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비비안은 국내에 여자 속옷이 전무하던 1957년에 설립되어 5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여자 속옷 전문 기업이다. 특히 50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활필수품이라는 예전 속옷 이미지에서 벗어나 패셔너블한 디자인과 고기능성을 겸비한 제품을 선보여, 현재까지도 젊은 여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가슴 볼륨을 키워주는 볼륨업 브라, 브래지어 자국이 겉옷에 드러나지 않게 만든 노브라, 국내 최초로 투명 어깨끈을 사용해 노출 패션 시장을 연 투씨 브라, 더블 사이드 업 컵과 패드로 가슴을 부피감 있게 연출해주는 드라마틱 볼륨 브라, 최근 컵 안쪽에 있던 와이어를 가슴에 닿지 않게 컵 바깥으로 옮겨 착용감이 더욱 편안한 프리볼륨이 대표 제품이다.
이제 경쟁이 아니라 전쟁이다
국내 여자 속옷시장의 양대 산맥인 비비안과 비너스. 최근 두 브랜드의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몇 년 전부터 캘빈 클라인, 빅토리아 시크릿 등 해외 유명 속옷 브랜드의 국내 론칭을 필두로 대기업 패션 브랜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SPA 브랜드까지 속옷시장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비안과 비너스 입지가 흔들리고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비비안과 비너스를 혼동하는 문제까지 생겼다. 두 브랜드 모두 편안함과 볼륨을 내세우고, 여자 모델을 활용한 비슷한 커뮤니케이션을 장기간 해오면서 브랜드 간 차별성이 줄어든 것이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 및 광고가 어느 브랜드의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쟁 브랜드 비너스에서는 2011 S/S 시즌부터 아름답고 화려하기만 한 여자 연예인이 아니라 톱모델 장윤주를 내세워 캠페인을 시작했다. 비너스는 장윤주를 통해 ‘문제는 가슴이 아니라 브라다’라는 메시지로 가슴에 대한 타깃의 고민과 니즈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비너스는 소비자의 공감과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모두 잡게 되었다.
이렇듯 속옷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최대 경쟁사인 비너스의 새로운 캠페인으로 여자 속옷 전문 브랜드의 입지마저 흔들리자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비비안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은 더 절실해졌다.
여자 모델 비켜!
남자 모델로 여자의 마음을 훔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한 몸매 한다는 시대의 아이콘을 샅샅이 뒤지고, 새로운 광고 화법을 위해 최근 광고부터 10년 전 광고까지 보고 또 보았지만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담당 CD의 한마디에서 우리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역발상’이었다.
“여자 속옷광고를 남자가 하면 어떨까? 여자를 지켜주는 남자의 이미지를 여자의 가슴을 지켜주는 비비안의 이미지로 매치해서 말이야.”
이때부터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을 모두 비교한 결과, 우리가 생각한 이미지에 들어맞는 모델은 바로 소지섭이었다. 이제 남은 일은 브래지어 광고에 남자 모델을 기용해야 한다고 광고주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새로운 도전에 의문을 갖는 광고주를 위해 최근 가전제품부터 화장품까지 여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광고에 남자 모델이 등장해 성공한 사례를 찾았다. 여자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선 그녀들이 선망하는 남자를 내세우는 크로스 섹슈얼 마케팅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비너스와도 차별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때 광고주도 우리의 제안이 새로운 발상이고, 이번 캠페인을 통해 비비안의 브랜드 이미지를 젊고 새롭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남자 모델의 한계를 고려해 진정한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지켜주고 배려하듯 비비안이 여자의 몸매를 배려하고 지켜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인칭 시점으로 구성해 소비자가 광고를 보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느끼게 해서 마치 내가 소지섭의 여자친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역발상 모델을 통해 비너스와도 확실하게 차별화했을 뿐 아니라 다소 올드한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서 새롭고 현대적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올 초 집행한 S/S 캠페인에서는 지난 시즌 광고의 아쉬웠던 점, 남자 모델이라는 한계 때문에 모델 소지섭이 어떤 브래지어보다 편안하고 볼륨감도 살려준다는 제품의 특징을 말할 수 없다는 점을 극복해보기로 했다. 컵 안쪽에 있는 와이어를 바깥으로 빼서 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불편함을 해결한 신제품이지만 이를 소지섭의 입을 통해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답은 역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와이어 때문에 소지섭이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은 영화배우인 소지섭이 와이어 액션 연기를 선보일 때인 것이다. 액션 장면 연출을 위해 와이어에 매달린 소지섭, 답답하고 불편한 표정이다. 그 순간 와이어는 사라지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편안한 기분을 만끽한다. 여자들의 브라에서도 와이어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와이어 없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편안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와이어’라는 키워드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낸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 상반기 소비자 광고효과 조사 시 지난 시즌 대비 브랜드 선호도와 광고 선호도 면에서 비너스보다 우위를 점했고, 모델 선호도에서도 남자 모델이라는 이질감을 극복하고 비너스 모델 장윤주와 이하늬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쳐, 일명 ‘소지섭브라’라는 ‘프리볼륨’ 판매량이 지난해 S/S 신제품 대비 51%나 증가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주목도, 선호도, 판매량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남자의 브라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번 F/W 시즌 역시 남자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통해 제품의 특징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번 신제품은 더욱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와이어 하단에 ‘하단 쿠션’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쿠셔닝브라’로,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생소한 ‘하단 쿠션’ 기능을 인식시키고 그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먼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쿠션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고, 그 결과 뜀틀과 자전거를 통해 쿠션이 있을 때의 편안함과 쿠션이 없을 때의 불편함을 비교하기로 했다.
쿠션이 없는 자전거를 타는 소지섭의 얼굴에 불편한 표정이 역력하다. 갑자기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음악. 그리고 ‘쿠션이 있다면?’ 이라는 자막과 함께 자전거에 쿠션이 나타난다. 쿠션에 앉아 자전거를 타는 소지섭의 편안함 모습. ‘뜀틀 편’과 시리즈로 구성된 이번 캠페인을 통해 쿠션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상황을 비교해 그 중요성을 보여주고, ‘이제 브라도 쿠셔닝하세요’라는 메시지를 통해 브래지어의 쿠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여자 속옷 대표 브랜드 비비안과 대표 남자 모델 소지섭의 만남. 역발상에서 시작한 다소 이질적인 조합이 만들어낸 혁신은 비비안의 또 다른 변화를 이끌었다. 앞으로도 모두 공감하는 남자의 브라 이야기를 통해 여자 속옷 No.1 브랜드로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