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렉트 시네마
기사입력 2010.11.02 10:00 조회 7356


 


다큐멘터리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다이렉트 시네마는 격동하는 1960년대 미국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카메라가 마치 ‘벽에 앉은 파리’처럼 관찰적으로 촬영한다. 다이렉트 시네마 제작자들은 갈등이 폭발하던 1960년대 미국 사회의 과제를 구체화하고 논평하면서 가장 적합한 표현양식을 완성했다. 이 책은 다이렉트 시네마의 영화제작자들과 그들의 영화를 사회, 문화, 정치적인 맥락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책소개

- 책의 특징

다큐멘터리에 관한 도서는 대부분 다큐멘터리 전반에 대한 개괄서로 책의 일부분으로 다이렉트 시네마를 언급한다. 논의의 대부분은 다이렉트 시네마의 제작을 가능하게 한 기술 발달에 관련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이렉트 시네마가 잉태되고 발전한 미국의 1960년대 정치·문화적 배경을 치밀하게 연구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는 저마다의 스타일에 별반 차이가 없이 비슷 비슷하다. 우리도 익숙한 제작이나 시청 관행에 중단을 선언하고 혁신적인 내용과 형식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작업의 출발이다. 1960년대는 20세기 정치·문화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개혁 운동이 활발했다. 이 시기에 대한 이해는 현재의 문화를 조망하고 앞으로의 발전에 대한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 책의 내용

다이렉트 시네마(Direct Cinema)는 배우의 개입과 시나리오의 제약 없이 이미지와 소리를 주어진 상황에서 동시에 촬영하는 다큐멘터리의 한 하위 장르로서 1960년대 ‘fly on the wall(벽에 앉은 파리)’이란 개념에서 미국에서 창조된 이래 픽션 영화에 이르기까지 지배적 양식으로 번성한 관찰적 다큐멘터리다. 이동성 카메라와 동시녹음 사운드란 촬영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1960년대 정치적 사회적 맥락속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담은 프라이머리(1960)에서 시작, 전설적인 우드스톡 축제를 서사적으로 취재한 우드스톡(1970)을 거쳐 짓밟히고 소유권을 빼앗긴 사람들을 다룬 프레드릭 와이저맨의 ‘리앨리티 픽션’에서 정점을 이룬 다큐멘터리다. 미국의 1960년대란 대변동의 격동적 시기에 미국의 어두운 면을 드러냄으로써 ‘삶의 진정성’을 포착한다. 저자 데이브 손더스는 대표적인 제작가들의 방법론과 업적을 정리하면서, 다이렉트 시네마가 1960년대 예술적·정치적 혁명을 긴밀히 잘 결합하고 미국 내에서 성장한 철학적 사고의 한 대표적인 부활이라고 정의한다. 윌리엄 로스만 교수는 이 책을 ‘미국과의, 미국에 관한 실질적인, 매력적인 대화’라고 격찬한다. 

- 책 속으로

<예비선거>의 가장 핵심적 약점은 진실과의 타협에 있다. 드루는 남의 이목을 끄는 대상들의 호의를 사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그는 1960년에 국가 이익을 방어하고 있는 일파에서 추방당하는 것을 두려워해 그의 보도에서 불쾌감을 주지 않아야만 했다. 영화의 명백한 목표는 실제적 삶의 상황에 내재된 드라마를 포착하고 ‘실제로 진행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지만, <예비선거>에는 폭로란 거의 없다. 오히려 이 영화의 프로듀서는 그리어슨Grearson적인 ‘선전’과 편향을 피하고 싶어 하면서 다양한 예술적 측면에서 그의 작품을 무력하게 만드는 거래를 한다. 
<1장  황무지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다이렉트 시네마의 시작> 중에서

“실제로 객관적 저널리즘objective journalism의 기능은 일반적으로 공중에게 세계에 대한 정부의 관점을 전달하는 것이었다”1984, 13라고 대니얼 C. 헬린Daniel C. Hellin은 쓰고 있다. 이 풍자는 버나드 코언Bernard Cohen에게도 효과가 없지 않다. 즉 “언론이 ‘중립적neutral’일수록, 다시 말해 충실하게 ‘일어난 사실’의 기록을 전달하기 위해 더 노력할수록… 더 쉽게 타인의 용도에 알맞게 된다.”1963, 28. 그렇기 때문에 드루는 그가 심층적인 개인 분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단지 ‘공정fair’하다. 주관적 판단이나 수사적 응용은, 잠재적인 논쟁이 부과되지 않게 작업한, 단순하고 자유로운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기법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만 ‘진실하다truthful.’
<1장  황무지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다이렉트 시네마의 시작> 중에서


