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마케팅이나 도시 홍보는 특정 장소(Place), 도시(City)나 지역, 관광지 등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고 아이덴티티(Identity)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과정이다. 장소 마케팅은 지역의 이미지 증진, 상품 판매나 관광 유치 촉진, 지역민의 자긍심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한다.
도시 홍보에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다. 첫째가 국제 스포츠 대회나 국제 회의 등을 유치하는 방법인데, 지역 발전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다. 평창올림픽 유치나 여수엑스포 개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지방 축제를 열어 브랜드화 하는 경우도 있는데, 함평나비대축제, 음성청결고추축제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캠페인을 통한 도시 홍보를 들 수 있다. 뉴욕의‘I Love New York’ 캠페인이 성공 케이스다. 동경이‘Yes! Tokyo’, 싱가포르가 ‘Uniquely Singa pore’, 런던이 ‘Totally London’, 베를린이 ‘BeBerlin’ 이라는 슬로건으로 도시 홍보를 하고 있다.
셋째는 소설, 영화, 드라마를 통한 도시 홍보다.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의 로마, 〈러브 어페어〉(Love Affair)의 뉴욕,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의 잘츠부르크가 영화와 연계한 도시 홍보의 대표적 사례다.
넷째, 도시나 지역 자체를 스토리화 하는 경우다. 위의 세 경우는 스포츠, 국제 회의, 이벤트, 영화 등의 플랫폼을 활용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경우지만, 이 방법은 지역적 요소에 스토리 자체를 입혀 흥미 요소를 끌어내는 것이다. 역사 속의 이야기, 전설, 인물을 활용 하기도 하고 창작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나미나라 공화국’을 선포한 강우현 대표의 남이섬이 지역 브랜딩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이다. 시내를 걷다보면, 어느 곳에서나 모차르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모차르트가 살던 생가나 생전에 음악을 연주했던 음악당을 비롯해 모 차 르 트 이름 을 딴 초콜릿 등 각종 캐릭터 상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이 밖에 커피숍, 레스토랑, 아이스크림 가게 등 각종 상점 이름에도 모차르트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모차르트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확실히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브랜드가 깊게 배어 있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잘츠부르크를 찾는 또 하나의 요소로 1965년 개봉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빼놓을 수 없다.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잘츠부르크 시내와 알프스를 배경으로 제작된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의 비극적 운명 속에서 노래를 통한 가족의 사랑이라는 훈훈한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줄리 앤드류스가 ‘도레미송’을 부르는 장면은 미라벨 궁전과 정원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아름다운 꽃이 어우러진 영화 촬영지에서 관광객들은 사진을 남기고 싶어한다. 관광객들은 잘츠부르크 시내 전경을 비롯해 논베르크 수도원, 카피텔 광장, 레지덴츠 광장, 헬브룬 궁전, 대성당 등 주옥같은 영화 장면들을 되새기며 유적지들을 마주한다.
잘츠부르크 부근의 잘츠캄머굿의 볼프강 호수와 마주하고 있는 샤프베르그 산은 영화에서 줄리 앤드류스가 산을 오르며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사람들은 영화 장면을 연상하며 알프스의 자연 속에 등산 열차를 타고 산의 정상 부근까지 올라간다. 이곳은 소금 광산과 볼프강 호수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로 관광객을 끄는 또 하나의 명소가 됐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랫동안 반복 상영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은 명화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오스트리아와 잘츠부르크의 아름다움에 빠져 오스트리아를 방문하고 싶어한다. 오스트리아와 잘츠부르크의 홍보 영화나 다름없다. 음악의 도시, 모차르트의 도시, 아름다운 중세 건물의 도시라는 것을 영화는 웅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유럽 여행 책자의 오스트리아 편을 보면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거리와 함께 촬영지를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10년 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잘츠부르크는 2003년 개최된 IOC 프레젠테이션에서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상징되는 음악과 알프스와 문화의 도시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기도 했다.
영화의 스토리가 실제 존재하는 도시와 오버랩되며 나의 이야기로 바뀌는 것이 영화를 통한 도시 홍보의 장점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많은 지자체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비를 지원해 그 인기를 활용해 지역 홍보에 나서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프라하의 카를교와 천문 시계탑 이야기
체코의 프라하는 블타바 강을 끼고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로 동유럽의 파리로 불린다. 한때 신성 로마 제국의 수도로서 중세의 찬란한 문화와 그 유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블타바 강으로 갈라진 도시는 카를교를 통해 이어진다. 카를교는 체코의 태평성대를 연 카를 4세 국왕의 이름을 딴 것으로 다리에 30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중 신부상이 가장 유명하다. 왕비의 외도를 고해성사를 통해 알게 된 신부가 왕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교율을 지키면서 대답을 회피하다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이 신부의 동상을 만지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해서 동상 아랫 부분이 하얗게 바랬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줄을 설 정도다. 카를교를 건너면 중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시가 광장이 나타나는데 프라하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구시가는 마차가 다닌 도로가 두꺼운 돌로 포장되어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은 음악의 정취가 남아 있는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으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핫 스팟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천문 시계탑이 많은 이야기 거리를 들려준다.
