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1위의 새로운 도전
우리나라 편의점의 시작 은 22년 전인 1990년 10월, 송파구 가락시영점에서 출발한 훼미리마트 1호점이다.
트렌디 드라 마의 첫 붐 을 일으킨 최수 종, 최진실 주연 <질투>(1992)에서 데이트 장소로 등장한 가장 ‘트렌디한’곳이 편의점이었고, 스티로폼 컵에 담긴 편의점 슬러시 정도는 마셔줘야 ‘앞서가는’ 동네 꼬마가 될 정도로 당시 편의점의 등장은 대한민국을 선진 사회로 이끈 사건이었다.
브랜드 교체를 준비 중이라는 훼미리마트와의 첫 미팅은 지난 6월이었다. 프랜차이즈 최다 점포 수 7500개를 자랑하며 22년 동안 1위를 달리던 브랜드를 교체한다는 것이었는데, 기존에 있던 이름에서 영어 이니셜로 축약하는 수준의 교체도 아니고 브랜드 명을 아예 바꾼다는 점이 놀라웠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잘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일단 파일럿 스토어가 있는 비밀 창고를 한번 가보시지요”
브랜드 CU와의 첫 만남은 실체를 눈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간 경기도 하남의 인적 드문 창고에서였다. 창고 문이 열리고 눈 앞에 등장한 파격적인 브랜드로 간판을 바꾼 편의점과의 만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CVS for You’라는 의미의 CU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이 시작된 날이었다.
CVS 2.0 시대를 위한 광고 전략
애초 광고주가 제시한 CU의 방향은 ‘21세기 한국형 편의점’이었다. 이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하면 쉽고 의미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거듭됐다.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강조했던 광고의 방향은‘편의점의 중심은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관점이다. 24시간 문을 열고 제품, 서비스 등 필요한 모든 것을 그저 한데 모아만 놓은 곳, 좁은 공간 안에서 많은 제품들이 놓여 있던 곳이 바로 CVS 1.0의 모습이었다면, CU가 지향하는 CVS 2.0의 모습은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고, 필요한 것만 얼른 사서 나가는 곳이 아닌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고, 이를 광고에서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이제 CU의 경쟁 상대는 다른 편의점이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아닌 ‘스마트폰’이어야 하며, CU는 사용자에게 직관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곳이 되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전략을 제안했다.
그 전략 하에 TV, 신문, 지하철, 전광판, 극장은 물론 티셔츠, 기념품 등 CU를 위한 종합 제작 선물세트 와 소비자 를 입체적으 로 감 싸 는 효율적인 미디어 전략을 제시했고, 결과적으로 이런 모든 제안들이 거의 원안 그 대로 통 과 되어 현재 제작물에 반영됐다.
‘비’ 말리는 광고 제작 과정
CU로 간판이 바뀌는 8월 1일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 벌써 기존 훼미리마트에는 CU로 바뀐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터라 온에어 일자를 맞추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먼저, 7월 초 집행된 프리 론칭 신문 광고는 새로 오픈하는 설레는 마음과 브랜드 탄생의 이유를 ‘어느 편의점의 짝사랑 선언문’이라는 헤드라인에 실어 하늘 높이 많은 풍선을 띄워 보내는 시원한 비주얼로 선보였다. 광고주는 특히 감성적이고 주목을 끄는 헤드라인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문제는 TV광고 제작, 여름철 야외 촬영이 계획된 경우 늘 문제가 되는 것이 장마철 비와의 싸움이다. 또한 CU 매장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세트를 짓거나 특정 매장을 긴급히 리뉴얼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 촬영은 무조건 리뉴얼을 마친 다음 날로 정했다. 촬영 전날까지도 비가 계속 쏟아졌고, 촬영 당일 새벽 3시까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몰아쳐 제일기획은 물론 CF프로덕션 스태프 모두 잠을 설쳐가며 막판까지 촬영 취소 연락을 고민해야 했다.
다행히 촬영 개시 시간 6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 날이 개어 밝은 햇살 속의 시원한 올림픽공원을 배경으로 새로 꾸민 CU 매장에서의 촬영이 시작됐다.
모델 총 30명, 준비한 의상 100여 벌, 촬영 스태프 50명, 금요일 새벽 6시~토요일 새벽 6시까지 연속 24시간 촬영 등 단일 촬영으로는 많은 자원과 시간이 투입됐다. ‘Happy Birthday CU’라는 생일 축하 노래가 나오는 TV 광고에는 촬영 현장에서 깜짝 캐스팅되어 막춤(?)을 추는 인턴 사원을 찾아 보는 재미도 숨어 있다.
더불어 강렬한 녹색 분할이 인상적인 론칭 신문부터 지하철 승강장 내 편의점으로 착각하게 만든 지하철 스크린 도어, 휘닉스파크 야립 광고, 극장 광고, 그리고 편의점 디지털 사이니지에 들어갈 정보 제공형 자막 광고 등 다양한 론칭 광고를 제작했다. 제일기획에 대한 광고주의 무한 신뢰 속에 통상적인 광고 업무가 아닌 편의점 전면의 점포 시트 디자인을 해달라는 요청도 받게 됐다. 소비자가 참여하여 남긴 메모로 채워가 는 비어 있는 포스트잇 디자인으로 하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져 현재 모든 CU점포에 적용 중에 있다.
Nice to CU
브랜드의 탄생을 옆에서, 그것도 소수만 아는 작업으로 진행할 때의 떨림, 그리고 그 브랜드가 세상에 나왔을 때의 희열은 고생 끝에 주어지는 혼자만의 포상일 것이다.
우리는 CU라는 간판으로 매장이 바뀌는 건 단순히 편의점 하나가 바뀌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거리의 색이 변하고, 대한민국의 야경을 바꾸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가졌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CU 캠페인은 지난 8월부터 3개월간의 단기간 동안 전국 7500개 점포 브랜드 교체를 대외적으로 알려서 영업의 연속성을 이어가도록 했다. 아직 캠페인이 진행 중이라서 광고 효과 조사는 실시하지 못했지만, 광고 전문 사이트(TVCF)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보면, 이번 광고가 인지율 76%, 긍정 평가 71%라는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음이 드러난다.
특히, CU 광고 촬영 당시 ‘인디밴드’ 역할로 광고 초반에 반짝 등장했던 친구가 바로 M-net <슈퍼스타K 시즌4>에 TOP4까지 진출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정준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CU 광고를 보는 깨알 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