■머리말

역자서문

1960년대는 격동의 시대다. 프랑스의 68혁명이 보여주듯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는 평등주의와 생활 속의 민주주의,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저항과 변혁의 거대한 흐름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미국에서도 베트남전 반대 운동과 더불어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이 더욱 확대되었고 평등, 성해방, 인권, 공동체주의, 생태 등의 진보적인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확산되었다. 다이렉트 시네마direct cinema는 바로 이 격동의 1960년대 미국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때때로 미국식 시네마 베리테라고도 불리는데, 카메라가 마치 ‘벽에 앉은 파리flies on the wall’처럼 관찰적으로 촬영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다이렉트 시네마의 영화제작자들과 그들의 영화를 사회, 문화, 정치적인 맥락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96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 경선을 다룬 로버트 드루의 <예비선거Primary>가 다이렉트 시네마의 획기적인 단초를 보여주었다면, 보상없는 삶을 사는 계층을 조명하면서 이들을 착취하는 전통적 저널리즘의 경향을 비판하는 리처드 리콕의 <행복한 어머니의 날Happy Mother’s Day>은 다이렉트 시네마의 정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젊은 지도자 케네디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삶의 환희에 관한 비전을 찾던 미국의 젊은이들은 비틀스에 열광한다. 메이즐스 형제들의 <무슨 일이야! 미국의 비틀스What’s Happening! The Beatles in the USA>는 보이스오버가 전적으로 배제된 최초의 다이렉트 시네마다. D. A. 펜베이커의 <어떤 이가 널 사랑할 때까지 넌 아무것도 아니야You’re Nobody ’Til Somebody Loves You>는 LSD로 정신의 확장을 도모하는 사람들을 좇는데, 전통적 보도 규정을 포기하고 낡은 내러티브보다 새로운 미학과 스타일을 탐구했다.

지배적 관습과 문화에 도전하는 대항문화의 표상이었던 밥 딜런을 기록한 펜베이커의 <뒤를 돌아보지 말라Dont Look Back>, 재니스 조플린의 노래와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연주, 샹카르의 시타르 연주를 담아낸 콘서트 영화 <몬터레이 팝Monterey Pop>, 도시의 ‘혼란’에서 벗어나 산업화 이전의 목가적인 이상향 ‘정원Garden’으로 되돌아 가자고 호소하는 마이클 워들리의 <우드스탁Woodstock>, 롤링 스톤스가 1960년대 대항문화의 마지막 위대한 축제로 기획했지만 살인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그 종말을 고했던 메이즐스 형제의 <쉼터를 달라Gimme Shelter>에 이르기까지 다이렉트 시네마는 이처럼 새롭게 부상한 청년 문화와 대항문화를 가장 밀도 있고 생생하게 기록해내는 역할을 했다.

그런가 하면 변호사 출신의 프레더릭 와이즈먼은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든 공공기관의 ‘음모’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와이즈먼 영화의 주인공들은 드루 어소시에이츠나 워들리가 선택했던 것처럼 유명하고 세련된 사람들이 아니라 ‘또 다른 미국’에서 실패한 사람들과 쫓겨난 사람들, 도시에서 방황하거나 편견의 벽에 둘러싸인 소수자들이었다. <티티커트 풍자극Titicut Follies>, <고등학교High School>, <법과 질서Law and Order>, <병원Hospital>, <기초 군사훈련Basic Training> 등 일련의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록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들과 달리, 탁월한 ‘관찰적 영화’ 제작자로서 사회 논평이라는 자신의 작업에 충실했다. 다큐멘터리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가 있는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40여 년, 와이즈먼은 변화의 도구인 다큐멘터리의 중요성을 집요하게 고수해 왔다. 다이렉트 시네마 제작자들은 갈등이 폭발하던 1960년대 미국 사회의 과제를 구체화하고 논평하면서 가장 적합한 표현양식을 완성했다. 