구 시청 청사 타워에 걸려 있는 이 시계는 1410년 최초로 만들어져 여러 번 수리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 시계를 다른 곳에 만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왕이 제작자의 눈을 멀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시계는 상하 2개의 큰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쪽 시계는 천동설의 원리에 따른 해와 달과 천체의 움직임을 묘사했다. 1년에 한 바퀴씩 돌면서 연, 월, 일, 시간을 나타낸다. 아래쪽 원은 12개의 계절별 장면들을 묘사하여 제작 당시 보헤미아의 농경 생활을 보여준다. 매시 정각이 되면 위쪽 시계의 오른쪽 해골 모형이 움직이면서 12사도들이 2개의 창을 통해 천천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어서 시계 위쪽의 황금색 닭이 나오고 병사가 나와 나팔을 분다(두산백과).
매 시각 이벤트가 펼쳐지면 모여 있던 사람들은 마치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만난 듯 환호를 지른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많 은 관 광객들이 찾는다.
프라하는 2003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IOC 총회가 열린 곳이다. 당시 이 광장은 삼성이 스메타나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수미 등을 포함한 클래식 콘서트를 개최했던 장소다. 이 광장은 틴 성당, 안후스 동상과 어우러져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해 왔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 현장을 보기 위해, 그리고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이 천 문 시계를 만 든 사 람 들 은 600여 년이 지난 후세에 이 많은 사람들이 그 시계를 보러올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만약 그런 생각 을 했다면 그는 도시 마케팅의 선구자가 아 닐까 싶 다. 결국 프라하 가 동유럽 최대의 관광 도시로 부각된 데는 이러한 중세의 아이디어가 그 출발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부다페스트의 힐튼 호텔
푸른 도나우 강이 흐르는 도시 부다페스트는 강 옆의 겔레르트 언덕과 부다 왕궁과 어부의 요새, 마차슈 성당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의 천문 시계탑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지금은 박물관이 된 왕궁 건물에서는 이병헌의 〈아이리스〉가 촬영돼 많은 한국 관람객이 찾기도 한다. 옆의 대통령 궁에서는 네 명의 근위병 교대식이 작은 재미를 주고 있다.
또한 강에서 올라오는 적을 물리 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어부의 요새가 지금은 이곳을 찾 은 관 광객 들 에 게 도나우강을 굽어보는 최적의 전망대가 되고 있다.
마차슈 성당은 13세기에 건설되어 왕의 대관식, 장례식이 열리기도 했고, 오스만 투르크 제국 당시는 이슬람 모스크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언덕은 오래된 유적 사이에서 현대적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보아서는 유적지의 일부로 보일 정도로 건물 모양이 주변과 잘 어울린다. 이 건물은 새로 지어진 힐튼 호텔이다. 그런데 건물 어디에도 호텔이란 표시가 없다.
이곳에는 원래 수도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 때 피해를 입어 폐허가 됐다. 헝가리 정부 입장에서는 유적지를 복구할 비용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런데 힐튼 호텔이 이 유적지에 호텔 건설을 제안하면서 유적지의 옛 수도원 모습과 최대한 유사하게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국 외부에 호텔 브랜딩을 하지 않고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호텔을 건설하게 되었다. 힐튼 호텔로서는 도나우 강이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유적지에 호텔을 만들어 장소 자체만 가지고도 투숙객을 끌어들이는 최고의 홍보 콘텐츠를 갖게 된 것이다.
여행객들에게는 요한스트라우스의 푸른 도나우 강의 왈츠를 들으며 부다페스트 시내를 내려다보며 체류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요인임에 틀림없다.
지역 마케팅이나 도시 홍보는 오랜 준비가 필요하다. 지역의 장점이 무엇인가를 잘 연구하고 이를 부각시키거나, 자산 자체가 없을 경우 전략적 접근을 통한 아이디어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를 브랜드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스위스 빌바오(Bilbao)는 조선 도시로서 영화가 퇴색하자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세계적 관광지로 부상했고, 부산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브랜드화 하는 데 성공했다. 순천은 늪지와 갈대군락을 조성해 순천만갈대 축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해 환경 도시로 거듭나며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 마케팅은 호흡이 긴 홍보적 마인드가 필요한 작업이다. 이제 서울의 경복궁이나 광화문, 동대문시장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 200개 국에서 개봉될 날을 기다려 본다.
[PR코드 The promo - 마스터_김주호 프로 people.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