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물었죠.“요새, 신문 보니? 잡지는? 지하철은 타니?” PC통신과 인터넷을 일찍 접하던 그때부터였나요? 집에서 보던 신문을 끊고 회사에서 보던 신문마저 또렷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하지만 시댁을 찾아 뵙는 날에는 일주일 치 신문을 모아 보곤 합니다. 그때 읽는 신문의 맛은옛 음식을 접하는 느낌입니다. 넘기는 그 맛이 정중하더라니까요(?).
그런데... 좀처럼 그럴듯한 광고가 보이지 않아 직업상 ‘걱정’이 들었습니다. 걱정할 자격이나 있을까 싶습니다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정보를 찾으니 광고를 일부러 찾아 보기란 쉽지 않더군요. TV를 보지 않는 한은...또 하나. 광고의 그 순위를 우려하는 모 광고전문사이트를 보지 않는 한은... 광고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인지, 수많은 광고인들이 그 사이트에서 편리함을 느낍니다. 신문에서 건설광고, 혹은 외제자동차광고, 혹은 주류광고만이 제 눈에 띄더군요. 광고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나마, TV에서 보는 광고와 인터넷에서 배너광고 만이 자연스럽게 내 눈에 걸립니다. 이렇게 되니, 광고를 만들기 위해 신문과 잡지를 본다는 것이 맞을 거 같네요. 반성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만든 광고를 보기 위해, 혹은 몇 달에 한번 고작 가는 미용실에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들여다 보는 잡지는 또 어떤가요. 미용실 안에서 버릇처럼 관찰을 합니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나, 대개는 기사(연예인의 이야기들)에 눈이 가 있거나, 패션지 같은 경우는 그나마 명품광고에 눈이 가 있는 발랄한(?) 타겟이 많더군요. 광고인의 자격으로 광고를 빠짐없이 보는 미용실 잡지...그 안에서도 괜찮은 광고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만든 광고야 눈에 띄기 마련이지만 객관적이지 못할 테니 접고 들어가겠습니다.
예전에는 TV광고와 신문, 잡지, 라디오는 캠페인으로서 동시에 집행되어야 힘을 받는다며 광고주를 설득하던 시절이 있었죠. IMC전략을 운운하면서요. 요즘은 동선 때문에 톡톡 튀는 지하철광고를 본지 오래되어 죄스럽습니다. 해서, 후배들에게 눈에 띄는 인쇄광고가 있느냐 물으면 머뭇거리니, 나만이 무심한 것은 아니구나 죄책감을 덜어봅니다. 광고회사 내부에서도 이미 배너광고 등 BTL, Ambient에 이르기까지 매체가 급격히 다양화 되었음을 느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운명은 소비자인 커뮤니케이션 수용자들을 적극적으로 따라가야 하나 봅니다. 아니 앞서가서 맞아야겠지요.
인쇄 광고의 환경이 좋지 않기에 나름 ‘의리’를 생각하며 시작합니다. 유독 잡지광고에서 기억나는 광고캠페인을 소개해도 괜찮겠지요? 누군가에게는 눈에 띄는 광고도 아니요, 아이디어가 돋보인 광고도 아니였을 ‘맥도날드’. 몇 년 전부터 웰빙 문화라는 어마어마한 물결에 그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속칭, 정크 푸드, 햄버거의 대명사죠. 전 세계의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즐기시는 분들, 더러 봅니다. 바쁘거나, 혹은 맛있어서... 광고에서도 그 인기는 꽤 좋았습니다. 국내에서 만든 광고가 해외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으니까요. 패스트푸드 광고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거든요. 하지만 TV광고에서는 조금씩 모습을 감추더니 잡지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내 눈에는 말이죠.
