 즐거운 아이디어가 깨어났습니다.
조금씩 바꾸면 아이디어가 됩니다
생각부터 기발한 큰 캠페인이 있는가 하면, 작은 아이디어를 바꿔 재치를 주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세상 곳곳엔 그런 아이디어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끕니다. 헬 피자(Hell Pizza)는 이름에 어울리게 색다른 피자를 제공합니다. 이름 하여 피자 룰렛. 여덟 개의 피자 조각 중 한 조각에만 아주 매운 페퍼 소스를 발라 놓는 겁니다. 누가 그 피자를 먹게 될지는 복불복이지요. 뉴질랜드 피자브랜드인 헬 피자가 마치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보고 힌트를 얻은 듯합니다. 핫 페퍼 소스 피자를 주문하는 건 공짜이지만, 먹는 누군가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거라고 헬 피자는 말합니다. 이런 피자는 즐거운 스릴(?)을 주겠지요.
아이디어가 봄, 하고 깨어나려면 큰 생각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작은 것 하나의 역할도 커집 니다. 겨울처럼 얼어붙은 생각을 눈 녹듯 깨어나게 하기도 합니다.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실내온도 20도 이하를 유지해야 했던 지난 겨울. 야근이 잦은 광고장이들의 저녁은 더 추웠습니다. 이제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이 지나고, 낮은 더 길어질 겁니다. 그만큼 더 따뜻해지겠지요. 따뜻한 봄바람을 맞다보면, 따뜻한 봄볕을 쬐다 보면, 아이디어는 더 크게 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봄, 아이디어 내기엔 참 좋은 계절입니다.
신숙자 CD | sjshina@hsad.co.kr
몇 주간의 여행으로 일년을 광고하며 삽니다.
여행하는 광고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