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마케팅(Brand Marketing)
브랜드, 즉 상표를 광고 선전 등에 의해 널리 알림으로써 경쟁자의 동일 제품과 자사 제품을 차별화해서 경쟁상 유리한 입장을 구축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이 전략의 최대 목적은 차별화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의 형성을 구축하고, 자산화 한다.
최근 캐릭터가 등장하는 광고가 부쩍 늘었다. 에쓰-오일은 ‘구도일’을, 금호타이어는 ‘또로’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우건설, SK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기업에서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있다. 캐릭터를 도입한 마케팅은 그다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로널드 맥도널드’, ‘커널 샌더스’, ‘산타클로스’ 등 캐릭터를 도입하여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는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또한 ‘미키 마우스’, ‘둘리’, ‘뽀로로’ 등 외부에서 개발된 캐릭터를 라이선스하여 자사의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는 예도 많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에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은 고객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고, 유명인 모델과 달리 자사의 영구적 자산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 캐릭터를 활용할 때에는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고객과의 강한 감성적 유대감을 쉽게 레버리지하고 매출에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캐릭터 마케팅은 기존의 마케팅 공식을 여전히 갖고 있지만, 새로운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으로 캐릭터 마케팅은 소비자들과 감성적인 유대감이 중요한 식품, 의류, 문구류 등에서 힘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최근 캐릭터 마케팅을 도입하는 기업들은 정유, 기업PR, 건설, 보험, OS와 같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산업과 캠페인 유형으로 확대되고 있다.
둘째, 어린이 등 특정한 세그먼트만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서 브랜드 또는 기업 전반을 대변하는 모델로서 캐릭터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캐릭터를 회사 또는 브랜드의 전면적 대변인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부담을 느껴 왔다. 캐릭터가 가지는 ‘어린이스러움’이 자신의 브랜드가 전달하는 가치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그 ‘어린이스러움’이 이제는 강점이 되고 있다.
셋째, 지금까지 캐릭터는 마스코트와 같이 인식되어 해당 기업의 브랜드 요소 중 일부로만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SNS 등 뉴미디어 전반까지 활용되며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나서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보다 인터랙티브해지고,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대변인으로서 캐릭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사회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기업과 대중의 관계가 보다 탈(脫)권위적이고, 대등하면서도 친근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반면 권위적이거나 엄숙함에 대해서는 대중이 불편해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엄숙한 신사보다는 가볍고 유쾌한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전통으로서 자리 잡은 ‘캐릭터’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캐릭터의 원조는 KFC의 ‘커널 샌더스’, 맥도날드의 ‘로널드 맥도날드’, 미쉐린의 ‘비벤덤’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주 시장에서의 ‘두꺼비’, ’금복주’, 참존화장품의 ‘개구리 박사’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그 기업의 역사와 전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 초기 또는 매스화의 초창기부터 활용되어 온 캐릭터는 이제 핵심 브랜드 자산이면서 ‘전통’이 됐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추억’이라는 문화적 상징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KFC의 캐릭터인 ‘커널 샌더스’는 1950년대 창업주인 할랜드 샌더스가 자신을 형상화하여 회사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다. 이후 그는 공식 석상에서 이 캐릭터의 특징인 흰색 수트와 타이, 그리고 수염을 고집했다고 한다. 이후 KFC의 소유자가 바뀌는 격랑의 세월 속에서도 샌더스와 그를 상징화한 캐릭터는 KFC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1963년 첫 전파를 탄 맥도널드의 ‘로널드 맥도널드’도 대표적인 캐릭터이다. 이 캐릭터는 이후 맥도널드의 상징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는 미쉐린의 ‘비벤덤’이다. 비벤덤은 1894년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 백 년을 훌쩍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그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와 같이 브랜드 자산의 중요한 축이 된 캐릭터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역사성’과 ‘일관성’이며, 시대에 맞게 본래의 캐릭터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변화해 온 감각을 가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변화하는 트렌드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 장기간 동안 캐릭터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과거에 만 들어진 캐릭터들 은 ‘유치하다거나 낡았다’는 이유로 버려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시대의 감각에 맞도록 적절히 변화를 주면서도 전통으로 남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재능을 발휘해 왔다. 그 결과 다른 기업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전통과 자산을 가지게 됐다. 흔히 100년 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로 P&G의 ‘아이보리’를 꼽는다.