한국의 관점에서 다이렉트 시네마에 가장 근접한 양식은 휴먼다큐멘터리일 것이다. 1960년대 후반 방송을 시작한 KBS <인간 승리> 이래, 1980년대 MBC <인간시대>, <성공시대>, KBS <사람과 사람들>에 이어 최근 KBS <인간극장>, MBC 연작 <휴먼다큐−사랑>이 절찬리에 방송되어 왔다. 그 주제나 양식도 시대 따라 진화해 왔다. 이종수 교수에 따르면, 1970년대는 ‘도덕적 카리스마를 대표하는 인물’이 주류를 이루다 1980년대는 평범한 서민들의 인정이나 ‘직업적 소명의식’이 부각됐다. 1990년대 유명인사의 성공담을 다룬 <성공시대>를 거쳐 최근에는 ‘극적인 인간드라마’가 강조되고 있다. 휴먼다큐멘터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높은 관심도에 비례하듯 근래 국제적인 평판도 그 성가를 더하고 있다. 2006년 뉴욕 TV 페스티벌에서 MBC 특별기획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는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2007년 <반프 월드 TV 페스티벌>에서는 <휴먼다큐−사랑>시리즈 중 하나인 <너는 내 운명>이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 KBS 특별기획 <인간의 땅> 시리즈 중 제2부 <철까마귀의 날들>이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IDFA)에서 중편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제작 방송되는 휴먼다큐멘터리의 완성도가 현저하게 향상된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근대사의 불행한 과거가 잉태한 제국주의와 군사주의의 유산을 아직 청산해 내지 못한 한국 사회. 외환 위기가 중첩된 후 “나만이라도 살아남자는 ‘적자생존’이 키워드가 된 한국사회.” 휴먼다큐멘터리가 우리 사회의 변혁에 일조를 할 수 있을까? 물론 “인간은 있지만 시대는 없다”, 혹은 “사회의식을 저해한다” 등 과거에 흔히 듣던 휴먼다큐멘터리에 대한 비판은 이제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다이렉트 시네마 유형의 접근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시청자의 ‘김정구조’와 견해를 지도하려는 ‘신의 목소리’가 여전히 세력을 잃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의 인간 탐구에 다이렉트 시네마의 경험이 유효하길 바란다. 

대단히 현학적이고 난해한 이 책을 번역하는 건 역자에겐 큰 무리였다. 그러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우선 1차 감수를 맡아줬던 이창성 교수를 비롯, 김수련 박사, 동료 이채훈 프로듀서, 남권우 군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출간 예정일을 연기해 준 방송문화진흥회의 최창영 사무처장과 김용훈 씨, 이번에도 상당한 시간을 내 읽어준 김창남 교수, 마지막에 일독을 해준 아우 김상수 작가에게도 감사드린다. 특히 1년 반의 번역 기간 중 위기마다 나의 도움 요청에 정성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 서정창 프로듀서가 없었더라면 이 작업은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일부라도 오역이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다. 마지막으로 수지타산을 떠나 출판을 결정해준 외우 커뮤니케이션북스의 박영률 사장에게 감사드리고 전정욱 주간과 박선영 팀장의 전문성이 이 책의 완성도에 큰 도움이 되었음을 밝힌다.


■저자소개

데이브 손더스
영국 런던 대학교 로열 할로웨이 미디어아트 학과의 영화연구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주류 미국 시네마, 미국 문화와 정치사가 전문 연구 분야로 많은 연구 프로젝트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Arnold: Schwarzenegger and the Movies』(2009), 『Documentary(Routledge Film Guidebooks)』(2010)를 집필했다.


■목록

서론 - “이것은 어떤 위기에 대한 해석이다”: 맥락 속의 다이렉트 시네마

1부 | 영화의 확장 
01   황무지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다이렉트 시네마의 시작
02   뉴프런티어와 그 너머: 다이렉트 시네마의 주제 찾기

2부 | 대항문화적 논평
03   기대(미국의 과거에서 미국의 현대로)
04   세상 벼랑 끝에서의 춤
05   엘리시움(지상의 행복)을 찾아서
06   추락

3부 |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1960년대
07   와이즈먼과 시민 개혁: 네 개의 기관들
08   시스템이 저항하다

결론 - 문화와 연계된 

미주 
참고영화 Filmography
참고문헌 Bibliography

 

다이렉트 시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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