주부지에서 봤으니, 아마도 많은 여자분들, 특히 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미용실에서 혹은 은행에서(인터넷뱅킹을 하므로 잘 보지 않습니다만) 한번이라도 들여다 보지 않았을까요?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광고 혹은 광고주의 문제해결만이 아닌... 광고역사에 길이 남을 광고캠페인을 만들고 싶은 꿈 많은 제가 너무도 평범한 인쇄 광고캠페인을 골랐습니다. 이제 막 광고를 시작했거나, 광고는 이래야 한다고...잣대 하나만을 가진 광고인들은 혹시 비웃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있지요? 저는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엄마로서 보는 광고가 또 다르더군요. 이 광고를 보면서 적어도 내 아이에게 ‘햄버거’라는 것을 혹은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을 먹여야 할 때, 맥도날드에서 사줘야하지...하는 결심이 서게 된 것은 그 힘이 쌘 거 아닐까요? 또 하나의 소비자에게 마음을 제대로 전했으니까요. 맥도날드가 소비자를 생각하고 재료를 고르고,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믿고 싶어졌습니다. 마치 풀무원 광고를 보는 것처럼... 말초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거나, 재미있는 말로 혹은 낯설게 보여 풀어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맥도날드 광고는 정공법을 선택했습니다. 때로는 정공법이 마음을 움직이더라는 것이죠. 맥도날드에 있는 ‘재료’들이 주인공이거나 ‘제품’이 주인공인 광고캠페인...보시죠.
시즐의 힘
<양배추편> < 양상치편>
카피의 화법이 광고마다 들쭉날쭉 하지만, 단순하고 명확하게 한 눈에 들어오는 일관된 캠페인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직업적인 눈을 가지고 보지 않는 소비자에겐 하나의 광고에 불과하겠지만...
푸드 광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한가지가 참 잘 살았습니다. ‘시즐’의 힘이죠. 시즐을 통해 먹고 싶게 하는 것도 기본이지만, 신선도와 재료를 까다롭게 고르는 마음이 한번에 보이니 어찌나 힘이 쌔던지요. 클로즈업의 비주얼도 시즐을 한층 더 과감하게 느끼게 했습니다.
설득의 힘
김선의(JWT CD)
<토마토편> <빵편> <쇠고기 패티편>
햄버거의 삼총사는 토마토와 빵, 쇠고기 패티일 것입니다. 엄마인 나로서는 그 재료가 좋은 데서 가져오는 것인지, 싱싱한 것인지, 혹시 이익만 남기려고 싼 것만 쓰는 것은 아닌지... 과연 아이가 사달라고 조르면 사 줄 수 있는 것인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우가 아니라는 것 하나만 빼고는 말이지요. 그래도 꽤 설득력을 가진 카피와 비주얼이 아닌가요?
베어커리 평가에서 최고점수를 받았다는 내용도 잘난 척 하지 않고 다르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치 캐스터내츠라는 악기가 박수를 쳐주는 것처럼,.. 빵들이 귀엽게 입을 벌리고 있고, 서로 다른 농장에서 토마토를 공급받는 이유를 토마토의 색깔에서 찾고 있는 점도 맥도날드를 다르게 보이게 했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아이스크림 광고, 케찹에 관한 광고도 있었지만 비주얼을 구하지는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진정성의 힘
기업도 사람인지라 마음을 깊게 담으면 그 진정한 마음은 소비자에게로 통한다라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사랑받았지만 ‘건강’ 때문에 외면당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넋 놓고 다시 사랑받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겠지요. 게다가, 혹여... 오해를 받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의심받는 부분이 있다면 화를 내서 싸우는 방법이 아니라, 내 길을 간다라는 방법이 아니라, 꾸준히 꾸준히 진실한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속 시원하게 속을 뒤집어 보여 주는 것도 진정성이 쉽게 전달된다는 방법임을 확인했습니다. 맥도날드의 진심이었기를 바라며, 진정성의 힘을 다시 한번 믿어 보려 합니다. 사람에게도, 인생에서도...광고에서도...
- 약 력 -
-92년 중앙대학교 철학과 졸업
-96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교 PR 석사
前웰콤
前제일기획
現 JWT CD
광고주 : 하나은행, 에바스화장품, 레간자런칭캠페인, 마티즈런칭캠페인,
신세계백화점(기업PR), 한솔PCS 018 OB 씨그램(카스, 라거) 랑콤, 로레알,
KTF(Have a good time캠페인 )삼성전자(또 하나의 가족), KT 메가패스 해찬들 등
現 HSBC, LG유니참(바디피트), 유니레버(립톤),애경(포인트),유한킴벌리(크리넥스),
샘표간장(폰타나 ), 매일유업 등