캐릭터 역시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질 수 있도록 관리해 갈 수 있다. 캐릭터의 생명력은 그 기업에 달려 있지 트렌드에 달려 있지는 않다. 월트디즈니, DC코믹스, 마블의 캐릭터들 또한 지금도 꾸준히 새로운 해석을 가미해 그 생명력을 이어 가지 않는가? 기업 캐릭터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마케팅 수단으로서 캐릭터
이와 같이 브랜드화된 캐릭터 외에 기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캐릭터들이 마케팅 수단으로서 활용되는 외부 개발 캐릭터들이다. 오리지널 캐릭터를 개발한 콘텐츠 업체의 사업 확장 니즈와 기업의 마케팅 돌파구로서의 필요성이 만나 폭넓게 활용됐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월트 디즈니’의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자체 개발 상품, 라이선스 등을 통해 어린이 타깃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캐릭터의 인지도와 호감이 제품에 전이되어 다른 브랜드들이 가지지 못한 구매 동기를 자극한다. 이 대열에는 DC, 마블과 같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참여하고, 국내에서는 ‘뽀로로’, ‘둘리’ 등의 캐릭터가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키덜트’의 확산과 더불어 어린이 시장뿐 아니라 성인시장에까지 그 수요를 넓혀 가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외부개발 캐릭터들은 확실한 마케팅 효과를 보장하는 반면, 기업으로서는 자신만의 브랜드 자산을 쌓을 기회를 잃게 되는 고민을 안겨 준다. 마치 빅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마케팅이 겪게 되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개발 캐릭터로 그 역할을 대신하려는 시도들도 있지만, 대체로 자체 개발 캐릭터가 고객 유인 효과 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펩시의 ‘펩시맨’이다. 펩시맨은 브랜드 캠페인에까지 활용됐고, 이후 게임으로까지 제작되는 성과는 누렸지만 정작 펩시의 콜라 판매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자체 개발 캐릭터의 인기만으로 제품의 구매를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구매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캐릭터와 소비자가 관계를 맺는 제한적 채널만으로는 역부족이고 제한적이며, 그만한 투자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팅을 위한 캐릭터 마케팅은 대체로 특정 타깃층을 공략하는 목적으로 그 계층과 강력한 정서적 애착을 가진 외부 개발 캐릭터에 의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기업의 메신저로서 다시 태어난 캐릭터
이러한 이유로 전통적인 기업들의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기업 또는 브랜드 전반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한동안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캐릭터를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더욱이 전통적으로 캐릭터를 활용하지 않던 업종, 캠페인에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의 변화에서부터 출발한다. 디지털 미디어의 빅뱅이라 일컬어지는 지금, 소비자들은 정보의 과잉 상태에서 살아간다. 특히 이와 같은 환경에서 기업은 자신의 메시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면 다른 메시지들 속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캠페인이 소비자의 주목을 이끌어 내야 하며, 자칫 직설적 메시지가 불러올 부정적인 반향의 리스크 또한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메신저가 바로 캐릭터의 활용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에쓰-오일의 ‘구도일’이다. 구도일이라는 이름은 ‘좋은(Good)’과 ‘기름(Oil)’의 합성어이다. 캐릭터의 이름만으로도 품질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고있다. 이와 같은 직접적인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바로 캐릭터가 가진 힘이다. 특히 정유 회사처럼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품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경쟁사들까지 포함하여 품질과 서비스에 대해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있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더욱이 직접적인 설명에는 위험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직접적인 표현은 소비자로부터 반박주장을 하게 하거나,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회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바로 캐릭터라는 귀여운 메신저가 이러한 소통의 장벽을 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감성적이고 귀여운 캐릭터의 직접 주장은 성인 모델이 주장하는 것에 비해 보다 쉽게 수용할 수 있게 해 주며, 펀(fun)한 상황은 이를 더욱 촉진한다. 더욱이 광고의 누적을 통해 그 기업의 자산으로까지 발전해 갈 수 있다. 오래된 캠페인이지만 에너자이저의 ‘백만돌이’, 최근 금호타이어의 ‘또로’ 또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반드시 전달해야 할 기본 편익이지만, 성인 모델이 얘기할때지나치게 엄숙하거나 밋밋해질 수 있는 메시지들이 캐릭터가 지닌 ‘귀여움’과 ‘Fun’함을 통해 기업들로 하여금 마음껏 얘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캐릭터는 복잡한 메시지들에 대해 소비자가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보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마일리지 혜택, 신기술 등을 친근하게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이 경우에도 캐릭터는 소비자들을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촉매로 작용한다. CJ ONE 카드의 통합 마일리지를 상징하는 ‘원스터’, 안드로이드 OS를 소개할 때에도 캐릭터가 활용됐다. 또한 SNS를 통한 소통에서도 캐릭터는 외면 받기 쉬운 기업 SNS를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인간적 존재’로 마음의 문을 열도록 도와 준다.
이와 같이 새로운 세대의 캐릭터들은 더 많이 태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은 실패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은 캐릭터 마케팅에 대한 선입견에서 비롯된다.
첫째, 캐릭터가 회사 또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핵심적 가치 또는 편익과 연결되지 않을 때 그 캐릭터는
브랜드와 동떨어진 대상이 된다. 캐릭터는 ‘귀여움’과 ‘재미’라는 인식상의 장벽을 낮춤으로써 그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수용하기 쉬운 상황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수단이다. 실제 캐릭터 자체의 매력만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둘째, 값비싼 톱스타를 대체할 저렴한 마케팅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는 디자인, 그에 담을 메시지 등 수준 높은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하며 여기에는 투자가 따른다. 최고급의 콘텐츠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어설픈 캐릭터는 오히려 그동안의 자산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 다만 개발에 따르는 비용이 회사의 고유 자산으로 남겨두자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셋째,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캐릭터를 개발만 하고 일시적으로 노출하는 데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 애니메이션과 같은 콘텐츠에 출연하는 캐릭터와 달리 그 생명력은 금세 고갈되고 만다. 캐릭터는 대중들과 만나면서 의미가 더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커널 샌더스, 로널드 등도 오랜 세월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발하는 것이다.
지금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캐릭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기업의 노력과 진정성이 필요하다. 캐릭터는 기업이 창조하는 그리고 자신을 반영한 또 하나의 인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